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재집권]악재 터진 K배터리 세제혜택 '폐지'보다 '축소'에 방점중국 공급망 배제는 기회요인...원재로 내재화 등 대비 필요
정명섭 기자공개 2024-11-08 07:20:11
[편집자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 2.0’ 시대의 개막이다. 정치 이념은 이전과 같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국내 산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한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축소, 관세 인상, 반친환경 기조 등을 예고해서다. 현지에 이미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반도체, 배터리 업계의 위기감은 더 크다. 더벨은 돌아온 트럼프 행정부가 재계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7일 08: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7.02%, SK이노베이션 -4.64%, 삼성SDI -5.98%, 에코프로비엠 -8.63%.6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각각 상장한 배터리 분야 대표 종목들의 주가가 전일 대비 일제히 하락했다. 배터리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과 비례해 낙폭을 키웠다. 민주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정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의 세제 혜택이 축소되거나 폐지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
◇트럼프, 'K배터리' 과도한 보조금에 부정적 견해
바이든 행정부는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 기업들을 배제하는 동시에 자국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우호국의 역할을 강화하는 전략을 펴왔다. 미국 역내 생산 시 세제혜택을 주는 IRA는 그렇게 탄생했다. 2022년 8월 발효된 IRA는 배터리 셀과 모듈의 현지 생산 시 kWh당 45달러의 생산세액공제 혜택(AMPC)을 제공한다. 수혜 기업은 세액 공제 또는 현금 수령 중 어떤 식으로 혜택을 받을지 고를 수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는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확대', '기후변화 대응 강화’라는 정책 방향을 계승할 것이 확실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친환경 분야 지원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고수해왔다. 특히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이 많은 보조금을 수령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지난 8월 펜실베이니아주의 요크에서 유세할 당시 "재집권에 성공하면 IRA 세액 공제 혜택을 없애는 걸 고려할 것"이라고 언급한 건 이를 잘 드러낸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밴스는 친환경차 구매보조금 폐지안이 담긴 법안을 발의해 보조를 맞췄다. 이에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트럼프 2기 체제가 들어서면 IRA 규정을 손보거나 의회에 IRA 완전 폐지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세액 공제를 없앨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내연차 연비규제 강화나 전기차 의무 판매 규제도 폐지가 예상된다.
IRA가 폐지되거나 세제지원 규모가 축소되면 전기차 보조금 철폐·축소 추세에 들어선 유럽과 같이 미국도 배터리 업황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IRA를 믿고 대미 투자에 조단위 현금을 쏟아부은 국내 배터리·소재 기업들의 재무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올해에만 AMPC로 거둔 합산이익은 1조3000억원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줄어든 상황이라 AMPC가 영업이익에서 제외되면 두 회사의 손실 규모는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배터리 업계는 IRA상 세제 지원 규모가 축소될 수는 있어도 법안 자체가 전면 폐지되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현욱 SK온 IR담당은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트럼프 후보 당선 시 보조금 삭감과 환경규제 약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IRA 투자가 공화당 지역에 집중돼 있고 다수의 공화당 의원이 IRA 폐기 반대 의사를 밝혀 당 내부에서도 IRA에 대한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화당 내 하원의원 18명과 의장은 IRA 폐기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 측도 "미국 대선의 결과가 전기차 시장의 향방에는 상당히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생산자에 대한 보조금인 AMPC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배터리 3사는 내년 IRA 보조금 축소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배터리 공급망서 중국 배제는 '기회'
기회 요인도 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 배터리 기업을 배제하기 위한 자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K배터리가 기댈 곳은 이 지점에 있다. 일례로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공화당과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 셀과 소재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시장 내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완성차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해 현지에 다수의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거나 신설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혼다, 현대차 등과의 합작공장 6개 등 총 8개의 공장을 가동 중이거나 건설하고 있다. SK온은 포드와 테네시, 켄터키 지역에 총 127GWh 규모의 공장 3개를 짓고 있고 삼성SDI 또한 스텔란티스, GM 등과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강화는 배터리 소재 기업에도 기회다. 일례로 포스코퓨처엠의 경우 미국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제외하면 독보적인 음극재 기업이 될 수 있다. 포스코퓨처엠의 지난해 글로벌 음극재 시장점유율은 2.1%로 10위다. 1~9위 모두 중국 기업들이 차지했다. 이들의 시장점유율을 합산하면 80.7%에 달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2월부터 음극재의 원재료인 인조흑연을 생산하는 등 원재료 내재화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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