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보상제도 톺아보기]이마트, 성과 중심 문화 전환 첫 걸음 'RSU 제도'2023년 7월 도입 후 임원 대상 자사주 부여, 주가 저평가 '기회와 리스크' 공존
정유현 기자공개 2025-01-24 07:56:27
[편집자주]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경영진 및 임직원이 낸 성과에 대한 보상을 지급할 때 주로 현금을 활용한다. 한때 성과와 보상을 강력하게 연동하기 위한 차원에서 '스톡옵션' 붐이 일기도 했지만 현재는 거의 쓰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까지도 현금성 보상이 대세이기는 하나 주식을 직접 지급하는 형태의 보상제도의 도입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더벨이 변화하는 대기업들의 성과 보상제도를 분석해 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1일 15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통사 중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를 도입한 기업 중 한 곳이 이마트다. 뉴욕증시(NYSE)에 상장한 쿠팡이 RSU를 성과 보상에 활용하고 있지만 국내 유통 상장사 중에서는 사실상 이마트가 유일하다. 2023년부터 주가 회복과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RSU를 활용하고 있다.RSU는 대주주가 지배력 강화를 통해 승계에 악용할 수 있다는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 RSU는 스톡옵션과 달리 대주주 등 특수관계인에게 부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대주주에게 물량을 부여하지 않으면서 이 같은 논란에서 자유로운 상태다. 단순한 임원 보상을 넘어 장기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성과와 보상 연계 강화, 임원 대상 책임있는 경영 성과 창출 주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마트는 2024년 1월에 부여한 RSU 지급을 위해 자사주 775만주를 취득한 후 처분한다. 처분 주식 가격은 주당 6만5900원으로 총 5107만2500원이다. 재직 중인 임원 13명이 대상이다.
이마트는 2023년 7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임원 대상으로 RSU 제도를 도입했다. 성과 중심 문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해석된다. RSU는 임직원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자사 주식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보상 제도다.
이마트는 RSU를 도입 4개월 후인 2023년 11월 전략실 조직 개편을 단행했고 당시 부회장이었던 정용진 회장은 전략회의를 주재해 철저한 성과 중심의 인사와 보상 제도를 갖출 것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신세계그룹의 인사 제도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고 예측 가능하고 객관적이고 명확한 핵심성과지표(KPI) 수립을 주문했다. RSU 제도 안착을 위해 주요 기준이 되는 명확한 KPI를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성과 중심 보상 체계를 통해 우수 인재 락인(rock-in) 효과를 보고자 한 것이다. 이커머스의 등장으로 유통 업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핵심 인재를 장기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체계적인 보상 제도를 갖추는 것에 대한 니즈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가 내세운 가득조건은 부여일부터 지급일까지 임원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급 수량은 기존에 부여된 최대 주식수량에 지급률을 곱해 정한다. 지급률은 지급 시기와 부여 대상 임원의 연간 성과 평과 결과에 따라 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한 번에 지급하지 않고 부여 회차 마다 두 번으로 분할해 지급한다. 특정 시점 의존도 줄여 단기적 주가 변동성을 상쇄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보인다.
◇대주주 지급 주식 없고 주식 희석 'No', PBR .01배 '고민'
당초 이마트는 2023년 7월 29명의 임원에게 3600주를 지급하기로 결정했지만 1차 지급 당시 18명으로 줄었다. 이번 거래는 2024년 1월 19일 부여한 주식(2450주)으로 이번 1차 지급 후, 2026년 1월에 나머지 수량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21명에게 부여했지만 현시점에서 부여받는 임원은 13명으로 줄었다. 작년 말 정기 인사 후 퇴임했거나 계열사 전출 이슈에 따라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2020년 제도를 첫 도입한 한화그룹의 경우 최근 팀장들에게도 부여하는 것으로 제도를 확대했지만 이마트는 주요 임원들에게만 RSU를 부여하고 있다. 임원들은 회사의 전략과 성과, 장기적인 비전을 설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위치다. 단기 성과에 치중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임원들에게 성과를 책임지게 동기를 부여한 것이다.
RSU는 지급 시점의 주가를 기준으로 가치가 결정되는 '주식 기반 저축'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 RSU를 지급받은 임원들은 1주당 6만5900원에 주식을 받았다. 주식 가치가 보상의 핵심이다. 보유 주식의 가치를 위해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마트의 주가는 오랜 기간 저평가 구간에 머물고 있다. 이마트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1배 수준이다. 2018년 2월 이후 장기 하락 추세에 진입한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2월 저PBR 수혜주로 묶이며 장중 8만8500원을 찍었지만 이후 우하향세다.
작년 말 정용진 회장의 트럼프 미국 대통령 회동 여파로 주가가 7만원선을 회복했지만 효과도 오래가지 못했다. 다시 6만원 대 박스권에 갇힌 상태다.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RSU의 실질 보상 가치가 감소할 수 있어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
RSU는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도구로 활용되거나 기존 주주의 보유 주식 희석될 수 있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마트는 자사주를 활용했기 때문에 주식 가치가 희석되지 않는다. 취득 주식과 처분 주식 수가 동일해 발행 주식 총수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정용진 회장 등 오너가로 흘러가는 주식도 없다. 2024년 상반기 보고서를 통해 대주주 등에게 부여된 수량이 없다고 명시했다.
이마트 측은 "2024년 1월 이사회 결의를 거쳐 주식기준보상으로 부여한 RSU 지급기한이 도래함에 따라, 재직중인 13명에게 성과평가를 거쳐 자기주식을 지급할 예정이다"며 "취득과 처분주식수가 동일하므로 유통주식에 수 변화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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