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재집권]'한국 경제 기둥' 삼성·SK 반도체, 마이크론 약진 우려미 자국기업 적극 육성 전망, 보조금 축소 여부도 촉각
김경태 기자공개 2024-11-08 07:09:48
[편집자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 2.0’ 시대의 개막이다. 정치 이념은 이전과 같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국내 산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한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축소, 관세 인상, 반친환경 기조 등을 예고해서다. 현지에 이미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반도체, 배터리 업계의 위기감은 더 크다. 더벨은 돌아온 트럼프 행정부가 재계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7일 10: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국이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건 자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을 늘리고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서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이런 기조는 더욱 선명하고 강해질 전망이다.반도체업계에서는 미국이 궁극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제조를 자국기업에서 주도하는 그림을 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 분야에서 선전하는 마이크론의 약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최근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인텔의 극적인 부활 시도도 이뤄질 전망이다.
국내 경제를 떠받치는 반도체산업은 변곡점을 맞이하게 됐다. 중국 규제 강화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되지만 미국 투자에 대한 보조금 축소가 우려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들 기업의 자금운용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더 강해진' 트럼프, 마이크론·인텔 주가 '곧바로 반응'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반도체 지원법(칩스법·CHIPS Act)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 7월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다.
그는 "대만이 우리 반도체 사업을 전부 가져갔다. 대만은 엄청나게 부유하다"라며 "지금 우리는 대만이 우리나라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수십억달러를 주고 있으며 이제 그들은 그것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칩스법에 대해서도 '나쁜 거래'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만뿐 아니라 한국에 대해서도 보다 많은 것을 요구할 의사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를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고 불렀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대선과 맞물려 치러진 상·하원 선거도 공화당이 우위를 점하는 '레드 웨이브'(Red Wave)가 됐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정책 추진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상원은 국제조약 비준권, 하원은 정부 예산의 심사·승인권 등을 갖고 있어 각종 법안의 폐기, 축소 등이 가능하다.
반도체업계에서는 미국 상무부 보고서 내에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제치고 2030년대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다는 내용의 소문이 돌고 있을 정도다. 마이크론에는 이미 다수의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임직원이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이런 기조를 바이든 행정부보다 더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마이크론, 인텔 등 미국 기업의 약진에 대한 주목도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실제 국내 반도체업계, 증권가 등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뒤 마이크론의 주가 상승률이 엔비디아보다 높았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6일(현지시간) 주가는 전날보다 4.07% 상승한 145.61달러(20만1772원)에 거래를 마쳤다. 마이크론은 111.83달러(15만6953원)로 전날보다 6.01% 올랐다. 인텔은 25.05달러(3만5153원)로 7.42% 상승했다. 반면 글로벌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의 최강자이자 대만기업인 TSMC 주가는 같은 시간 1.30% 하락한 193.22달러(27만1126원)다.
인텔의 경우 최근 극심한 부진을 겪으면서 알테라 매각을 추진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알테라는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전문 자회사로 인텔이 2015년 인수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인텔의 사업 구조조정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체제에서 인수합병(M&A) 등 투자 활성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텔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SK, 자금운영 전략 '흔들'…거래망 점검 강화 필요성
트럼프 행정부에서 보조금 축소나 철회가 현실화하면 미국에 투자를 추진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총 170억달러(약 23조8000억원)을 투자해 4나노 공정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단계별로 64억달러(약 8조8000억원)의 보조금, 세제혜택을 받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공장을 짓기 위해 38억7000만달러(약 5조4000억원)을 투자하는데 4억5000만달러(약 6200억원)의 보조금, 세제혜택을 받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지원은 아직 실행되지는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집궙 이후 보조금이 줄어들거나 최악의 경우 철회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당초 계획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써야 한다.
이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투자 추진 여부, 자금 조달 및 운용 전략 등에 관해 원점에서 다시 재검토하는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고민이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선두를 내주면서 고전하고 있다. 또 마이크론보다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 등에서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을 선도하면서 대규모 자금을 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내년 3월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사업부) 잔금 22억3500만달러를 내야 한다. 최근 환율을 고려할 때 3조원 규모의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 일정을 변경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민이다. 국내 대형 로펌 M&A 전문 변호사는 "솔리다임 잔금 납입 일정은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제재를 더욱 강화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반도체 거래 관리를 더욱 세밀하게 나서야 한다. 작년 화웨이 스마트폰에서 SK하이닉스 반도체가 발견돼 이슈로 부상한 적이 있다. 지난달에는 TSMC가 화웨이 AI 칩셋에 자신들의 칩이 사용됐다며 미 상무부에 자진납세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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