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4월 09일 07시00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만난 재무 전문가는 국내 조선업 호황에 대해 "지금부터는 재무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조선업 호황 때는 돈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호황 뒤에는 언제나 자금난이 따랐다. 물밀듯이 밀려들어온 돈을 어떻게 쓸 것이냐에 따라 향후 국내 조선사들의 운명도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 등 조선사를 3곳이나 계열사로 보유한 HD현대그룹을 봐도 최근 조선업 호황이 명확히 드러난다. 이들 조선 3사의 지난해 신규수주액을 합산하면 41조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연말에 이르러 합산 수주잔고는 84조원을 돌파했다.
신규수주 호조로 불어난 것은 현금 여력이다. 조선업은 선박 인도 때 수취하는 잔금 비중이 50~60%로 높은 헤비테일(Heavy tail) 구조를 취하지만 수주에 따라 손에 쥐는 선수금도 무시할 수 없다. 조선 3사의 지난해말 별도 기준 선수금을 포함하는 계약부채는 합산 13조원이 넘었다.
HD현대그룹 조선 3사는 불어난 현금을 어디에 썼을까.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자본적지출(CAPEX) 소요나 배당금 지급에도 썼지만 기본적으로 빚을 갚는 데 썼다. 조선 3사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총차입금(리스부채 합산)을 2조4000억원 넘게 줄였고 연말에 이르러 잔액이 1조2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여기에 더해 조선 3사는 모두 순현금 상태가 됐다. 현재 현금 수준에서는 차입금을 다 갚더라도 2조1000억원 넘게 남게 된다.
이런 재무 변화에 대해 이 전문가는 "당장 비용을 줄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금이 생기니 굳이 이자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차입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을 것이다. 조선 3사가 지난해 부담한 합산 이자비용만 1900억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조선 3사는 연말에 이르러 재무건전성이 '역대급으로' 개선된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었다.
당장 차입부터 상환한 재무 전략을 두고 옳고 그름을 따지기는 어렵다. 현재는 다양한 용도 사이에서 이자비용 절감을 먼저 선택한 결과이며 애초 수주, 건조, 인도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조선업 특성상 언제든 운전자본 변동에 대응하려면 차입을 끌어다쓰는 것은 불가피하다.
다만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시험대인 것은 확실하다. 지주사 HD현대와 조선 계열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의 각 재무지원실을 모두 송명준 사장이 관할하고 있다. HD현대삼호와 HD현대미포 사내이사 중 한 자리도 모두 재무지원실 산하 재무 관련 부문장들의 차지다. 결국 HD현대그룹 조선 3사 재무 전략의 방향성은 사실상 같다. 호황의 끝에서, HD현대그룹 조선 3사가 어떤 모습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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