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그룹 100년의 유산]설탕 정제를 위한 필터, 이온교환수지 생산기업 변신④1970년대 국산화 성공, 프리미엄 시장 개척…수처리 시스템 통합 제공 '청사진'
윤종학 기자공개 2025-01-22 07:57:39
[편집자주]
1924년 설립된 삼양그룹은 국내 대표 장수기업이다. 창립 초기에는 식품과 섬유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왔지만 현재는 식품과 화학, 의약바이오 사업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101살이 된 삼양그룹은 각 부문의 스페셜티(고기능성) 사업을 키워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더벨은 삼양그룹의 지난 100년 역사를 통해 현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된 과정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스페셜티 사업의 개발 배경 및 청사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6일 08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양그룹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온교환수지를 생산하고 있다. 모태사업인 제당사업에서 설탕을 정제하던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이온교환수지 사업으로 확장됐다. 이후 2014년 계열사인 삼양화인테크놀로지를 설립하며 이온교환수지 사업의 스페셜티(고기능성)화에 나서며 차세대 이온교환수지를 개발하고 있다.삼양그룹은 최근 이온교환수지 뿐만 아니라 산업용 수처리 소재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기존에는 수처리 과정의 일부인 이온교환수지만 제공했다면 역삼투막, 이온교환장치 등 수처리 시스템 전체를 통합으로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설탕 정제 위한 국산화, 프리미엄 초순수용까지 기술 고도화
이온교환수지는 쌀알보다 작은 알갱이 형태의 입자다. 이온교환반응을 일으키는 교환기를 통해 이온성 불순물을 제거하도록 만든 여과제의 일종이다. 물이나 액상물질에는 여러 불순물이 양이온이나 음이온 형태로 있는데 이를 걸러내는 필터 역할을 한다.
이온교환수지는 현재 식품과 의약, 반도체, 원자력 등 여러 분야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지만 1970년대까지는 전량 수입에 의존했었다. 당시 삼양사는 사탕수수의 색소성 물질을 제거해 생산되는 설탕을 더 하얗게 만드는 용도로 이온교환수지를 사용하고 있었다. 수입 의존으로 인한 불편함과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60년대 후반부터 국산화에 나섰다.
이후 삼양사는 관련 기술과 중간재를 보유하고 있던 일본의 기업들과 협의한 끝에 1976년 12월 울산공장에 양이온교환수지 생산시설을 국내 최초로 구축했다. 1985년에는 음이온교환수지 국산화에 성공했다.
당시 국내에 양·음이온교환수지 생산시설과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은 삼양그룹이 유일했고 전세계적으로도 4~5개 기업에 불과했다. 현재까지도 기초 원료에서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이온교환수지 생산 체제를 갖춘 국내 기업은 삼양그룹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온교환수지 시장은 2000년대 후반에 이르러 물을 정제하는 수처리용에서 더욱 다양한 산업군으로 쓰임이 확대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이에 발맞춰 삼양그룹은 초순수용 이온교환수지를 개발했다.
초순수는 물 속의 불순물(이온, 미생물, 유기물 등)을 거의 완전히 제거한 물로 99.9999% 이상 순수한 상태를 의미한다. 반도체 웨이퍼 세척 및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며 물 속 불순물이 발전 시스템에 스케일을 생성하거나 부식을 유발할 수 있는 원자력발전소에서도 사용한다.
삼양그룹은 초순수처럼 더욱 균일하고 교환능력이 우수한 수지를 찾는 수요가 늘자 2016년 군산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균일계 이온교환수지 전용 공장을 준공해 프리미엄 이온교환수지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균일계 이온교환수지는 입자 크기가 격자 무늬로 균일하고 촘촘하게 나열돼 빠른 속도로 일정한 반응 값을 얻을 수 있고 비균일 이온교환수지과 비교해 수명도 1.5배 더 길다.
삼양그룹은 국내 유일의 이온교환수지 생산기업으로서 식품, 의약, 촉매 등 200여종의 이온교환수지를 생산해 전 세계 50개국 400개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향후 프리미엄 시장 확대를 위한 신사업 개발 등을 통해 아직까지 외국 제품이 지배하고 있는 국내 시장 점유율을 기존 40%에서 50% 이상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온교환수지 기반 수처리 시스템 통합 제공
삼양사는 이온교환수지(IER) 기술력을 기반으로 산업용 수처리 소재 분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트리라이트'라는 브랜드로 통합해 역삼투막(RO)와 전기분해식 이온교환장치(EDI)를 출시했다. 앞서 수처리 시스템의 일부인 이온교환수지만 생산했다면 이제는 수처리 시스템 전체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수처리 시스템은 원수의 상태와 최종 용도의 순도 요구사항에 따라 다른 부분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원수에서 미세한 이온, 유기물, 세균 등을 제거하는 주요 처리 과정을 거친다. 삼양그룹이 출시한 역삼투막과 이온교환수지, 이온교환장치 등이 해당 과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큰 입자와 불순물을 제거하는 전처리 단계를 거친 물은 역삼투, 이온교환, 전기탈이온 등의 주요 처리 단계로 넘어간다. 역삼투는 반투막을 통해 물속의 염분과 이온, 미생물, 유기물을 제거한다. 그 다음으로 이온교환은 양이온 교환수지와 음이온 교환수지를 사용해 물속의 이온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전기탈이온 과정에서 전기를 이용해 남아 있는 이온을 제거하게 된다.
삼양사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수처리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수처리 맞춤형 솔루션을 통해 고객사에게 수처리 시스템 구축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입지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삼양사 관계자는 "앞서 반도체, 원자력발전소 등 이온교환수지의 기술 고도화를 통한 사업을 전개했다면 수처리 사업의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대부분의 공장에서도 공업용수를 처리해야되는 수요가 있는데 이온교환수지뿐 아니라 모든 수처리 과정을 관리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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