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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유증 넘치는 국장, 삼성전자가 보여준 '격' 자사주 매입에 10조 투입 선언, 주주가치 제고·재무 체력 '각인'

김경태 기자공개 2024-11-19 07:22:00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8일 09: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지난주 금요일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선언했다. 올 들어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파격적인 카드를 내놨다. 이번 행보는 주주환원정책으로 예고되지 않은 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내 시가총액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가 주주가치제고를 위해 10조원에 달하는 거금을 투입한 것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최근 국장(국내 증시)에서 주주가치 훼손을 일으킬 사안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재무적인 체력을 각인시키게 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삼성전자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무차입경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DS부문의 반전이 중요한 점은 여전하다.

◇파격적 자사주 매입·소각 선언, 차원 다른 '주주가치 제고' 의지

삼성전자는 이달 15일 오후 공시를 통해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목적은 주주가치 제고다. 향후 1년 내에 분할 매입할 예정이다. 이 중 3조원 어치의 자사주를 향후 3개월 내에 우선 소각할 예정이다.

앞서 올 1월 31일 2024년~2026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당시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의 50%를 주주환원할 계획을 밝혔다. 매년 9조8000억원 규모의 배당을 한다. 잉여현금흐름의 50% 중에 정규배당 이후에도 잔여재원이 발생하면 추가로 환원할 예정이라고 공표했다.

아울러 주주환원정책 대상 기간 종료 이전이라도 M&A 추진, 현금규모 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신규 주주환원 정책 발표하고 시행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자사주 매입·소각은 올 1월에 발표한 주주환원정책에서의 틀을 벗어나지는 않지만 공개되지 않은 내용이다. 실제로 내부에서도 속도감 있게 치열한 논의를 거쳐 실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역대급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한 배경은 단연 최근의 주가 하락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올 7월 11일 8만8800원을 찍은 뒤 점차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 후 5만원대에 진입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극심해졌다. 이달 14일에는 4만9900원을 나타내며 '4만 전자'가 되기도 했다.

이번 자사주 매입·소각에 관해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시선이 없지 않다. 단기간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0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쓰는 것보다 기술 경쟁력 강화, 인수합병(M&A) 등에 투입하는 것이 낫다는 논리다. 또 기타주주보다는 대주주에 도움이 되는 사안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행보는 최근 수년간 국내 최상위 대기업집단을 비롯한 국내 상장사들이 물적분할, 유상증자 등으로 지적을 받은 점과 극명히 대비된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적분할과 유증은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슈이지만 소액주주를 비롯한 투자자와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증권가에서는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미장)으로 떠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재무 체력' 각인…반도체 경쟁력 회복, 반등세 지속 '관건'

10조원 자사주 매입 추진은 삼성전자가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적극 나서는 기업이라는 점을 재확인시켰다. 아울러 주주환원을 위해 10조원을 쓰는 통 큰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체력이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게 됐다.

삼성전자의 연결 현금성자산은 DS부문이 부진하던 시점에 급격하게 감소했다. 2022년 3Q말 연결 순현금은 116조3600억원에 달했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작년 4분기말에는 79조6900억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올 들어 반전을 시작했다. 올 3분기말에는 86조8400억원을 기록하면서 3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보유한 비핵심 투자자산을 매각했다. 국내외 자회사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 수준에서 대규모 배당을 받기도 했다. 박학규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한 재무라인의 고군분투가 빛났다.

이런 와중에도 협력사 지원 명목으로 1조원을 금융권에 잡히기도 했다. 올 9월 24일 5대 금융지주와 협력사의 ESG 경영을 지원하는 1조원 규모의 '협력회사 ESG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8000억원, 삼성디스플레이가 2000억원을 국내 5대 은행에 예치하면 은행이 예치금 이자에 더해 대출금리 감면으로 국내 중소기업에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방식이다.


삼성전자의 파격적인 자사주 매입 추진은 여러 긍정적 효과를 발생시켰지만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근원적인 경쟁력 회복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관건은 DS부문의 반전이다.

올 들어 주가가 하락한 가장 큰 배경으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SK하이닉스에 선두를 내줬다는 점이 지적된다.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에 HBM3E를 사실상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도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아직 선택을 받지 못해 우려를 키웠다. 여기에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스템LSI에서의 대규모 적자가 이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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