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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재집권]한국물 발행사 '예의주시'…"금리 우려 크지 않다"8년 전과 달리 변수 '아닌' 상수로…배터리 기업은 불확실성 '확대'

이정완 기자공개 2024-11-11 07:48:45

[편집자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 2.0’ 시대의 개막이다. 정치 이념은 이전과 같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국내 산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한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축소, 관세 인상, 반친환경 기조 등을 예고해서다. 현지에 이미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반도체, 배터리 업계의 위기감은 더 크다. 더벨은 돌아온 트럼프 행정부가 재계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7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귀환에 성공하면서 한국물(Korean Paper) 발행사도 금리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8년 전 그가 처음으로 미국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보다 한국물 발행 규모가 크게 늘었기 때문에 발행사와 글로벌 IB(투자은행) 모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걱정보다 채권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를 시작할 때는 자본시장도 불확실성이 크다고 여겼지만 이제 그에 대해 잘 알게 된 만큼 내년 초 본격적인 임기를 시작하면 금리도 예상보다 안정권에 접어들 것이란 이야기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라는 정책 방향성으로 인해 고민이 깊어질 곳도 있다. 바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활용해 수혜를 입었던 배터리, 자동차 기업이다. 당분간은 트럼프의 발언에 따라 투심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

◇내년·내후년 '역대급' 차환 수요...민간기업은 고민 중

지난 6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승리가 확정된 후 미국 국채 10년물 시장금리는 13.8bp 오른 4.425%로 마감했다. 지난 7월 이후 최고치다.

트럼프는 두 번째 임기를 앞두고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예고하고 있다. 강력한 재정정책을 위해 국채를 더 많이 발행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시장금리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국채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출처=Investing.com)
사실 선거 전부터 미국 국채 금리는 상승세가 뚜렷했다. 지난달 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컷 전후 3%대 후반에서 형성되던 10년물 금리는 금리 인하 이후 4%를 훌쩍 넘어섰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됐다는 분석도 있지만 트럼프 트레이드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일찌감치 채권 가치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가 많았다.

시장은 이미 트럼프 당선을 점치고 있던 만큼 2016년 그가 처음으로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보다 변동성은 적었다. 8년 전 11월로 거슬러 올라가면 대선 전 1.8% 수준이던 10년물 금리는 선거 후 2%를 넘어섰다. 그가 임기를 시작할 무렵에는 2% 중반까지 올랐다.

외화채를 발행하는 기업이나 이를 돕는 IB업계 모두 트럼프 당선이 더는 변수가 아니라는데 입을 모았다. 한 발행사 관계자는 “첫 번째 당선 때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에 직면한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전과 상황이 달라졌다”며 “금리가 연말까지는 오를 수도 있지만 내년 초에는 다시 안정세를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은 연초부터 본격적인 자금 집행이 시작되는 만큼 새해 금리 향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내년부터 한국물 발행사는 대규모 차환 물량에 직면하기 시작한다. 올해 406억달러였던 한국물 상환 물량은 내년 468억달러, 2026년에는 556억달러까지 증가한다. 상환액이 500억달러를 넘어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IB업계 관계자는 “2020년 들어 코로나19로 인해 저금리 기조가 한창이던 시절 우리 기업이 저금리로 외화채 발행에 적극 나섰는데 이제 상환 일정이 도래하고 있다”며 “금리 부담이 이어진다면 4% 중후반 수준에서 새로 발행해야 하는 셈”이라고 평했다.

◇이종통화 발행 더 줄어들 듯

관세 확대와 대규모 감세 정책으로 인해 촉발될 또 다른 현상은 강달러다. 가뜩이나 한국물 시장은 달러채 집중도가 높다. 올해 3분기까지 440억달러가 발행됐는데 이 중 93%인 411억달러가 달러로 발행됐다. 반면 같은 기간 비G3 통화 발행액은 18억원으로 4%에 그쳤다.

통상 한국물 발행사는 이종통화를 발행해 달러로 스와프(Swap)한다. 환율 추이를 살핀 뒤 유리한 통화로 조달해 달러를 확보하는 셈이다. 하지만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면 이종통화 발행을 통한 실익이 더욱 떨어진다. 달러화 일변도가 심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Fed의 빅컷을 계기로 이종통화 시장이 커질까 하는 전망도 나왔지만 이 같은 추세라면 달러채를 택할 수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금리가 안정세에 접어든다고 해도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난 수년 동안 한국물 시장은 외화 조달 필요성이 늘어난 민간기업의 데뷔전이 활발했다.

대표적인 곳이 배터리 기업이다. 미국에서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을 집행하고 있어 투자처를 조달처로 삼았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이 달러채 데뷔전에 성공했고 자회사를 통해 조달하던 SK온도 은행권 보증을 받아 지난해 첫 발행에 나섰다. 다만 트럼프 재집권 후 바이든 행정부에서 만들어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대폭 축소할 것으로 전망돼 이들 기업에 대한 투심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자동차 기업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그룹도 IRA 세액공제를 기대하며 미국 내 입지를 키웠다. 현대자동차나 기아가 직접 한국물을 발행하는 건 아니지만 현대자동차 지원 하에 발행하는 계열사가 많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 같은 곳이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미국 내 그룹 자동차 판매량이 증가하자 올해 3분기까지 107억달러 규모 공모 달러채를 찍었다. 지난해 90억달러로 최대치를 경신했는데 3분기만에 이를 뛰어넘었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캐피탈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사실상 현대차에 투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인식한다"며 "현대차의 관세 부담 등에 대해서도 살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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