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8월 20일 13: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노그리드의 상장 도전기가 이대로 막을 내리게 됐다. 거래소의 시장위원회(이하 시장위)는 재심에서도 효력 불인정 결정을 유지했다. 거래소가 사상 최초로 공모 단계에 돌입한 기업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로 기록된다.

사안의 중요도가 높은 만큼 시장위 위원들과 이노그리드 측은 장기간 의견을 나눴다. 특히 올해 상반기 실적을 비롯한 전반적인 심사 사항을 다시 검토했다. 다만 시장위는 중요한 기재 사항을 누락해 심사 효력을 불인정한 결정을 뒤집을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이노그리드 측도 충분히 소명을 했다는 입장이다. 상장 의지가 꺾인 것은 아니다. 내부 정비를 진행한 뒤 다시금 코스닥 입성을 도전하겠단 의지를 밝혔다. 이노그리드는 1년 후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거래소 "심사 사항 전반 재검토…효력 불인정 뒤집을 근거 부족"

20일 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이노그리드의 상장 예비심사 결과 효력 불인정 재심사를 위한 시장위원회가 개최됐다. 이번 재심은 지난 6월 내려진 시장위원회 의결 이후 회사 측 신청에 의해 진행되는 절차에 해당한다.

거래소는 이번 재심에서도 이노그리드의 코스닥시장 상장예비심사 승인 효력 불인정 결정을 유지했다. 결정 근거는 상장규정 제8조 2항, 예비심사 결과의 효력 불인정 요건이다. 즉 신청서 또는 첨부서류 내용을 거짓 기재하거나 중요 사항을 빠뜨린 사실이 확인돼 승인 효력을 불인정한다는 원안을 유지했다.

이노그리드의 경우 문제가 된 내용은 증권신고서 검토 과정에서 추가된 ‘소송 등 법적 분쟁 발생 가능성 위험’이었다. 전 대주주 박종철 씨가 경영권 이전 과정에서 이뤄진 주식 거래와 무상감자, 유상증자 등이 본인 동의 없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관련 내용을 담아 지난 2022년 이노그리드 측에 내용증명(내용확인 요청서)을 송부했다.

이노그리드는 이 내용을 예비심사 신청서에 기재하지 않았다. 소송 등 분쟁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단 입장이다. 고의성이 없는 누락이라고 적극 주장하고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거래소 측은 고의성 보다도 중요성을 우선해 불승인한다고 밝혔다.

거래소 관계자는 "재심 과정에서도 충분한 시간 동안 논의했으나 효력 불인정 결정을 뒤집을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며 "부주의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관련 사실이 누락됐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기재 사항에 해당한다는 원안이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위 위원들도 이번 사안이 얼마나 엄중한 지 알고 있었다"며 "장기간에 걸쳐 심사 안건을 재검토했고 재심 당일에도 회사 측의 소명을 들었지만 결과는 동일했다"고 덧붙였다. ◇이노그리드, 관련 내용 충분히 소명…재도전 의지 '강조'

거래소 측은 이번 재심을 앞두고 이노그리드의 반기 실적도 재검토 했단 입장이다. 시장위 재심 일정을 반기 실적 공시를 염두에 두고 계획한 것으로 분석되는 지점이다. 이노그리드는 지난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 상반기 실적을 공시했다.

올 상반기 총 83억4629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143억원) 대비 41% 가량 줄어든 규모다. 대신 영업손실은 5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9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노그리드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상 올해 추정 매출액은 401억원, 영업이익은 25억원이었던 바 있다.

이노그리드 측은 이번 시장위 재심을 통해 문제가 됐던 대주주와의 분쟁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소명을 진행했단 입장이다.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점과 고의성이 없는 점 등을 적극 설명했다.

그럼에도 시장위의 결정을 뒤집을 순 없었다. 이에 따라 이노그리드 측은 내부 상황을 정리하고 다시 도전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이번 시장위의 결정으로 이노그리드는 향후 1년 이내엔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없는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