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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리밸런싱 성과 평가]'배터리·건설 살리기' 총력전...이종결합까지 불사②영업익 1조 SK E&S로 배터리 부담 통제...조직 안정화 등 과제로

정명섭 기자공개 2024-12-24 07:58:49

[편집자주]

올해 내내 '위기설'에 시달린 SK그룹이 달라졌다. 작년 말부터 대규모 인적쇄신,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긴축 경영으로 고삐를 죈 결과, 실적과 재무상태가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동시에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인공지능(AI) 분야 투자를 위한 여력도 쌓고 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부임한 이후의 변화다. 더벨은 최 의장 체제 1년의 성과를 살펴보고 2025년 과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9일 15: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의 올해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단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다. 크게 △합병·지분 이전 등을 통한 계열사 지원 △인공지능(AI) 투자 집중 △재무건전성 강화로 압축된다.

그중 계열사 지원은 꽤 파격적이었다. 배터리 사업을 살리기 위해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SK온-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 합병이 추진됐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현금창출력 저하, 신사업 성과 부진에 시달린 SK에코플랜트에는 알짜 계열사들(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에센코어 등)이 편입됐다.

계열사 간 합병·지분 이전 묘수로 각 기업은 재무지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피합병 구성원들의 혼란과 배터리·건설 사업의 근원적 경쟁력 회복은 과제로 남았다.

◇'돈 먹는 하마' 된 배터리, 모회사 SK이노까지 흔들

SK그룹은 2010년대 들어 에너지-통신-반도체를 이을 새성장동력으로 배터리 사업을 낙점하고 전사적인 자원을 쏟아부었다. 배터리는 내수 기반 중심이던 SK그룹 사업구조를 탈피해 줄 '제2의 반도체'로 인식됐다.

본격적인 투자는 2016년부터 시작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서든데스(갑작스러운 죽음)'를 맞게 될 수 있다고 강조한 시기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소재 신증설 총투자액은 2015년 1413억원에서 2016년 4343억원으로 빠르게 늘었다. 배터리 업계 후발주자였던 SK이노베이션의 생존법은 대규모 투자였다. 배터리 산업이 과거 반도체 산업의 성장과 유사하다고 보고 대규모 대량생산체계를 빠르게 구축해 경쟁사를 따돌리는 전략이었다.

배터리·소재 설비 투자금은 2020년 7조6957억원이었다. 배터리 사업이 물적분할해 SK온이 출범한 이듬해 투자금은 20조원을 돌파했다. 서산공장 증설, 미국 조지아주 1·2공장 설립 등이 확정된 영향이다. 포드와 약 10조원을 들여 미국에 배터리 공장 3개를 짓기로 한 것도 투자금이 늘어난 요인이다.


대규모 투자는 계속됐지만 조달은 쉽지 않았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2022년 1월 기업공개(IPO)에 성공해 10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한 이후 '물적분할+상장'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반감이 커져 같은 방식을 답습하기가 어려웠다. 2022년 들어 각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자금경색이 발생해 SK온은 원하는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영업현금흐름 적자가 지속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는 계속되다 보니 차입금이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SK온 출범 당시 4조5000억원이던 총차입금은 2023년 말 19조원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60%에서 188%로, 차입금의존도는 40%에서 53%까지 올랐다. 2022~2023년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2조원), 프리IPO(약 2조8000억원), 블루오벌SK(포드 JV)에 대한 포드의 자본 납입(5조2000억원) 등에도 재무체력 저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는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에도 부담이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작년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역대 가장 높은 30조5350억원이었다. 1년 전보다 3조3668억원 증가한 수치다. 배터리 부문의 자본적지출(CAPEX) 부담으로 잉여현금흐름이 수년째 마이너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로 올해도 SK온의 현금창출력이 개선되지 않자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카드를 꺼냈다. 국내 최대 도시가스 기업(점유율 22.8%)인 SK E&S는 최근 3년 연속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둔 그룹의 알짜 계열사다. 배터리 사업이 살아나기 전까지 견딜 수 있는 현금흐름을 창출해줄 구원수투인 셈이다.

같은 목적으로 SK온에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을 붙였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최근 5년(2019~2023년) 평균 매출액은 37조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4033억원이었다. 작년 말 기준 보유 현금은 8844억원이다. 신용평가사와 증권사들은 SK이노베이션과 SK온 합병 건에 대해 대체로 재무구조 개선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사업구조 재편 성공했지만...조직 안정화·근원적 경쟁력 회복 과제로

SK에코플랜트에는 산업용 가스 계열사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반도체 모듈 제조 계열사 에센코어가 편입됐다. 2026년 기업공개(IPO) 데드라인이 다가오고 있지만 실적과 재무 등 모든 면에서 고전하자 SK그룹이 내놓은 고육책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1조원 규모의 프리IPO(상장전 지분투자)를 추진할 당시 재무적투자자(FI)에 2026년 IPO를 약속했다. 그러나 신사업으로 낙점한 친환경 사업의 수익성이 여전히 낮은 데다 건설 업황 둔화까지 겹친 상황이다. 정기인사 시즌이 아닌 지난 5월 CEO를 이례적으로 교체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SK하이닉스와 SK에너지, SK실트론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에 산업 가스를 장기 공급하고 있어 매출과 이익률 등이 안정적이다.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576억원, 653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25%였다. 2019년부터 작년까지 연평균 영업이익률은 31.5%에 달한다.


급한대로 굵직한 합병과 지분 이전 등을 완료했지만 구성원들의 혼란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사업상 시너지보다는 '배터리와 건설 계열사 살리기'이 주요 목적이었던 탓이다. 졸지에 구원수투를 맡은 SK E&S는 탄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임원을 줄여야 했다. 합병 이후에도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운영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막상 재무와 컴플라이언스, PR, CR 등 스텝 조직은 SK이노베이션과 통합되면서 뒷말이 나왔다.

배터리 사업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원유·석유화학 제품 트레이딩(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에너지 저장·운송(SK엔텀)을 SK온에 붙이고 건설 사업에 산업용 가스(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반도체 모듈(에센코어) 부문을 더한 점도 여전히 인위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배터리 실적 개선과 CAPEX 조절, SK에코플랜트 사업 전환 등 근본적인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점도 고제로 남았다.

SK그룹 한 관계자는 "올해 주요 합병 건은 그룹 내 상당히 큰 변화라 조직을 안정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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