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주관사 미래에셋, 유상증자 '알았나 몰랐나'금감원 현장검사 이후 고강도 조사 예고…공개매수로 이어진 인연 '부메랑'
이정완 기자공개 2024-11-04 09:41:47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1일 08: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빌린 돈을 2조5000억원 유상증자를 통해 상환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금융감독원에서 매서운 눈초리로 들여다보겠다고 공표했다. 금융당국의 시선은 고려아연만 향한 게 아니다.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와 유상증자에 모두 참여한 주관사 미래에셋증권도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살필 계획이다.관건은 미래에셋증권이 고려아연 유상증자를 사전에 알았는지 여부다.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취득 공개매수 완료 직후 유상증자를 밝힌 만큼 미래에셋증권이 만약 이를 알고도 누락했다면 책임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위계에 의한 부정거래' 여부 관건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발표한 이튿날인 31일 자본시장 현안 관련 브리핑을 실시하겠다고 알렸다. 고려아연을 위해 마련된 자리는 아니라고 했지만 고려아연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함용일 자본시장·회계 담당 부원장은 "공개매수 기간 중 유상증자를 동시에 추진한 경위에 대해 구체적 사실 관계를 살펴보고 위법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관련 증권사에 대해서도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브리핑에 앞서 금감원은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었는지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검사 인력을 보냈다.
금감원이 주목하는 건 공개매수 신고서와 유상증자 신고서 사이에서 드러난 모순이다. 지난달 23일 종료된 공개매수 결과는 28일 공시됐다. 결과 발표 후 불과 이틀만에 유상증자 소식이 나왔다. 고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함 부원장은 "공개매수 신고서에는 재무구조 변동 계획이 없다고 써 있다"면서 "증권사를 통해 확인할 계획이고 의도성 여부를 따져볼 문제"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이 발표한 공개매수 신고서에는 "공개매수자는 본 공개매수 이후 회사의 지배구조, 재무구조, 사업내용 등에 변경을 가져오는 구체적인 장래계획은 수립하고 있지 아니하다"며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하여 전사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며, 주주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더욱 노력할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알린 날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공개매수와 유상증자에 모두 참여한 미래에셋증권은 고려아연이 주당 67만원이란 발행가로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위계(僞計)에 의한 부정거래가 성립한다.
자본시장법에선 당연히 부정거래 행위를 금지한다. 유상증자를 알고도 묵인했다면 속임수를 방조한 셈이니 처벌대상이 된다는 게 함 부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기존 공개매수 신고서에는 중대한 내용이 빠졌으니 부정거래 소지가 다분하다"며 "이것이 주된 조사사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현장검사에서 적극 설명했다"며 "특별한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공동모집주선사' KB증권은 안도?
KB증권도 미래에셋증권과 마찬가지로 고려아연과 접접을 넓히던 증권사 중 한 곳이었다. 미래에셋증권처럼 공개매수와 유상증자에 모두 참여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과 비교하면 정도의 차이가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고려아연이 지난달 4일 MBK파트너스와 영풍에 대항하기 위한 공개매수를 발표할 때부터 사무취급자를 맡았다. KB증권은 지난달 11일 공개매수 사무취급자로 추가됐다. 미래에셋증권이 온라인 공개매수 청약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아 KB증권이 이를 지원했다. 온라인을 통한 공개매수 청약은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만 가능하다.
이번 유상증자도 미래에셋증권은 대표주관사 지위를 맡고 있다. KB증권은 공동모집주선회사로 참여한다. 기본 수수료도 미래에셋증권이 더 많다. 미래에셋증권은 18억원, KB증권은 15억원이다.
모집주선계약서에 따르면 대표주관사는 고려아연 기업실사를 담당한다. 기업실사는 투자자를 위해 정확한 공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대표주관사는 신의성실에 따라 이를 수행해야 한다. 금감원의 시각대로라면 이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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