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 IB]'공개매수 확대' 신한증권, 교두보는 신세계'NH 텃밭' 속 16년 만의 주관…사모펀드 소통 채널도 늘려갈 것
권순철 기자공개 2024-10-11 07:41:29
[편집자주]
증권사 IB들에게 대기업 커버리지(coverage) 역량은 곧 왕관이다. 이슈어와 회사채 발행이란 작은 인연을 계기로 IPO와 유상증자 등 다양한 자본조달 파트너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기업들이 증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뭘까. 탄탄한 트랙레코드를 기반으로 한 실력이 될 수도 있고, 오너가와 인연 그리고 RM들의 오랜 네트워크로 이어진 돈독한 신뢰감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기업과 증권사 IB들간 비즈니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스토리를 좀 더 깊게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04일 09: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마트가 신세계건설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신한투자증권을 파트너로 낙점해 이목을 끌었다. 2008년 혜인을 끝으로 공개매수 주관과 인연이 없던 하우스지만 근래 신세계 그룹과의 스킨십을 늘린 결과 오랜만에 주관 지위를 획득했다.물론 순수 자문만 담당해 수익성이 부각되는 딜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공개매수 자문 트랙레코드를 차곡차곡 쌓아 사모펀드와의 소통 채널도 늘려 '패키지 딜' 형태의 비즈니스까지 노린다는 계획이다.
◇16년 만의 공개매수 주관…신세계 그룹 인연 빛났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9월 30일부터 20월 29일까지 진행되는 이마트의 공개매수를 대리한다. 해당 공개매수는 이마트의 자회사인 신세계건설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폐지를 목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매입가는 주당 1만8300원으로 알려졌다. 2일 기준 신세계건설의 종가 1만8150원 대비 소폭 높은 수준이다.
이번 공개매수에서 신세계 그룹의 파트너로 낙점된 신한투자증권은 해당 섹터에서 주목 받는 플레이어로 보긴 어려운 하우스다. NH투자증권이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던 영향도 있지만 최근까지 공개매수 주관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2008년 전신이었던 굿모닝신한증권이 코스피 상장사 혜인과 합을 맞췄던 것이 마지막이다.
영풍·고려아연의 공개매수 탓에 관심은 덜 쏠려 있지만 증권사들의 구미를 당기기엔 충분하다. 미래, 삼성 등 대형사들이 트랙레코드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가운데 대기업 그룹사 딜은 확실한 평판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 게다가 그 그룹이 최근 회사채 등 자본시장과의 접점을 확장하고 있는 신세계라면 관계 설정에서도 수혜를 기대해볼 수 있다.
그런 와중에 신한투자증권이 주관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최근 몇 년 동안 신세계 그룹과 쌓아온 인연이 꼽힌다. 이 하우스는 2021년 그룹 회사채 인수 비중이 5%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최근 3년 간 15% 언저리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계열사 7곳이 8번에 걸쳐 공모채를 찍은 가운데 대전신세계를 제외하고 모두 주관사로 들어가기도 했다.
난이도 높은 딜에도 적극 뛰어들며 좋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 5월 신세계건설이 6500억원에 달하는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때도 NH증권,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물량을 소화했다.
물론 이 딜을 통해 신한투자증권이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수익은 많지 않다. 당초 이마트가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 전액(388억원)을 대기로 했기 때문에 주관사의 역할은 순수 자문으로 제한된 까닭이다. 이마트가 신세계건설 212만661주를 전량 매수했을 때 떨어지는 수수료는 3억3000만원에 그친다.
그럼에도 신한투자증권에게는 의미가 큰 딜로 꼽힌다. 오랜만에 잡은 공개매수 딜이라는 레코드도 물론 중요하지만 향후 이 비즈니스를 더욱 확장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문이라는 역할로 제한됨에도 꾸준히 트랙레코드를 쌓아서 발행사들의 신임을 확보하는 것이 수익성만큼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물론 공개매수 시장에서 NH투자증권이 오랫동안 강자로서의 지위를 누려온 만큼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까지의 여정은 험로로 예상된다. 그동안 간간히 공개매수를 해왔던 미래, 삼성 등 대형사들도 NH가 차지하고 있는 시장 점유율 나머지를 공략하고 있다. 온라인 공개매수 청약 시스템도 미비해 극적으로 시장 내 파이를 확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신한투자증권은 향후 사모펀드 운용사와의 소통 채널도 늘려갈 것이라는 계획이다. 결국 NH투자증권과 같이 인수금융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주요 공개매수자인 사모펀드와의 소통 채널이 중요하다. 이들은 얼마나 낮은 수수료를 제공하는 것보다 트랙레코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더 뚜렷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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