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24일 0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토목 엔지니어링 산업은 경제 발전과 궤를 같이했다. 정부는 1962년 1월 공표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시공을 담당할 건설업과 더불어 설계를 담당할 엔지니어링업도 육성했다. 국토 개발뿐 아니라 도로나 교량, 상하수도의 밑그림을 제대로 그려야 그에 걸맞은 공사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정부가 같은 해 3월 한국종합기술의 모태인 '국제산업기술단'을 출범시킨 배경이다. 국제산업기술단은 경부고속도로 기본 및 실시 설계, 여의도 종합 개발 계획 수립 등 국토 발전에 다양한 족적을 남겼다.
이후 사명을 바꾼 한국종합기술은 사업적 측면뿐 아니라 기업 지배구조에서도 새로운 길을 걸으며 주목을 받았다. 국내 상장사 최초로 종업원 지주회사 형태 전환을 통해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지배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공기업에서 출발한 한국종합기술은 민영화 방침에 한진그룹에 매각됐다. 이후 한진중공업그룹에 편입됐지만 다시 매각 대상에 올랐다. 그러자 토목 설계에만 전념했던 임직원들이 나섰다. 그들은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더불어 한국종합기술이란 기업의 성장과 함께했다는 자긍심에 종업원 지주회사란 방안을 찾은 것이다.
종업원 지주회사 전환 당시 전체 임직원의 90% 가까운 인원인 800여명이 십시일반 지갑을 열었다. 이들이 모은 자금과 자본시장의 인수금융을 더해 한국종합기술 최대주주 지분을 507억원에 인수할 수 있었다. 이렇게 출범한 국내 최초 종업원 지주회사가 한국종합기술의 최대주주 '한국종합기술홀딩스'다.
이달 15일은 한국종합기술이 종업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지 7년째 되는 날이다. 전환 당시 제기됐던 경영 전문성 부족이나 의사결정의 불일치성 등 우려와 달리 한국종합기술은 임직원들 스스로가 세운 지배구조 안에서 다양한 방법을 찾아 성장하고 있다.
최근엔 임직원협의회가 갖는 권한을 법적으로 명확히 하기 위해 협동조합 구조로 전환하는 등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 내년 초 임직원들이 직접 선출한 김한영 사장의 임기가 시작한다. 후보자 토론회를 지켜본 임직원들이 뽑은 네 번째 사장이다.
모두 한국종합기술 임직원이 머리를 맞대 만든 결과물이다. 한국종합기술이 남긴 발걸음은 다소 획일화된 국내 기업 지배구조 가운데 다양성을 더한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남들과 다르지만 틀리지 않은 길을 걷는 한국종합기술의 본질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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