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과 이사회]밀어주고 끌어주고…문제는 사외이사 독립성②각종 기부금 출연으로 연결고리 형성, "교수 스스로 윤리성 지켜야" 지적
이돈섭 기자공개 2025-02-26 08:26:32
[편집자주]
기업 사외이사 후보로 자주 오르내리는 직군 중 하나는 단연 대학교수다. 이해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자기 나름대로의 전문성도 확고하다. 기업과 교수 사회는 오랜기간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관계를 형성해왔다. 기업은 각종 기부금을 통해 교수 사회와 연결고리를 만들었고, 교수는 사외이사 활동 등을 통해 외부자금을 유치하면서 기업과 인연을 맺었다. 문제는 이 관계 속에서 교수 출신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교수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높은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theBoard는 기업 이사회와 교수 사회 간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를 통해 기업 거버넌스 선진화 방안을 고민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0일 08시37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현직 대학교수들의 활발한 이사회 진출은 필연적으로 기업과 교수 사회의 밀착으로 이어졌다. 이사회를 컨트롤함으로써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기업의 수요와 대외활동을 통해 외부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교수의 니즈는 서로 상호보완 관계를 구축했다. 문제는 이 관계가 교수 출신 사외이사의 독립성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사외이사가 기업 눈치를 보게 되면서 이사회 활동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교수가 기업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를 포함한 상당수 대학이 교수가 사외이사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학교 측 허락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외이사로 벌어들인 수익이나 외부에서 지급받은 연구비 중 일부를 대학 측에 의무적으로 납입게 하는 곳도 적지 않다. 교수가 자칫 대외활동에만 치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대학 측 설명이다.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데 문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교수가 이사회에 진입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기 네트워크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교외 학회 활동을 주도하는 교수의 경우 학회 살림살이를 꾸리기 위해 기업 회원을 유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업 네트워크는 필수적이다. 연구비를 끌어와 연구실을 유지하고 교내외 산학 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기업의 존재는 무시할 수 없다.
기업 입장에서도 아쉬 것은 없다. 1998년 당시 증권거래소 규정 개정을 계기로 상장사는 사외이사를 의무적으로 기용해야 하는데, 기업이 사외이사를 완전히 컨트롤하기는 불가능하다. 사업 분야 내 연구자를 사외이사로 기용한 뒤 그 사외이사를 통해 각종 학회 기부금과 연구비 등을 지원함으로써 부수적 효과를 노릴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 목소리를 해당 산업계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수 있다.
최근 들어서야 외부 써치펌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 롱리스트를 꾸리는 기업이 많아졌지만, 이사회 스스로 사외이사 후보를 추리는 경우 경영진과 오너십 편에 서서 우호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후보군을 관리한다는 측면에서도 대학과의 관계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 산하로 편입되면서 이사회를 개편했는데, 해당 항공사가 회원으로 등재한 학회의 학회장 출신 교수를 기용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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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가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증권학회, 한국재무학회, 한국회계학회 등 다양한 경영학 관련 학회에 기부금을 집행하는 것도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국내 신한지주와 KB금융,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가 기용하고 있는 전·현직 대학교수는 모두 16명. 이중 경영학을 전공한 교수는 4명 정도인데, 이들 모두는 경영학 관련 학회에서 현재 활동하거나 과거 활동 이력을 갖고 있다.
비슷한 차원에서 기업들이 대학 발전기금에 기부를 집행하는 것 역시 산업계와 교수 사회를 잇는 주요 연결고리 중 하나로 여겨질 수 있다. 삼성그룹과 LG그룹, SK그룹, 현대차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집단은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중앙대, 카이스트 등 주요 대학 발전기금에 기부금을 집행, 주요 기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학 발전기금은 해당 대학 장학금과 연구활동, 각종 지원사업 등의 재원으로 활용된다.
서울 소재 한 종합대학 교수는 "사외이사를 포함해 다양한 외부 활동을 하면서 쌓은 기업과의 네트워크는 교수 사회에서 상당한 인센티브로 작동되는 것은 틀림이 없다"면서 "기업 측이 각종 기부금이나 연구비 지급 대가로 교수 측에 압력을 노골적으로 행사하는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정부 규제를 받는 산업 분야의 경우 기업과 교수 출신 사외이사가 서로의 이해관계를 감안해 행동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기업과 교수 사회 간 연결고리가 자칫 교수 출신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특정 기업이 전·현직 교수 출신 사외이사 선임 건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릴 경우 해당 사외이사 후보가 기업에서 연구비 등을 수령한 적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연구비나 기부금 지급이 사외이사 독립성 저해 요소로 작용할 여지는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상장사 이사회에서 대학교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5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사회 독립성을 제대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교수 사회 간 관계를 재정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코스피 상장사 현직 교수 사외이사는 "독립성 확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교수 개인이 기업과의 이해관계를 관리하는 것"이라며 "불필요한 잡음을 없애는 것 역시 교수 스스로의 책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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