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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넘어야 할 마지막 리스크 [thebell note]

정명섭 기자공개 2024-09-26 08:21:12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5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4년은 SK그룹 임직원에 잊지 못할 해로 남을 것 같다. 6~7년간 군림하던 부회장단이 2선으로 물러나고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 최창원 부회장이 최고협의기구(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올랐다. 늘 전문경영인이 앉았던 자리다. 또 다른 오너의 등판은 그 자체만으로 조직에 긴장감을 불러왔다.

근간에는 SK그룹의 위기설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8조원에 달했다.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은 배터리 사업은 업황 저하로 끝 모를 부진에 빠졌다. 그룹이 투자한 주요 자산과 지분은 고금리·고환율 등 대외환경 악화로 가치가 급락했다. 빚 부담은 빠르게 늘었다.

최창원 의장은 계열사별로 투자 재검토, 자산 매각, 비용 절감, 차입 축소 등을 세세하게 주문했다. 이후 리밸런싱 작업은 쉼 없이 진행됐다. 성과가 부진한 계열사 CEO 2명이 이례적으로 중도 하차했고 한 CEO는 흑자를 달성하기 전까지 연봉 20%를 반납하겠다고 했다.

가장 큰 과제였던 '배터리 살리기'는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으로 대응했다. 합병법인은 국민연금과 일부 주주들의 반발을 넘어 11월 출범을 앞두고 있다. 다행히 SK하이닉스도 올 들어 인공지능 산업의 호황으로 실적이 우상향하기 시작했다. 2024년이 석달가량 남은 현시점에서 시장은 SK의 체중 감량과 체질 개선 성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의 위기의식과 최 의장 주도의 쇄신으로 큰 파고는 넘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물론 리밸런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식화한 매각 예정 자산만 4조6000억원 규모이며 더 불어날 것이 유력하다. 200여개의 계열사를 통제 가능한 범위 내로 줄이는 작업도 한창이다. 매년 12월 초에 단행하는 정기인사가 11월 초로 앞당겨질 것이란 설도 나돈다.

SK 앞에 놓인 올해 마지막 리스크는 최 회장의 이혼 소송이다. 항소심을 거치며 재산분할액이 600억원에서 1조4000억원까지 불었다. 재계 역사상 전례 없는 액수다. 대법원은 빠르면 내달 심리불속행 여부를 결정한다. 판단에 따라 SK 경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SK는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비자금 의혹, 판결 오류 등을 이유로 항소심 판결 자체를 부정하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대법원 상고심은 사실심이 아닌 법리 해석의 잘잘못을 따지는 법률심이라 큰 틀에서 결과를 뒤집기가 쉽지 않아서다. 그간 넘어온 숱한 위기와 다른 점은 통제 권한 밖에 있다는 점이다. 최 회장과 SK는 2024년을 의미 있게 마무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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