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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바이오와 신약, 숫자 너머의 가치

이기욱 기자공개 2025-02-25 09:09:58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4일 07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신경질환 분야의 한 바이오텍 본사를 방문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치료제를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개발 중인 해당 기업의 사무실에는 한 가지 특이점이 있었다. CI 등 기업 정보와 관련된 구조물이 있어야 할 입구에 생소한 패널이 세워져 있었다.

패널에는 수십개의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포스트잇에는 기업이 개발 중인 치료제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가 가득 담겼다. 자폐증 환자의 보호자들이 매년 열리는 자폐증 관련 행사 내 기업 부스를 방문해 희망의 메시지들을 남겼다.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은 자신들이 진행 중인 치료제 개발 사업의 무게감을 매일 인지하기 위해 그 메시지를 입구에 배치해놨다고 설명했다. '지옥'으로까지 표현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와 그 보호자들의 고통을 덜어 주는 것이 그들에게 사명감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바이오산업의 본질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본 순간이었다. 사무실 방문 전 함께 식사를 하며 시리즈B 투자 유치 계획, 추가 펀딩 가능성 등을 집중적으로 질문했던 사실이 다소 민망해지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바이오텍의 신약 파이프라인이 기대 매출, 시장 가치 등 숫자로 치환되는 것이지만 실제 병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는 자신과 주변인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되기도 한다.

이는 신경정신 질환뿐만이 아닌 모든 질병에 적용된다. 국가 차원에서 바이오산업에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는 이유며 '희귀의약품 조건부 판매 허가'와 같은 특혜성 정책이 존재하는 이유기도 하다. 바이오텍에게 일반 기업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는 사회 전반적으로 형성돼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 기업과 같은 기준으로 바이오산업을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시장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속성이 확보돼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매출과 이익이 담보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IPO 및 상장 초기 단계 기업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요건들이다. 이를 맞추기 위해 불가피하게 의료기기나 미용의료 등 부가사업을 영위하는 곳들도 있다. 신약 개발에 투입되는 인적·물적 자원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혁신 신약을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투자자 보호 가치는 임상 데이터 투명화와 같은 부분에서도 강화할 수 있다.

바이오산업의 본질은 질병·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신약 개발 사업의 가치를 숫자로만 재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바이오텍의 성패와 생존을 숫자로만 결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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