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보드]영풍, 고질적 저평가 도마 위…사외이사 재선임 촉각지난달 고려아연 임시주총, 영풍 저평가로 의결권 제한 결과 지적
이돈섭 기자공개 2025-02-13 08:17:01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7일 10시40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 공방전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영풍의 고질적 저평가 문제가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다. 고려아연 손자회사 SMC(선메탈코퍼레이션)가 최 회장 측으로부터 영풍 주식을 사들임으로써 지난달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영풍 의결권이 무력화했는데, 영풍 주식을 대량 매수한 데는 영풍 기업가치가 낮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이다.현재 영풍은 행동주의 펀드 등으로부터 기업가치를 높이라는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올 3월 영풍 정기주총에서 기존 이사진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배경이다. 현재 영풍 사외이사 3명의 재선임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기업가치 제고와 고려아연 측 공방전에 직간접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사가 새로 선출될 수도 있다.
◇ 고질적 저평가…행동주의 펀드까지 가세
고려아연 손자회사 SMC가 영품 주식을 매입할 수 있었던 것은 영풍 기업가치가 저평가됐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SMC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보유한 영풍 주식을 장외 매수한 것은 지난달 22일로 취득단가는 주당 30만2274원으로 575억원을 투입했다. 이날 영풍 종가는 43만9500원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1배 정도였다.
SMC 주식 취득가액은 장외 대량 매수에 따른 할인율 30% 가량이 적용된 결과로 이 가격 기반으로 영풍 PBR을 산출하면 더 낮을 수밖에 없다. 이남우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은 "SMC가 최상위 모회사 영풍의 10% 지분 취득이 가능했던 건 영풍의 극단적 저평가 덕분"이라며 "한국 증시의 고질적 문제인 중복상장 문제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영풍의 저평가 문제가 대두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연결기준 순자산이 6조원에 육박함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은 최근 5년여 간 1조원 수준을 밑돌았다.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 정책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계열사 상장으로 기업가치가 절하되고 유통주식 수가 제한적인 점 등 다양한 요인이 도마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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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트운용이 영풍 측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자사주 전량 소각 △무상증자 혹은 액면분할 △고려아연 지분 풋옵션 행사 △밸류업 공시 혹은 예정공시 등이다. 영풍은 2017년 이후 순이익 추이와 관계 없이 보통주 한 주당 1만원씩 170억원을 꾸준히 배당하고 있다. 영풍 최대주주는 영풍그룹 오너 3세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대표(16.9%)다.
◇ 외부 이해관계자 지적 속 기존 사외이사 연임에 촉각
현재 영풍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의 경우 신규 및 재선임 관계 없이 매년 초 임기 1년씩을 부여하고 있다. 현재 사외이사진 중에는 박병욱 사외이사가 2020년부터 영풍 이사회에 참여하기 시작해 가장 오래 근무했지만 최대 재직기간 6년을 다 채우진 않아 추가 연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외부 이해관계자가 저평가 해소를 주문하면서 박병욱 사외이사 재선임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 세무사와 회계사 라이선스를 모두 갖고 있는 박 사외이사는 현재 회계법인 청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과거 금호생명보험(현 KDB생명보험) 대표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아시아나에어포트 사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박병욱 사외이사는 이사회 내 유일한 회계 전문가로 감사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는 만큼, 박 사외이사 후임 역시 회계 전문가를 영입할 가능성이 높다. MBK파트너스와 손잡은 영풍은 현재 고려아연과의 공방전이 해소되고 있지 않은 만큼 갈등 해결에 직간접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 영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나머지 두 사외이사의 연임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자산 2조원 이상의 영풍은 같은 성으로 이사회를 꾸릴 수 없다. 현재 영풍 이사회에서 유일한 여성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인물은 박정옥 사외이사다. KBS PD 출신인 박 사외이사는 KBS교향악단 사장 등을 역임, 2022년 영풍 이사회에 합류해 3년째 이사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행정고시 36회 출신으로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실 등에서 활동해 온 최창원 사외이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을 역임한 행정 전문가다. 최 이사는 현재 영풍 계열사 코리아써키트 사외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코리아써키트에서 장세준 대표와 호흡을 맞춘 만큼, 장 대표 측과 가까운 관계라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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