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에 심은 '바이오통', 삼성그룹 신약 컨트롤타워 '이목' 고한승 사장 '미래사업기획단장' 흩어진 계열사 역량 확보 '관건', 바이오 빅딜 기대도
김성아 기자/ 김진호 기자공개 2024-11-28 08:43:18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7일 11: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3년간의 최장수 CEO. 성과와 업황 그리고 세대교체 등에 따라 인적쇄신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삼성그룹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고한승 사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부터 지금까지 CEO를 맡은 그룹 내 입지전적 인물이다.그가 그룹 신사업의 첨병 '미래사업기획단' 3대 단장이 됐다. 한평생 바이오 사업 외길을 걸었고 삼성그룹 바이오 사업의 초기 시절부터 세팅 업무를 맡았던 그의 인사에 업계 관심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삼성그룹이 작정하고 '신약'을 해보려는 행보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다.
글로벌 톱티어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자체 신약'은 필수다. 반도체의 위기국면에서 '바이오' 카드를 꺼내든 것도 그룹 차원에서 보면 의미심장하다. 리스크가 적은 CDMO와 시밀러 사업을 통해 탄탄한 인지도와 매출 기반을 만든 삼성그룹의 바이오사업이 고 사장을 기반으로 본격적으로 빅파마 도약에 드라이브를 걸지 주목된다.
◇삼성 바이오 기틀 닦은 인물, 리스크 낮추며 실적 '입증'
고 사장은 삼성그룹 바이오 사업의 기틀을 닦은 인물이다. 1963년생인 그는 미국 UC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생화학과 졸업 후 노스웨스턴대에서 유전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타겟 퀘스트, 다이엑스 등 미국 바이오 기업에서 경영진을 역임했다.
삼성그룹에 첫 발을 들인 건 2000년. 삼성종합기술원 임원급인 바이오연구 기술자문으로 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삼성전자 신사업팀 담당임원, 삼성전자 바이오사업팀 담당임원을 지냈다. 고(故)이건희 선대회장이 그룹 신수종 사업으로 바이오를 낙점한 2010년 이전부터 그룹 내 바이오 사업의 새싹을 틔워 온 셈이다.
고 사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설립된 2012년 곧바로 대표이사 전무에 올랐다. 이후 대표이사 부사장을 거쳐 2015년 12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13년간 대표직을 맡았다. 삼성 계열사 대표가 2~4년마다 교체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인사였다.
장수 배경은 그룹이 주문한 바이오 사업을 수행해낸 데 있다. 삼성그룹이 바이오 분야에 진출하면서 택한 전략은 ‘리스크 최소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 삼성바이에피스의 시밀러 사업은 모두 불확실성이 낮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 사장은 실제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성과는 최대화했다. 그의 업적으로는 주요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될 적기에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완수해 시장을 공략한 성과가 꼽힌다. 현재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주요국인 미국과 유럽 연합(EU)에서 승인받은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는 각각 8종과 9종에 이른다.
고 사장이 작년에 처음으로 도입한 '직접판매'(직판)에서도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다. 미국 머크(MSD)에서 분사한 오가논이나 바이오젠 등과 협력관계를 구축해 글로벌 의약품 유통망을 공략하던 것에서 벗어나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계획을 실행했다.
첫 대상 물질은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인 ‘에피스클리’였다. 회사의 이름을 딴 제품으로 2023년 7월 유럽에서 직판을 처음 시도했다. 솔리리스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의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PNH) 치료제로 글로벌 매출 4조원을 올리는 블록버스터다.
그 결과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는 에피스클리가 오리지널을 포함한 동종 성분의 의약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프랑스 최대 구매조합(UniHA)와 네덜란드 주정부 등 정부 입찰도 속속 수주하고 있다. EU 내 자체 유통망 구축 작업이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오통 고한승의 그룹행의 의미 '다양한 해석' 삼성표 신약 기대감도
CDMO와 시밀러 사업은 단기간에 최대 성과를 만드는 데는 탁월하지만 타사에 의존하기 때문에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복제약 특성상 개발할 수 있는 제품이 제한적인 데다 시장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오리지널 개발사와의 특허 시비 역시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더 큰 도약은 결국 ‘신약’에서 창출된다. '삼성이 신약에 나설 것이냐'를 둔 업계의 의구심은 삼성그룹이 바이오를 신수종 사업으로 낙점했을 때부터 흘러나왔다.
하지만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 10년, 1조원가량의 기간과 비용이 드는데다 성공확률도 희박하다. 신약개발 성공 확률은 0.001%. 삼성이 선뜻 나서기 쉽지 않았던 이유다.
고 사장의 그룹행은 삼성이 이제는 신약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는 의미라는 시각이 있다. 자금력과 기술력, 그리고 그룹 차원의 인프라까지 마련된 상태다. 생산설비 확충 등 투자 부담이 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연간 조단위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그룹 밸류체인과의 시너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성균관대 의과대학부터 강북삼성병원, 삼성서울병원, 삼성창원병원에 이르는 종합병원 네트워크는 신약개발의 첫 걸음 '임상'의 든든한 기반이다.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생명 등과 헬스케어 분야에서 협력할 여지도 많다. 현재로선 계열사 간 스킨십이 활발하지 않지만 필요하면 언제든 서로를 파트너로 만들 수 있는 셈이다.
고 사장이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인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으로 자리를 옮긴데 따라 흩어진 계열사 신약 인프라 및 역량을 한데 모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고 사장은 바이오통으로 폭 넓은 네트워크와 원활한 소통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2021년 한국바이오협회 7대 회장으로 올라선 이후 첫 임기 2년 동안 회원사를 늘리는 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국내외 바이오텍과 막강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텍들과는 협업을 단행하면서 M&A 및 투자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했다.
아무리 삼성이라고 해도 '신약'은 어디까지나 협업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고 사장의 네트워크는 M&A 등 빅딜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CEO로서 하지 못했던 더 큰 그림을 그룹 차원에서 실행할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삼성그룹이 미래사업기획단에 얼마나 힘을 실어줄 지는 지켜볼 일이다. 신설된 지 불과 1년밖에 안된 신생조직인데다 짧은 기간 단장이 3번이나 바뀌었기 때문에 역할과 권한을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고한승 사장은 외부와의 소통도 활발하고 꽤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로 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리더십이 탁월하다고 평가된다"며 "그룹 신사업을 담당하게 된데 따라 바이오 사업의 전사 역량을 한데 모아 궁극적으로 신약을 하게 된다면 M&A 빅딜 등은 기대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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