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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HB인베스트먼트]'초기조직' 전문가 고영훈 이사, 투자 보폭 넓힌다테크스타트업 경험한 공학박사…VC 입문 3년만에 성과로 실력 입증

최윤신 기자공개 2024-12-03 14:46:21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9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B인베스트먼트는 딥테크와 소프트웨어, 바이오·헬스케어를 3대 축으로 내실있는 투자를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하우스다. 황유선 대표이사를 비롯해 투자업계와 산업계 출신의 실력있는 심사역들이 줄줄이 포진한 덕분이다.

쟁쟁한 투자인력들 사이에서 고영훈 이사(사진)는 가장 빠르게 보폭을 넓히고 있는 심사역으로 꼽힌다. 공학박사로 초기창업 기업에 투신했던 그는 벤처캐피탈에 입문한 지 이제 막 3년이 지났는데, 벌써 '잭팟' 회수 사례를 만들어내는 등 빠르게 성과를 창출하며 업계의 이목을 모은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HB인베스트먼트는 올해 적극적인 펀드레이징을 통해 다수의 펀드를 결성했는데, 이를 통해 고 이사가 활약할 무대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 스토리: '새로운 도전' 즐긴 공학도, 초기창업기업 거쳐 VC로

1986년생인 고영훈 이사는 KAIST에서 정보통신공학 학사를 졸업하고 전기·전자공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공학도 출신이다. 대학원에서 아날로그 반도체 설계를 전공했다.

현업에서 일을 시작한건 박사과정을 하면서다. 박사과정 1년차 때 공동 연구개발을 위해 실리콘웍스(현 LX세미콘)에서 2년간 근무했다. 실리콘웍스 최초의 차량용 반도체 개발을 위해 신설된 조직에 초기 멤버로 합류해 핵심 IP 개발을 수행했다.

이후 연구실 선배가 창업한 메를로랩에 2년간 파견돼 핵심 지식재산권(IP) 개발 업무를 맡았다. 메를로랩은 지능형 전력제어 기술을 이용해 스마트조명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에너지플랫폼 사업을 추진하는 회사다.

박사과정을 마친 뒤 대기업에 취업하기보다는 초기창업기업으로 향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박사과정 4년 동안 초기 조직에서의 경험을 하면서 시스템이 완성된 기업보다는 초기창업기업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는 성향과도 맞았다"고 회상했다.

선택한 진로는 연구실 동기의 창업팀에 합류하는 것이었다. KAIST 석사과정을 함께 지낸 곽기욱 대표가 창업한 비햅틱스에 합류했다. 비햅틱스는 증강현실(VR)용 웨어러블 햅틱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다양한 디지털컨텐츠를 시청각뿐 아니라 촉각을 통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차세대 인터페이스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고 이사는 비햅틱스에서 하드웨어 개발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아 약 3년간 근무하며 주요 제품들의 개발을 완료했다.

이후에도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망이 계속 이어졌다. 그는 창업 초기회사인 오토실리콘으로 적을 옮겼다. 오토실리콘은 2018년 팹리스 기업인 어보브반도체와 텔레칩스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차량용 반도체 전문 팹리스 기업이다. 고 이사는 초기 멤버로 합류해 미래설계팀장을 맡아 전기차 배터리 화재 예방을 위한 차세대 배터리 진단 칩의 선행연구개발을 주도했다.

또 다른 도전을 고민하던 중 마침 산업계 경력의 심사역을 찾고 있던 HB인베스트먼트와 인연이 닿으며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첫 발을 내디뎠다. 2021년 하반기 HB인베스트먼트에 팀장으로 합류했고, 딥테크와 혁신서비스 분야에서 활발한 투자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초 이사로 승진했다.

어느덧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근무한 지 3년을 넘긴 그는 "VC는 항상 새로운 기술과 사업을 공부해야 하며 다양한 도전과제를 맞닥뜨리는 일이라는 점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며 "10년여간 완성되지 않은 초기조직에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 본 만큼 창업가와 진정성 있는 공감대를 갖는 심사역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철학 : 리더의 소통 능력 최우선 고려, 네트워킹 매개체 자처

그가 투자를 단행할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경영진의 '소통 능력'이다. 투자 횟수가 늘어날수록 회사가 직면한 이슈에 대해 촘촘하게 공유하고 지속적인 자문을 구하는 리더들이 이끄는 팀에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지고 있다.

그는 "펀딩 기간에만 투자자들을 만나려하는 창업가들이 더러 있는데 이런 경우 후속투자에 확신을 갖기 어려워진다"며 "평소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가지고 투자자들과 밀도 있는 소통을 하는 창업가에게 정교한 후속투자를 단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기창업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풍부한 고 이사는 회사의 상황에 알맞은 밸류업을 지원하는 데 집중한다. 핵심인력을 소개하고 협업 파트너와 고객을 연결해 좋은 결과를 얻어낸 경험이 많다.

초기기업과 VC의 입장을 모두 알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기업의 펀딩 전략에도 적잖은 자문을 주고 있다. 이런 밸류업 활동이 효과를 내기 위해선 결국 경영진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회사 현황을 세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는 "소통 역량이 뛰어난 리더들은 투자자뿐 아니라 임직원과 고객 등 모든 주체의 의견을 진심으로 경청하고 존중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방위적 소통 의지를 갖고 행동하는 경영진이라면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고 이사는 또 포트폴리오 기업간의 교류를 통해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생각으로 포트폴리오 기업간 다양한 네트워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디지털헬스케어기업간 밋업 행사가 대표적이다. 코어라인소프트, 온코소프트, 에이아이트릭스, 알피, 모니터코퍼레이션 등이 참여한다.

그는 "평범한 투자자가 스타트업에 특별한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며 "포트폴리오 기업간 네트워킹 매개체가 돼 스타트업들이 상호간 소통과정에서 발전적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트랙레코드 1 : 뚝심으로 라운드 리딩한 코어라인소프트 '잭팟'

기술기반 초기창업회사 근무 경험이 풍부한 심사역인만큼 딥테크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와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에 집중 투자한다.

HB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한지 이제 3년이 조금 넘었지만 이미 '잭팟' 회수사례를 써냈다. 올해 증시에 입성한 '코어라인소프트' 투자를 통해서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인공지능(AI) 기반 의료영상업체다. AI 기반 3차원 전산화단층촬영(CT)영상 분석 기술로 주목받는 회사다.

HB인베스트먼트는 코어라인소프트가 상장 전 마지막 투자유치를 진행하던 지난 2023년 2월 30억원을 투자하며 라운드를 리딩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당시 라운드에서 106억원을 조달했다.

고 이사의 뚝심이 투자라운드에 크게 공헌했다. 고 이사는 "2022년 중 HB인베스트먼트 내부적으로는 이미 투자 의사결정을 마쳤는데, 투자 당시에 펀딩 상황이 어려웠다"면서 "내부적으로 먼저 투자 의사결정을 마치고 딜을 반년 가까이 리드하며 성공적으로 클로징했다"고 설명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지난해 9월 스팩합병을 통해 증시에 입성했다. 코어라인소프트와의 합병 추진이 공시된 후 합병대상 스팩의 주가가 급등하며 당초 기대보다 높은 몸값으로 증시에 입성하게 됐다. HB인베스트먼트는 상장 이후 1개월의 락업이 풀리는 시점에 상당 물량을 처분하며 수익을 실현했고, 올해 9월 최종 엑시트를 마쳤다.

코어라인소프트는 HB인베스트먼트의 대표적인 회수 포트폴리오 기업으로 기록됐다. 30억원을 투자한 HB인베스트먼트가 회수한 금액은 110억원으로 최종 멀티플은 약 3.65배다. 투자부터 회수 기간이 짧아 내부수익률(IRR)이 502%에 달한다.

◇트랙레코드 2 : 디노티시아, 초기기업에 적극 팔로우온 사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투자한 '디노티시아'는 그의 적극적인 팔로우온 투자 성향이 잘 드러나는 포트폴리오다. HB인베스트먼트는 고 이사의 주도로 설립 초기인 이 회사에 25억원의 투자금을 투입했다. 이후 수개월만인 올해 7월 프리시리즈A라운드에서 30억원을 팔로우온 했다.

지난해 창업한 디노티시아는 AI 기반 데이터 솔루션 전문기업이다. 대형언어모델(LLM)의 필수 요소로 주목받고 있는 검색증강생성(RAG)의 핵심 기술인 하드웨어 가속 기반 벡터 데이터베이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사피온 등에서 시스템반도체와 스토리지 시스템, 데이터베이스 등을 두루 개발한 정무경 대표가 창업했다.

고 이사는 "사피온코리아 CTO 출신인 정무경 대표가 관련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빠르게 PMF(Product Market Fit)을 찾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며 "대표의 뛰어난 리더십을 기반으로 창업 1년여 만에 약 80여명의 조직으로 성장했고, 여러 스타트업을 비롯해 방송국·병원·대학교 등과 협업을 추진하며 기술 실증이 이뤄지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딥테크뿐 아니라 ICT 기반 혁신 서비스 영역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왔다. 세금환급 서비스인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 국내 최초 소송금융 서비스인 로앤굿, 온라인 내차팔기 서비스 헤이딜러 운영사인 피알앤디플랫폼 등이 주요한 투자사다. 그는 "ICT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 : CVC 펀드 핵운 맡아…밸류업 지원 다각화 목표

고 이사는 VC 업계에 입문한 지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훌륭한 트랙레코드를 쌓으며 빠르게 주요 펀드의 핵심운용인력을 맡았다. 현재 HB디지털혁신성장펀드 1, 2, 3호의 핵심운용인력을 맡아 적극 투자하고 있다.

HB디지털혁신성장펀드는 HB인베스트먼트가 지난 2022년부터 삼성증권 Private Deal Sourcing팀(PDS팀)과 공동으로 조성하는 펀드다. 1, 2호의 훌륭한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3호 펀드 결성까지 이어졌다.

고 이사는 올해 활동 반경을 넓히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HB인베스트먼트가 최근 결성한 HB스케일업투자조합의 핵심운용인력에 이름을 올린 것. HB스케일업투자조합은 올해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의 기술혁신전문펀드 출자사업 CVC스케일업 분야에서 GP로 선정되며 결성한 펀드다. 펀드의 주목적 투자대상은 초격차 분야에서 운용사 모기업(계열사 포함) 또는 펀드 출자자(LP)와 협력하는 국내 중소기업이다.

고 이사의 관심은 해당 펀드 운용에 집중되고 있다. 펀드에 출자한 HB테크놀로지와 HB솔루션이 반도체, 2차전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기술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투자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핵심운용인력으로서 해당 분야의 경쟁력 있는 기술 기업을 발굴해 투자수익률을 극대화 하는게 단기적 목표"라며 "관계사들이 각 영역에서 다양한 네트워크와 경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피투자기업에 더 다양한 밸류업 방안들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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