[중견 이차전지사는 지금]'IPO 대어' 필에너지, 1년 만에 주가 78% 하락②지난해 청약증거금 2위…저조한 실적에 주가 1만원대로 '털썩'
박완준 기자공개 2024-08-20 07:37:29
[편집자주]
글로벌 이차전지 산업은 '캐즘'이라는 단어와 직결된다. 지층 속 단절된 공간이 마치 새로운 첨단 제품이 나올 때의 시장 확산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 붙여진 말이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경제 성장 부진과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대기업마저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번 위기를 단순 사이클에 따른 불황이 아닌 산업의 대격변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환경에 놓인 중견 이차전지사들은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 더벨은 중견 이차전지사의 경영 현황과 사업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4일 11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대가 높았던 탓에 실망도 커졌다'. 지난해 기업공개(IPO)에서 두산로보틱스 다음으로 많은 청약증거금을 모으며 코스닥에 상장한 필에너지 주가가 올 들어 고점 대비 78% 이상 떨어지자 증권시장에서 나온 평가다.최근 필에너지의 실적이 저조한 흐름을 보이자 주가는 계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상장 직전까지의 호실적을 뒤로하고 지난해와 올해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그만큼 시장에서의 기대감도 사그라드는 모습이다. 필에너지가 성장통을 이겨내고 다시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상장 후 주가 롤러코스터
필에너지는 지난해 7월 일반청약 결과 경쟁률 1318대 1, 청약증거금 15조7578억원을 모으면서 코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모회사인 필옵틱스와 전략적 투자자 삼성SDI가 3개월간 주식 의무보유 확약(보호예수)을 체결해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를 불식시킨 덕분이다.
이에 필에너지 주가는 상장 첫날인 지난해 7월 14일 공모가 3만4000원에서 237% 상승한 11만46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13만2000원까지 오르며 이날 오를 수 있는 최고가 13만6000원에 근접했다. 상장 첫날 유통 가능 주식 수가 전체 주식의 11.14%(104만9843주)에 불과했던 부분이 주가 상승의 배경으로 꼽혔다.

하지만 필에너지 주가는 한 달 동안 내림세를 보이며 지난해 8월 21일 5만7000원까지 떨어졌다. 상장된 주식 수(281만2500주)의 19.2% 수준인 94만5939주를 보유한 기관투자자의 보호예수가 같은달 14일 풀리면서 차익 실현에 나선 영향이다. 이 기간 기관투자자는 50만주 이상을 순매도했다.
필에너지는 주가 부양을 위해 지난해 9월 13일 보통주 1주당 신주 1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택했다. 기업의 자기자본 중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해 총자본을 유지했다. 무상증자로 권리락 효과가 발생해 시가총액은 유지된 채 주가는 50% 낮아졌다. 이에 필에너지 주가는 7만3900원까지 치솟은 후 3만6950원으로 수정됐다.
이같은 노력에도 필에너지 주가는 올 1월 26일 1만6500원까지 떨어져 처음으로 공모가(1만7000원)를 하회했다. 전방산업인 전기차의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이차전지 수요가 줄어든 동시에 제품의 판매 가격도 떨어져 이차전지 기업들이 대부분 어닝쇼크를 기록한 탓이다.
필에너지 주가는 올 3월 7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강한 반등세를 보였다. 2대 주주인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 양산 로드맵을 공개하면서다. 필에너지는 전고체 이차전지 스태킹 장비를 삼성SDI 생산 라인에 공급한다. 이에 주가는 2만200원에서 2만6450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필에너지는 지난해 처음으로 역성장하며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967억원, 영업이익은 153억원, 순이익은 -64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3.6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9% 줄고 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올해도 저성장 국면…하락세 이어가는 주가
필에너지는 올 1분기도 영업이익 10억원, 순이익 6억원을 거둬 기대에 못미쳤다. 이에 주가는 올 4월부터 이달 5일까지 연일 내림세를 보였다. 주가는 2만6800원대에서 1만1880원까지 떨어졌다. 필에너지의 시가총액은 5630억원(올 3월 기준)에서 이달 252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다만 일각에선 필에너지 주가가 저평가 상태에 놓여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레이저 커팅 설계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높은 기술력을 보유했으며, 향후 적용 장비 및 공정 확대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수주 잔고가 매 분기 400억원 이상 늘어나고 있는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규상 하나증권 연구원은 "필에너지는 수주 잔고를 올 1분기 말까지 2912억원 쌓았으며, 삼성SDI의 미국 합작공장과 헝가리 증설 계획에 발맞춰 내년까지 1조원 이상의 수주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에너지 관계자는 "전방산업인 전기차 캐즘에 이차전지 종목주 전체가 하락세를 보여 주가가 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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