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전략 분석]SK스페셜티 매각, 회사채 상환청구권 과제로합산 4500억 공모채 상환청구권 부여, SK-한앤코 협상 가능성
이민호 기자공개 2024-12-30 08:37:55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8일 07시19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가 완전자회사 SK스페셜티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SK스페셜티 전체 자산의 3분의 1이 넘는 공모채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합산 4500억원 규모 공모채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제외될 경우 상환청구권이 부여되는 지배구조 변경 제한조건이 붙어있기 때문이다.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앤컴퍼니는 상환청구권 행사에 따른 부담을 감수하고 기존 공모채를 떠안을지 아니면 SK에 지분 매수 전 공모채에 대한 상환을 요청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SK그룹 반도체 소재사업 선봉…리밸런싱 광풍에 매물로
SK그룹 지주사 SK가 완전자회사인 SK스페셜티의 지분 전량을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 9월이다. 한앤컴퍼니는 당시 SK스페셜티 지분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현재 SK와 구체적인 계약조건을 협의하고 있다.
SK스페셜티는 SK 사내독립기업(CIC) 체제인 SK머티리얼즈 CIC의 핵심 계열사다. SK스페셜티는 애초 SK 반도체 소재사업의 출발점이다. SK는 2016년 2월 OCI로부터 OCI머티리얼즈 경영권 지분 49.1%를 4703억원에 인수해 SK머티리얼즈로 탈바꿈시켰다. 이후 2021년 12월 SK머티리얼즈에서 지주부문을 흡수 합병, 머티리얼즈 CIC로 재편하고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출범시킨 것이 SK스페셜티다.

SK스페셜티는 지난해 연결기준 전체 매출액(6817억원) 중 특수관계자 매출액 비중이 24%(1635억원)였으며 특히 SK하이닉스 매출액 비중이 18.9%(1290억원)를 차지했다. 올해 3분기 누적으로도 특수관계자 매출액 비중은 21.2%(1125억원), SK하이닉스 매출액 비중은 15%(799억원)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SK스페셜티는 SK그룹 리밸런스 작업 탓에 팔릴 처지에 놓였다. SK가 사실상 그룹의 명운이 걸린 2차전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SK→SK이노베이션→SK온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자금 소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그동안 신규사업 관련 지분 투자로 증가했던 차입금 줄이기에 나서면서 현금 확보책 중 하나로 SK스페셜티 지분 매각이 떠오른 것이다.
◇합산 4500억 공모채 상환청구권 부여…SK-한앤코 쟁점 부각

SK스페셜티는 지난해 현금흐름이 악화되면서 늘렸던 차입금을 올해 줄이는 데 힘써왔다. 2022년 말 5960억원이었던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은 지난해 말 8052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3분기 말에는 7567억원으로 다시 줄었다. 부채비율은 2022년말 150.1%에서 지난해 말 210.8%로 상승했다가 올해 3분기 말 205.7%로 하락한 상태다.
SK스페셜티는 회사채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해 왔다. 올해 3분기 말 총차입금의 76.5%(5788억원)가 회사채다. 2021년 2월 발행한 2300억원 규모 공모채의 만기가 올해 2월 돌아오자 1월 300억원 규모 사모채와 2월 합산 2000억원 규모 공모채를 발행해 차환하기도 했다. 다만 1.44%였던 금리가 4.099~4.750%로 상승하면서 이자비용 증가를 감수해야 했다.

올해 3분기말 미상환잔액을 보면 전체 회사채 5800억원(발행금액 기준) 중 공모채가 4500억원이다. 이들 공모채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제외될 경우 상환청구권이 부여되는 지배구조 변경 제한조건이 붙어있다. SK스페셜티가 한앤컴퍼니에 팔리면 SK그룹에서 제외되므오 이들 공모채 인수자들이 상환을 요구할지 말지에 대한 선택권이 생겨난다는 의미다.
이들 공모채 인수자들에 상환 책임이 있는 주체는 발행사인 SK스페셜티다. 하지만 SK스페셜티의 올해 3분기말 현금성자산은 496억원이다. 상환청구권 행사 정도에 따라 상환 규모가 달라지겠지만 당장 보유한 현금만 보면 공모채 갚기가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상환청구권 행사에 따른 부담을 기존 주인인 SK가 질 것인지 향후 주인이 될 한앤컴퍼니가 질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 문제는 SK와 한앤컴퍼니의 협상에서 주요 쟁점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한앤컴퍼니로서는 상환청구권 행사에 따른 부담을 감수하고 기존 공모채를 떠안을 수 있다. 이 경우 SK스페셜티가 상환 재원으로 쓸 수 있는 현금성자산이 충분하지 않으면 차입을 일으켜 대환하거나 회사채를 새로 발행해 차환하는 등 다양한 재무전략을 고안할 수 있다.
다만 공모채 미상환잔액이 4500억원으로 비교적 많아 상환청구권 행사가 몰릴 경우 재원 마련을 고민해야 할 여지도 있다. 올해 3분기말 기준 SK스페셜티가 차입금에 대해 담보로 제공한 토지, 건물, 기계장치 등 유형자산은 장부금액 기준 550억원(원화 환산 기준) 정도다. 전체 유형자산이 8785억원이므로 담보에는 여력이 있다.
반대로 한앤컴퍼니가 SK에 지분 매매 전 공모채에 대한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SK가 공모채에 붙은 상환청구권을 해결하지 못하면 지분 매매가 불가능하다. 공모채 미상환잔액 4500억원 중 2021년 12월 물적분할 전 발행한 합산 1000억원 규모 공모채에 대해서는 SK가 연대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상환청구권이 행사되더라도 SK가 대신 갚아줘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SK 머티리얼즈 CIC 측은 "매각 협상 중이라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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