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너지 IPO]구주매출 현대엔지니어링 흥행 실패, 반면교사 삼을까조단위 밸류·오너 지분 매각 공통점…딜 구조에 관심
권순철 기자공개 2025-03-27 08:05:16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5일 07시3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는 한화에너지 앞에 과거 현대엔지니어링의 사례가 반면교사로 부상했다. 2021년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등 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을 위주로 구주매출에 착수했지만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공모를 철회했다.한화에너지 역시 오너 일가의 보유 지분이 구주 매출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현대엔지니어링과 차별화된 루트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과 달리 오너 일가가 지분 전량을 들고 있는 까닭에 이번엔 다른 결과가 연출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구주매출 75%' 현대엔지니어링, 흥행 실패 전력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상장 주관사단 진용을 구축한 한화에너지는 연내 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 2026년 코스피 입성을 계획하고 있다. 증권사들에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송부한 시점이 2주 전이었음을 감안하면 신속하게 스케줄을 밟고 있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이 맡았다.
이에따라 상장 주관사단의 역할이 본격적으로 발휘될 시점이 도래했다는 평가다. 주관사들은 예심 신청에 앞서 기업 실사뿐만 아니라 시장 상황에 걸맞는 밸류, 공모 구조 등에 대한 의견도 함께 제시한다. 한화에너지 자체적으로 IPO 청사진이 있겠지만 현실과의 괴리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를 줄이기 위한 설득도 상장 파트너의 몫이다.
공모 구조는 회사와 주관사단이 마지막까지 매듭을 지어야 할 사안으로 남을 전망이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김동원·김동선 3형제가 지분 전량을 들고 있다. IPO가 승계 비히클로 활용된다면 구주매출 비중에 무게가 실릴 공산이 크다. 반면 자본시장에서의 잔뼈가 굵은 증권사들은 구주매출에 대한 투자자들의 본능적 반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화에너지가 구주매출에 공격적인 스탠스를 고수한다면 주관사 사이드에선 현대엔지니어링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 회사도 오너 일가에 유리한 방식으로 얼개를 구성한 대표적인 사례다. 전체 공모 물량의 75%에 달하는 구주 1200만주를 매각하려고 했는데 여기에는 정의선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도 섞였다.
그러나 현대엔지니어링은 끝내 코스피 입성에 실패한 케이스로 기록됐다. 과도한 구주매출 비중이 수요예측 흥행 실패의 배경으로 지목된 터라 상장을 주관한 하우스들에게도 뼈아픈 사례로 각인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상장 주관사단 멤버였던 NH·한국·KB증권이 지금 한화에너지 IPO의 조타수를 잡은 만큼 데자뷔 연출만큼은 피할 유인이 크다.

◇유통물량 조율·주가관리 용이 '이점'…컨트롤타워에 쏠리는 눈
물론 현대엔지니어링과 결이 다른 케이스라는 시각도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오너 3세 대주주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는 특징이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예상 외로 시장에서 긍정적인 시그널로 바라볼 수 있다"며 "현대엔지니어링과 달리 유통 물량도 사실상 제로로 수렴해 주가 관리 차원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주매출에 무게가 실릴 수 밖에 없는 공모 구조라는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요건 가운데 주식 분산 기준을 맞추기 위해선 일반주주 주식 소유 비율이 25% 이상 또는 500만주 이상이어야 한다. 3명의 대주주가 지분 전량을 들고 있어 요건을 충족하려면 구주매출을 병행해 지분율을 낮출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한화에너지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2017년 상장한 ING생명으로 좁혀진다. 한화에너지와 달리 오너 일가가 아닌 라이프투자회사가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건 다른 부분이다. 그러나 ING생명은 라이프투자의 지분만으로 공모 물량을 구성하는 파격적 구조를 앞세워 2조7060억원의 시가총액을 인정받고 코스피에 입성했다.
이 때문에 한화에너지가 현대엔지니어링을 반면교사로 공모 구조에 대폭 손질을 가할 지는 미지수다. 상장 주관사단 측의 의견을 전향적으로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건 결국 발행사의 몫이다. 향후 시장 흐름 등을 감안해 디테일이 짜여질 것으로 관측되지만 그룹 지배구조에서도 핵심적인 위상을 점유하는 만큼 컨트롤타워의 의중에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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