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 두산큐벡스·D20 매각 안하는 배경은 개편 무산에 '기업가치 제고' 명분 사라져…중장기 자금확보 방안 '고심'
허인혜 기자공개 2025-02-21 13:13:36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0일 16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자회사 두산큐벡스와 D20 캐피털 매각을 더 이상 고려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두산3사의 지배구조 개편이 지분거래의 선행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지분을 사가기로 했던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나 두산로보틱스가 이를 이행을 할 이유가 없어졌다.목표했던 지배구조를 구축할 수 없게 되면서 ㈜두산이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를 통해 두산큐벡스를 인수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지원할 명분도 사라졌다. 두산로보틱스가 품을 예정이었던 D20도 두산밥캣과의 모자관계가 선행돼야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외부 매각 가능성은 더 낮다. 그룹의 통합 비즈니스 지원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사업의 내용도 특수하다. D20은 규모 등을 염두할 때 매각에 따른 효율성이 크지 않다.
◇개편 무산에 '설득 명분' 사라진 큐벡스·D20 매각
두산에너빌리티는 2027년까지 3년간 모두 1조3000억원을 미래성장동력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이달 발표했다. 지난해 7000억원 투자를 예고했다면 올해 사업전망을 통해 6000억원을 추가했다. 투자에 뚜렷한 목적성이 있었던 만큼 개편이 무산됐더라도 생산성 확대 전략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두산3사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하면서 개편의 목적으로 투자자금 확보를 내세웠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력 사업인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가스터빈 등의 시장에 활력이 도는 만큼 투자자금을 대폭 늘려 생산능력(CAPA)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자금 확보 전략은 두 가지였다. 우선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옮기며 두산밥캣 분의 차입금 7000억원을 투자 재원으로 쓸 수 있었다. 여기에 두산에너빌리티의 비핵심자산으로 분류된 두산큐벡스와 D20을 그룹사에 매각해 약 4350억원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두산큐벡스는 ㈜두산이 지분 100%를 보유한 특수목적회사(SPC)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에 매각하기로 했다. 처분금액은 3709억원으로 책정됐다.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의 자금 여력 등을 고려하면 출자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D20 지분은 두산로보틱스가 644억원에 인수하기로 했었다. 선행조건은 '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밥캣 지분(46.1%) 보유 신설 법인으로 인적 분할한 뒤 신설 법인 지분을 로보틱스에 합병한다'였다.
두산큐벡스의 매각 플랜을 세울 수 있었던 건 ㈜두산도 지배구조 개편으로 얻을 이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산의 자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가 개편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투자자들의 지지를 얻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D20은 북미 시장 시너지라는 명분과 함께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이라는 캐시카우를 가져간다는 이점을 고려해 투자자를 설득할 근거가 있었다.
㈜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최대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 지분이 38.14%다.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은 8.23%다. 소액주주 지분은 22.09%로 나타났다. 이중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도 적지 않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이 68.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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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매각 어려운 이유, '총무 역할' 두산큐벡스·관계사 시너지 노리는 D20
두산큐벡스의 외부 매각은 사실상 가능성이 없다. 두산큐벡스의 역할과 영위하는 사업 특성 때문이다.
두산큐벡스는 골프장운영업, 건물 및 시설관리, 총무 업무대행을 주요 사업으로 명시하고 있다. 두산그룹에는 유용한 곳이고 재무 건전성도 탄탄하지만 외부 인수자가 사들일 특별한 이유가 없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상 두산그룹의 골프장이나 식음료 사업, 게스트하우스 등을 관리하는 그룹의 총무 격이다. 두산건설의 레저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출범한 곳이다. 강원도 춘천의 라데나 골프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2017년 FM사업(건물·시설 관리)과 BS사업(급여·복리후생·총무 업무 대행)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2022년 계열사에 분산된 두산큐벡스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100% 주주가 됐다.
D20은 두산그룹이 2019년 두산인프라코어를 통해 미국에 설립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다. 두산로보틱스에 매각을 추진할 때는 미국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 모자구조에서 관계사 시너지를 기대했던 만큼 외부 매각은 고려하지 않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큐벡스와 D20을 제외한 비핵심자산 매각과 정책금융 활용 등 다양한 자금 확보 방안을 모색 중이다. 3년간의 중장기 투자 계획인 데다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 유입이 개선될 가능성이 큰 만큼 시간을 두고 자금 확보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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