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특례 새내기주 진단]'AI 훈풍' 플리토, 유예 만료시점 '법차손요건 충족'빅테크에 데이터 판매 "2025년 미국 진출 본격화"
이종현 기자공개 2025-02-24 08:26:23
[편집자주]
한국거래소가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도입한지 20년이 됐다. 연간 코스닥 신규 상장사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기술특례 상장기업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상장 후 일정 기간 관리종목 지정 유예기간을 둔 부분이 유인책으로 작용했다. 매출 요건을 5년간, 법차손 요건을 3년간 충족하지 못해도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수 있었다. 기술특례기업은 자생력을 갖췄을까. 더벨이 기술특례 새내기 기업의 성장 길목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0일 17시50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데이터 기업 플리토가 지난해 최대 매출과 흑자 전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설립 후 첫 순이익 달성이다.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면서 늘어난 데이터에 대한 수요가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대다수 데이터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과 대조적이다.순이익 달성 덕분에 법인세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 손실(이하 법차손) 리스크는 해소했다. 코스닥 상장사는 3년 내 2회 이상 회계상 법차손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경우 3년의 유예기간이 적용되는데 플리토는 2022년부터 적용됐다.
플리토는 2022년 법차손 비율 48.2%였으나 2023년에는 100%를 초과했다. 2024년에도 법차손 50% 이상이 발생하면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하지만 순이익 전환으로 위기를 넘겼다. 매출액도 200억원을 기록하며 30억원 요건에 해당할 걱정도 없어졌다.
◇기대치 못미친 성장세, 상장 5년 만에 흑자 전환
플리토는 SK텔레콤 투자팀에서 근무하던 이정수 대표가 2012년 창업한 기업이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언어 번역을 사업 아이템으로 삼았다.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으로 AI 관련 기술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본격적으로 데이터 사업을 전개했다. 코스닥에 상장한 것은 2018년인데 사업모델특례 1호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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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익이다. 플리토의 2024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3억원, 8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손익분기점(BEP)에 근접했고 당기순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설립 12년 만에 처음으로 달성한 흑자다.
플리토의 성장 과정은 순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플리토는 2019년 상장하면서 당해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흑자 전환은 5년이나 늦어졌다. 매출 성장치도 기대를 밑돌았다. 2019년 플리토의 매출액은 19억원으로 추정치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휘청였던 플리토의 매출은 2020년부터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난 5년간 플리토의 매출 연평균성장률(CAGR)은 59.2%다. 여타 기업에게 위기가 된 코로나19가 오히려 기회로 작용했다. 이 시기 클라우드,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플리토의 데이터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의 '데이터 댐' 사업도 마중물 역할을 했다.
다만 지속하는 적자는 불안 요소였다. 2023년에는 지속하는 적자에 부채비율이 260%까지 치솟으며 위기론이 불거졌다. 하지만 BNK자산운용이 60억원에 해당하는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숨통이 트였고, 2024년 순이익 달성에 성공하면서 불안을 잠재웠다.
◇성장 모멘텀 된 빅테크와의 거래
동종업계를 보면 시장 상황은 밝지 않다. 플리토와 유사하게 데이터를 수집·정제·납품하는 기업들 상당수는 생존의 위기에 놓였다. 최대 수요층이던 공공이 예산을 줄인 영향이다. 하지만 플리토는 불황인 시기에 오히려 성장했다. 데이터 구매에 많은 예산을 쓰는 미국 빅테크 기업에 데이터를 공급한 덕분이다.
플리토는 지난해 3분기까지 전체 매출의 66%가 수출에서 발생했다. 빅테크 기업에 AI 학습용 언어 데이터를 공급한 덕분이다. 국내 매출은 57억원에서 49억원으로 감소했지만 해외 매출은 69억원에서 97억원으로 40% 이상 성장했고 이는 2024년 최대 매출 경신, 순이익 전환의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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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관심은 플리토의 향후 실적에 쏠린다. 이번 흑자 전환은 당장의 위기를 모면한 수준이다. 상장 후 6년이라는 긴 시간을 모두 보상하기에는 부족하다. 지속적인 매출 성장과 이익 확대가 필요하다.
윤민용 플리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앞으로도 수익성 높은 신규 사업을 확대하고 비용 효율성을 통해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오픈AI와 오라클, 소프트뱅크 등이 함께하는 미국의 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나 중국의 '딥시크' 등 연초부터 굵직한 AI 분야 이슈가 터져 나오는 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플리토의 핵심 고객인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는데, 전방시장의 수요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미국 사업 확대를 위해 플리토는 2025년 현지 법인 설립도 계획 중이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올해를 기업 펀더멘탈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 본격화의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며 "성공적인 미국 진출로 글로벌 AI 데이터 선두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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