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9월 06일 07: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대한민국 주력산업의 흐름을 잘 타면서 핵심공정장비들을 차례로 개발해 낸 덕분입니다." 정기로 APS 회장은 1994년 창업한 벤처기업이 18개의 상장·비상장 계열회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APS가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2차전지 생태계를 지탱하는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사업초기부터 '국산화'를 키워드로 끊임없이 도전했기 때문이다. 반도체장비 제어 소프트웨어를 국산화한 것을 시작으로 국산장비를 잇달아 개발하며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이 외산 장비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했다.
액정표시장치(LCD)가 주류이던 때 액정주입장비 ODF(One Drop Filling)를 국산화했고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중심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넘어갔을 땐 역시 OLED용 레이저결정화(ELA) 장비를 개발해 시장에 내놨다.
국산 장비를 개발하는 과정 자체도 어렵지만 선택받는 일조차 쉽진 않았다고 한다. 이미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외산 장비를 밀어내려면 확실한 기술경쟁력이 있어야 했고 까다로운 품질 검증을 거쳐야 했다. 지금까지 누적 2조원의 매출을 올린 ELA도 처음 개발해놓고도 4년 동안 한 대도 못팔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당시 일본이 독점하던 ELA 장비를 대체했고 APS가 성장할 수 있는 큰 원천이 돼줬다.
2010년대 들어서부터 APS의 입지는 달라졌다. 국산화에 매진하고 있는 작은 기업을 인수하며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2014년부터 반도체 장비사 넥스틴이나 2차전지 레이저 노칭업체 디이엔티, 웨이퍼(반도체 원판) 다이싱 전문 에스알, 비전검사와 레이저 소스 개발사 블루타일랩 등에 잇달아 투자했는데 모두 반도체와 2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분야에서 국산화를 시도하는 기업이란 공통점이 있다.
이 중 넥스틴과 디이엔티, 에스알의 경우 APS가 대주주가 돼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창업주의 부탁을 받고 인수한 사례다. 정 회장이 걸어온 길이 다른 창업주에 귀감이 됐다는 방증이다. 계열사로 품은 뒤로는 각 인수기업이 가진 원천기술을 활용해 기존 국산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의 정 회장은 국산 장비로 나라에 보탬이 되겠다는 '기술보국'을 경영철학으로 내세웠다. 지난 30년간 APS가 걸어온 발자취를 보면 그 창업정신이 계속 이어져왔음을 알 수 있었다. APS는 이제부터 새로운 30년을 시작한다. 앞으로 APS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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