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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숨은 강자들]동성케미컬 "친환경소재 시대, 생산체계 선제 구축"이만우 대표 "과학기업으로 '리브랜딩', 2029년 신사업 비중 20%로"

정명섭 기자공개 2025-04-10 07:17:08

[편집자주]

석유화학은 반도체, 자동차 등과 한국의 수출을 떠받친 핵심 산업이었다. 그러나 중국·중동발 공급과잉, 글로벌 수요 둔화 등으로 전례없는 위기에 봉착했다. SK와 롯데, LG 등 주요그룹 화학사마저 수천억원대 손실을 기록할 정도다. 그럼에도 꿋꿋한 기업들이 있다. 업황 둔화가 무색할 정도로 탄탄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특정 분야에서 확고한 강점을 보유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벨은 석유화학업계의 숨은 강자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7일 15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례 없는 어려움에 봉착했다. 중국·중동 경쟁사의 설비 증설에 고금리 기조,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따른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우하향했다. 이들이 생존을 위해 내세운 건 고부가가치·친환경 제품 전환이다. 중국 경쟁사들이 단기간에 대체할 수 없는 분야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친환경 제품의 경우 시장 개화 시기가 당초 전망보다 늦어지면서 당장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석탄·석유 등 전통 에너지 사용 확대를 장려하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이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기업 계열 화학사마저 친환경 소재 투자를 재검토하기 시작한 이유다.

그러나 40년 이상 화학업계에 몸담은 이만우 동성케미컬 대표이사(사진)는 "환경오염 등 플라스틱으로 인한 문제를 단순히 사용량 저감이나 재활용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컴포스터블 소재(퇴비화할 수 있는 소재)와 같은 대체제가 필요하다"며 "다음 세대가 살아가려면 반드시 '친환경'이라는 방향으로 가야 하고 화학사들이 그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소재, 정책 불확실성·높은 가격 문제...규제 강화로 시장 커지는 시점 올 것"

이 대표는 지난 2일 더벨과 인터뷰에서 친환경 소재 분야의 개화 시기가 늦은 구조적인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를 지적했다. 하나는 정책과 인프라의 불확실성이다.

일례로 환경부는 '미생물이 있고 산소 공급이 충분한 58도 정도의 흙에 가루로 된 수지를 넣었을 때 180일 이내 90% 이상 분해'될 경우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인정하고 '친환경' 마크를 달아준다. 그러나 온도가 58도나 되는 토양이 자연에 존재하기 어렵다. 국내에 퇴비화 환경을 구현한 시설이 없어 산업 퇴비화 조건에 맞춘 친환경 제품 환경표지인증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또한 생분해 플라스틱은 분리배출 대상이 아니어서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이 원칙이다. 제조사가 의무적으로 일정량을 수거해 재활용해야 하는 대상도 아니다.

이 대표는 "국내 생분해성 플라스틱 관련 환경표지 인증 기준이 오락가락하면서 국내 관련 산업 생태계 위축된 상황"이라며 "산업 퇴비화, 선별 수거 체계 미비로 값비싼 친환경 소재들이 일반쓰레기와 함께 소각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문제는 친환경 소재의 고비용·저수요 구조다. 컴포스터블 소재는 기존 석유계 플라스틱 대비 2~3배 이상 단가가 높아 대형 브랜드조차 사용하기 어렵다. 소비자들도 컴포스터블 소재의 친환경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대표는 "석유계 플라스틱은 지난 150여년간 밸류체인이 완벽하게 갖춰졌고 생산성이 극대화돼 가격이 낮은 것"이면서도 "EU(유럽연합)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은 재활용·컴포스터블 소재 사용 규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장은 규제와 정책 변화에 따라 특정 시점에 급격히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기술개발이나 정책적 지원이 늦을수록 이미 많은 투자가 선행된 중국, 유럽 등에 산업이 잠식당할 가능성이 크다"며 "동성케미컬은 시장 개화 시점에 즉시 대응 가능하도록 기술, 인증, 생산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학→과학기업으로 '리브랜딩'...2029년까지 4대 신사업 매출 20%까지 확대

동성케미컬은 연초 화학사에서 친환경 소재 과학기업으로 정체성을 바꾸고 △친환경 △고기능 △에너지 △바이오 등 4대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지난 5년간 사업구조를 재편해왔다. 컴포지트 사업부 매각, 석유화학 사업 축소, 바이오플라스틱 사업부 신설 등이 대표적이다.

동성케미컬은 석유화학 부문에서 2023년 여수공장 내 관련 설비 70%를 철거하고 유기과산화물 설비 증설에 나섰다. 투자 규모는 약 130억원이다. 유기과산화물은 태양광 EVA 시트, 인조대리석 경화제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는 기능성 핵심 소재다. 현재 증설 공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약 2개월의 인허가 과정, 보강 작업을 거쳐 올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동성케미컬의 유기과산화물 생산능력은 기존 대비 연산 4000톤 이상 확대된다.

동성케미컬은 2022년 컴포스터블 패키징 브랜드 '에코비바'를 론칭하고 에어캡을 출시했다. 작년에는 국내 화학사 최초로 컴포스터블 비드폼을 개발해 전자제품, 스포츠용품, 신선식품, 의약품 분야 등 거래처 20여곳을 확보했다.

기존 캐시카우인 폴리우레탄 사업 부문에선 바이오매스 원료를 적용한 신발 미드솔 소재를 개발해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트래킹화에 적용하는 등 혁신 소재를 내세워 매출을 키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한 연장선으로 인도네시아에 자동화 시스템 갖춘 연산 6만톤의 신규 폴리우레탄 수지 공장도 짓고 있다. 이 공장의 생산능력은 기존 해외법인 3곳의 합산 생산능력보다 3배 이상 높다. 동성케미컬은 2029년까지 4대 신사업 매출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이 대표는 "2024년은 대내외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친환경, 고기능, 에너지, 바이오 부문 성장을 목표 로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하며 내실을 다진 한 해였다"며 "올해도 친환경 정책 변동성 확대, 주요국 보호무역 기조 심화 등으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사업의 질적 성장, 오픈이노베이션 통한 연구개발(R&D) 가속화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창사 이래 첫 중장기 배당정책 발표...IR 활동 확대 예고

이 대표는 동성케미컬이 안정적인 이익을 거두는 화학사임에도 시장에서 저평가받는 데 대해 "국내 화학산업 자체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화학산업은 글로벌 수요 성장 둔화와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 역내 공급 과잉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대표는 회사의 적정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시장과 소통을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작년 12월 창립 이후 처음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중장기 배당정책을 시장에 안내했다"며 "기관투자자, 애널리스트 대상 IR 활동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1959년생으로 성균관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1985년 LG화학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89년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의 한국 지사인 한국바스프로 자리를 옮겨 유화사업부문 엔지니어링플라스틱사업부장, 스페셜티사업부문장, 아태 건축토목화학산업 총괄, 화학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2016년 바스프와 코오롱그룹 계열사 코오롱ENP(당시 코오롱플라스틱)가 합작 설립한 코오롱바스프이노폼의 공동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동성그룹에 합류한 시기는 2020년이다. 이 대표는 그해 3월 동성그룹 지주사인 동성코퍼레이션 대표에 선임됐다. 동성코퍼레이션은 이듬해 자회사 동성화학을 흡수합병해 동성케미컬로 사명을 바꿨다. 이 대표는 오너 3세 백진우 대표와 통합법인 각자 대표에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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