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이사회 평가]지누스, 현대백화점 맞춤 이사회…경영성과 '아쉽네'2022년 피인수, 계열사와 나란히…성과지표만 '평점 1점'
구혜린 기자공개 2024-12-13 08:21:33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9일 14:1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트리스 생산기업 지누스는 지난 2022년 현대백화점이 인수한 유가증권 상장사다. 현대백화점그룹 일원이 된 이후 선진화된 이사회 체계를 도입하면서 높은 수준의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등을 갖췄다. 500개 상장사 중 70위권에 속하는 이사회 점수로 계열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다만 현대백화점은 인수 후 지누스 이사회를 소속 일원으로 채웠으나, 경영성과 면에서는 그 효과를 누리고 있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지표, 경영성과지표, 재무건전성 지표가 상장사 평균 대비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이사회의 활발한 활동을 통해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공동소유' 창업주가 이사회 의장 '눈길'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지누스는 255점 만점에 164점을 받았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총점이다. THE CFO는 금융사를 제외, 국내 시총 상위 500개 상장사의 이사회를 평가했으며 이 중 지누스의 총점은 70위권에 속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상장사는 평균 총점 172점으로 평가됐는데 지누스 역시 그룹의 가이드를 따라 선진화된 이사회 체계를 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백화점은 2022년 약 8800억원을 투입해 이윤재 창업주의 지분 30%와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사회 의장을 창업주인 이윤재 회장이 맡고 있어 '구성' 지표만 점수(평점 5점 만점 중 3.3점)가 유독 낮았다. 지누스 이사회는 총 10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사내이사 7명, 사외이사 3명이다. 이사회에 속한 사내이사는 이윤재 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현대백화점그룹 편입 이후 선임된 인물들이다. 이 회장은 지분 7% 가량을 보유한 지누스 2대주주로 사실상의 기업 '공동소유자'로 평가된다.
가장 우수한 지표(평점 5점 만점 중 4.4점)는 '평가 개선 프로세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누스는 이사회 내부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를 지배구조보고서 공시 및 홈페이지를 통해 게시한다. 사외이사 개별 평가 역시 진행한다. 지난해 이 평가 내용을 기반으로 개선안을 마련했으며 사외이사 재선임 여부에도 반영하고 있다.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지난해 평가받은 종합등급은 'A등급'이다.
'정보접근성' 지표 점수 역시 준수하다. 정보접근성 지표는 평점 5점 만점에 4.2점으로 집계됐다. 이사회의 활동 내용, 지배구조보고서를 전자공시스템 뿐만 아니라 홈페이지에 게시, 일반 주주의 접근성을 높였다. 주주환원책 역시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공시했다. 다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소위원회를 갖췄음에도 후보 추천 경로를 단순 '이사회'로만 기재해 평점이 소폭 낮아졌다.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견제기능' 지표도 평점 5점 만점에 4점을 받아 이사회 건전성을 입증했다. 지누스는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부적격 임원의 선임 방지 정책을 마련했다. 상법상 의무 설치 소위원회 대상이 아닌 내부거래위원회도 운영하면서 이사회가 내부거래를 통제하고 있다. 등기이사의 평균 보수(1억8900만원)가 미등기 이사(2억2200만원) 대비 낮은 점은 평점을 소폭 낮췄다.
◇그룹 상장사 중에선 저조, 원인은 '성과'
다만 그룹 내 여타 상장사와 비교하면 총점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상장사 중에서는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총점 179점)가 가장 높은 이사회 평가 점수를 확보했으며 이어 △현대퓨처넷(총점 175점) △현대홈쇼핑(총점 174점) △현대그린푸드(총점 171점)가 170점 이상이었으며 △현대백화점(총점 169점) △한섬(총점 169점) △대원강업(총점 168점) 순으로 평가됐다.
지누스의 발목을 잡은 것은 '경영성과' 지표였다. 경영성과 지표 점수가 평점 5점 만점에 1.4점으로 여타 지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저조하게 나타났다. 경영성과 지표는 세부적으로 상장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투자지표 △매출성장률 등 경영성과 △부채비율 등 재무건전성 세 가지 항목이 KRX300 소속기업 평균 대비 어떤지를 평가한다. 지누스는 부채비율을 제외하면 모두 최하점인 1점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지누스의 PBR은 0.53배, 배당수익률은 0.55%, 주가수익률은 -48.27%, 총주주수익률(TSR)은 -48%로 각각 KRX300 소속 비금융사 평균치인 2.38배, 1.48%, 25.74%, 27.64%에 현저히 미달했다. 매출성장률은 -17.88%, 영업이익성장률은 -72.02%, 자기자본이익률(ROE)은 0.85%, 총자산이익률(ROA)은 0.49%로 각각 평균치 4.7%, -2.42%, 6.82%, 3.76%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구성원의 활발한 참여를 통해 경영성과를 높일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누스 이사회 '참여도' 지표 점수는 평점 5점 만점에 3.4점으로 경영성과 만큼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이사회 참석률은 100%였으나, 연간 이사회 개최 수가 6회에 그쳤고 사외이사 풀(pool) 관리를 위한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한 차례도 개최되지 않았다. 사외이사 교육 활동도 두 차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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