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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책임 경영'

최필우 기자공개 2024-09-02 12:38:17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8일 07: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올들어 계열사 CEO를 불러 모은 자리에서 '책임 경영'을 자주 강조한다고 한다. 개별 사안에 개입해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각사 CEO의 판단을 존중할테니 결과에는 책임을 지라는 얘기다.

책임경영론 핵심은 임기다. 우리금융은 계열사 CEO를 예우하는 차원에서 한 차례 임기 연장을 관행적으로 보장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임 회장 체제에선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연임은 커녕 2년 임기 중 1년만 마치고 물러난 CEO도 있다. 올 연말에는 임 회장 취임 후 부임한 CEO들이 일제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터라 긴장감이 돌고 있다.

임 회장이 외부 출신 CEO라는 점이 리더십 스타일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금융위원장을 지냈고 NH농협금융 회장으로 금융그룹을 이끌어 본 금융 전문가이나 우리금융 계열사별 사정을 속속들이 알긴 어렵다. 비은행 M&A, 밸류업 등 지주 회장으로 수행해야 할 임무도 산적해 있는 만큼 계열사 CEO에게 확실한 권한을 주고 책임을 명확히 묻는 게 효율적이라고 봤다.

임 회장의 책임 경영 방침을 두고 내부에서는 의구심도 있다. 한 우리금융 임원은 금융지주 CEO의 역할을 독수리에 비유했다. 상공에서 지상을 관찰하다 사냥감을 발견하면 무서운 속도로 내려와 낚아채는 독수리처럼 광범위한 통제력과 빠른 행동력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고 했다. 영업을 하고 실적을 내는 '본업' 외에도 크고 작은 경영 현안에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임 회장의 리더십은 이와 결이 다소 다르다고 짚었다.

최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횡령, 부정대출 사고는 강한 통제를 요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개별 금융사고를 온전히 그룹 회장 책임으로 돌리긴 어려우나 사후 대처에는 분명한 책임이 있다. 임기 중 반복적으로 발생한 수백억원 규모의 내부통제 부실 사태를 수습하는 건 행장 또는 담당 임원에게 일임하기보다 그룹 CEO가 직접 총대를 메야 할 일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임 회장은 다음달 임기 반환점을 돈다. 그 사이 임 회장은 증권업 진출에 성공했고 보험사 인수를 매듭짓는 단계까지 왔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임 회장 체제에서 역대 최대 순이익을 내기도 했다. 이젠 내부통제 시스템을 재건하고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것 정도가 과제로 남아 있다. 임 회장이 남은 절반의 임기 동안 어떤 리더십으로 해법을 모색할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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