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디·배 할퀴는 중국]국산 전기차·배터리 '비상', BYD·CATL 침투 가속⑥대기업 새 먹거리 내줄 위기, 캐즘 장기화 우려 확산
김도현 기자공개 2024-12-24 07:58:22
[편집자주]
중국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를 기점으로 이같은 기조는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양강 사이에 낀 한국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먹거리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비상이다. 소재, 부품 등 특정 품목에서는 이미 중국에게 주도권을 뺏겼다. 우위를 보이던 장비마저 중국산이 판을 친다. 중국 공세에 시달리는 국내 소부장의 현주소와 대안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3일 15: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강세를 보여온 수출품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였다. 삼성, SK, LG 등 대기업 중심으로 형성된 공급망이 탄탄한 덕분이다. 이를 잇는 것이 배터리다. 마찬가지로 3개 그룹의 계열사가 주축을 이룬다. 이와 함께 글로벌 완성차 '톱3'로 부상한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한국 경제의 주축이 될 것으로 기대받던 전기차와 배터리는 일시적 수요 정체(캐즘)라는 암초를 만났다. 성장세 둔화로 수익성이 급감한 것이다. 중국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과 달리 기술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이 위기의식을 키웠다.
◇값싸고 튼튼한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의 역습
2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BYD는 내년 초 한국 브랜드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이미 복수의 딜러사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한국 시장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BYD가 국내에서 판매할 차량 중 대표적인 것이 '아토3'다.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저가형 모델이다. 출시가가 3000만원 중후반 수준으로 보조금까지 받는다면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와 기아 등에서 내놓은 중저가 모델과 정면승부가 불가피하다.
올해 국내의 경우 하이브리드 제품이 대세를 이루면서 전기차 판매가 주춤했다. 배터리 화재 등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BYD는 주행거리가 부족해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배터리로 평가받는 리튬인산철(LFP) 계열을 주로 쓴다. 영토가 넓지 않고 아파트 등에 밀집해서 거주하는 한국 특성상 LFP 배터리가 유인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BYD가 국내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다면 현대차와 기아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로보락의 로봇청소기, TCL의 TV 등으로 중국산에 대한 이미지도 상당 부분 개선된 상황이다.
실제로 테슬라, 기아, KG모빌리티 등의 LFP 배터리 탑재 전기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 비교적 가격까지 저렴해 더욱 반응이 좋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배터리 확산도 빨라지고 있다. LFP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는 곳이 CATL, BYD 등 중국 기업인 영향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차가 코나 등에 CATL의 2차전지를 적용하고 있다. 이전 모델에서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배터리를 활용한 것과 대비된다.
테슬라를 비롯해 GM, 포드, BMW 등 국내 배터리 3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전기차 제조사들도 중국 협력사와 손을 잡고 있다. 외부 변수로 수익성이 크게 하락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을 향한 불안감을 높이는 요소다.
문제는 이들 업체가 전방산업 성장을 기대하면서 국내외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점이다. 조단위 자금을 쏟아부어 주요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뛰어들었으나 관련 효과는 더 기다려야 나타날 판이다. 이로 인해 생산라인 준공 일정을 미루는 등 대안 모색에 나서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가전,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시장이 성장 한계에 직면하면서 대안으로 꼽힌 배터리마저 중국이 세력을 넓히면서 삼성, LG, SK 등의 신성장동력이 흔들리는 상태"라면서 "당분간 전기차 캐즘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투자금 회수가 더욱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재집권 임박, 중국의 해외 공략 가속화 전망
전기차 산업의 주요 변수 중 하나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가 꼽힌다. 내년부터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는 가운데 중국을 향한 제재가 더욱 강해질 것이 유력하다. 미국의 '중국산 숨통 끊기'는 반도체를 넘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으로 퍼질 가능성이 크다.
표면적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을 노리는 한국에 긍정적인 것 같지만 마냥 그렇지 않다. 미국 대신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거세질 수 있어서다. 한국 진입을 가속화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양대산맥인 CATL과 BYD는 물론 CALB, 고션, 선우다 등은 유럽과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이는 배터리 점유율에서도 나타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배터리 출하량 순위에서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매출액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건 저가 공세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관계자는 "중국 내수시장을 장악한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기존에 주도권을 쥐던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다소 낮아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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