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플랜트 역량 점검]'1호 수주' DL이앤씨, 샤힌 프로젝트 주축 자리매김'타당성 조사→FEED→EPCC' 연계 전략, 카본코 새 먹거리
전기룡 기자공개 2024-11-07 07:47:23
[편집자주]
플랜트가 중동 산유국에서 대규모 손실액을 인식한 이래 10여년만에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주력 매출원이었던 건축·주택의 수익성이 급감한 반면, 플랜트는 여전히 고른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랜트 역량을 고도화하는 차원에서 인력을 충원하고 조직을 손질한 건설사도 눈에 띈다. 플랜트라는 사업영역이 변곡점을 맞이한 만큼 더벨은 주요 건설사들이 지닌 역량을 조명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5일 0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L이앤씨는 오랜 기간 '플랜트 강자'로 불렸던 건설사다. 1970년대 중동시장에 진출해 국내 건설사 중 처음으로 플랜트 프로젝트를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이후에도 중동시장을 수주텃밭 삼아 플랜트 수주고를 올렸다. 한때 플랜트 매출비중이 전체의 과반 이상을 차지할 수 있던 배경이다.다만 2010년대 들어 중동에서의 수주경쟁이 심화된 여파로 손실이 누적되기 시작했다. 부문 영업손실이 다시금 영업이익으로 전환되기까지 소요된 시간만 6년에 달한다. 매출비중도 10%를 하회하는 수준까지 떨어진 이력이 있다. 매출 공백은 'e편한세상', '아크로'로 대표되는 주택사업본부로 메꿨다.
현재는 플랜트사업본부에 보다 힘을 싣는 모양새다. 도급액이 1조원을 상회하는 '샤힌 프로젝트'에 힘입어 매출비중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타당성 조사와 기본설계(FEED), 설계·조달·시공·시운전(EPCC)이 연계된 전략으로 효율성도 개선됐다. 카본코(CARBONCO)를 주축으로 미래 먹거리 역시 준비하고 있다.
◇누적 영업손실 8161억, 신용등급 강등 원인
DL이앤씨는 플랜트라는 사업분야를 이른 시점부터 육성해왔다. 1973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ARAMCO)로부터 수주한 16만달러 규모의 '정유공장 보일러 설치 공사'가 대표적이다. 당시 수주에 힘입어 DL이앤씨는 국내 최초로 '플랜트 수출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얻는데 성공했다.
중동 산유국들이 본격적으로 대형 플랜트 프로젝트를 발주한 2000년대에 접어들자 성과가 본격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전통적인 수주텃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카얀 PC 프로젝트(1조408억원)'와 'YERP-3·4 프로젝트(1조3682억원)' 등을 수주했다. 쿠웨이트의 'LPG Train 4(9878억원)'도 주요 사례다.
매출 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대림산업(현 DL)의 2013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플랜트부문 매출액은 5조294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매출액 9조8469억원의 53.77%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뒤를 이은 제조부문(1조8276억원)이나 건축부문(1조6362억원), 토목부문(1조2139억원) 등과는 차이가 상당하다.
문제는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자 중동시장 위주로 손실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경쟁입찰 방식이 보편화돼 출혈수주가 빈번해진 점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플랜트부문에 누적된 영업손실액만 8161억원에 달한다. 대부분이 현지법인인 Daelim Saudi Arabia Co., Ltd에서 나왔다.
DL이앤씨의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2015년 DL이앤씨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로 한 단계 낮춰 평정했다. 특히 DL이앤씨가 사우디아라비아 현지법인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주요 해외 플랜트 사업들의 공기가 지연돼 추가 원가를 반영한 점을 문제 삼았다.
DL이앤씨도 손실이 누적된 플랜트부문보다는 건축부문 위주로 매출 구조를 재편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한때 매출의 과반 이상을 책임졌던 플랜트부문의 비중은 2019년 9.95%까지 축소됐다. 플랜트부문에 대한 보수적인 잣대가 적용된 만큼 2015년 기준 6조원을 상회하던 수주잔고도 2020년 2조원까지 줄어들었다.
◇BIM·모듈러 기술력 강화, 임직원 수 증가세
DL이앤씨는 무리한 신규 수주보다는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수주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특히 그간의 노하우를 토대로 타당성 조사부터 FEED, 시운전이 포함된 EPCC를 연계한 전략을 마련한 게 눈에 띈다. 최적화된 상세 설계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담보하겠다는 복안이다.
미국에서 처음 수주한 석유화학 플랜트인 '골든 트라이앵글 폴리머스 프로젝트(6859억원)'가 대표적인 사례로 통한다. DL이앤씨는 미국 현지법인(DL USA Inc.)을 앞세워 해당 프로젝트의 투자비를 산출하는 FEED 단계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성공적인 FEED에 힘입어 최종투자결정서(FID)를 접수하는데 성공했다는 후문이다.
빌딩정보모델링(BIM) 역량도 강화하기 시작했다. DL이앤씨는 플랜트사업본부 산하에 '플랜트DX팀'이라는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BIM을 바탕으로 공정 간 설계 오류를 시스템상으로 파악해 재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다. 싱가포르 '카리플렉스 공장(4055억원)'처럼 동일한 목적으로 모듈러 공법을 적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도 까다로운 수익성 잣대에 의거해 최종 수주 결정을 내린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에쓰-오일(S-OIL)이 발주한 공사로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DL이앤씨 지분율을 감안한 수주잔고는 1조4198억원에 달한다. 이 중 계약잔액이 1조11089억원가량 남아있어 한동안 플랜트 매출을 견인할 전망이다.
현재는 안정성에 무게를 둔 플랜트 수주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3분기 기준 플랜트 원가율이 81.2% 수준에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간 매출의 상당부분을 책임져온 주택 원가율이 같은 기간 92.3%까지 치솟은 상황인 만큼 수익성을 담보하는 주력 사업부문으로 자리매김했다.
플랜트사업본부의 선전에 힘입어 소속 임직원 수(1627명)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DL이앤씨는 2017년 한때 2000명에 육박했던 플랜트사업본부 임직원 수는 2022년(1223명)까지 지속 감소한 이력이 있다. 최근 이뤄진 정기인사에서 임원 승진자 6명 중 절반이 플랜트사업본부에서 나왔다는 점도 달라진 위상을 방증한다.
카본코와 같이 새 먹거리를 위한 채비에도 들어갔다. 카본코는 DL이앤씨가 2022년 8월 100%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다.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활용한 플랜트 솔루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몇 번의 유상증자를 거쳐 장부가액은 352억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현재까지 인도네시아와 울릉도, 제주도 등서 업무협약(MOU)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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