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AI 반도체 생태계 분석]'양산 돌입' 모빌린트, 올해 의미있는 매출 내기 관건④시장 경쟁력 여부 주목, 2027년경 IPO 추진
김도현 기자공개 2025-03-17 11:02:13
[편집자주]
글로벌 빅테크 기업 메타가 퓨리오사AI 인수 의향을 내비친 게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추진 중이던 메타가 개발 레퍼런스가 있는 한국 기업 인수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를 계기로 또 다른 국내 AI반도체 기업들 역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내 AI 반도체 기업 생태계와 실체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2일 11시1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은 여전히 엔비디아 독주 체제다. 중국 딥시크, 빅테크의 자체 칩 개발 등 변수가 상존하나 당분간 엔비디아 위상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후발주자가 마주할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다는 의미다.관련 스타트업인 모빌린트가 빈틈 공략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모빌린트에게 2025년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다. 창립 이후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연말 받아들 성적표에 따라 중장기 존속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첫 작품 '에리스' 출격, 고객 확보 총력전
12일 모빌린트에 따르면 최근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 '에리스' 양산에 들어갔다. 복수 고객들과 기술검증(PoC) 막바지 단계로 전해진다. 올 하반기부터 납품이 본격화할 예정이다.
에리스는 신경망처리장치(NPU)의 일종이다. 기존 AI 가속기로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달리 태생부터 AI를 위한 제품이다.
AI 영역은 크게 '학습'과 '추론'으로 나뉜다. GPU는 학습, NPU는 추론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병렬 연산에 능한 GPU가 한 번에 여러 데이터를 취득한다면 GPU보다 간단한 연산을 행렬 곱셈 방식으로 처리하는 NPU가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응용하는 구조다.

지난달 모빌린트는 에리스를 탑재한 'MLA100(NPU PCIe 카드)'을 출시했다. 기존 GPU 대비 3.3배 이상의 AI 연산 성능을 제공하면서 전력 소모는 10분의 1 수준으로 절감했다는 설명이다.
신동주 모빌린트 대표는 MLA100에 대해 "성능, 전력, 효율, 비용 등에서 글로벌 AI 시장을 선도할 혁신적인 솔루션"이라며 "온프레미스부터 온디바이스 AI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최적의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자신감은 6년간 매달려온 에리스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 모빌린트는 에리스 타깃으로 CCTV, 스마트팩토리 등을 보고 있다. 에지 분야에서 엔비디아를 대체해나가겠다는 포부다.
두 번째 제품인 '레귤러스'도 개발이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고객에 샘플을 제공했고 올해 양산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내년 초 양산 개시가 목표다.
레귤러스는 중앙처리장치(CPU)와 짝을 이뤄 모듈, 카드 형태로 판매되는 에리스와 달리 단일 칩으로 공급된다. 로봇, 드론 등 모빌리티가 우선 공략 대상으로 꼽힌다.
결국 관건은 실적이다. 지난해 수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전 3개년 매출(△2021년 3억3000만원 △2022년 7억2000만원 △2023년 4억4000만원)과 크게 차이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계획대로 에리스가 하반기 대량 공급이 이뤄지면 의미있는 매출을 기대해볼 수 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을 이어오고 있는데 에리스와 레귤러스가 양산 개시한 올해와 내년 적자 폭을 줄이지 못하면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위해 모빌린트는 연초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된 'MWC 2025' 등에 참석했다. CES 2025에서는 레귤러스가 AI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MWC 2025에서는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완기 특허청장 등 주요 인사들이 방문해 모빌린트의 기술력을 높게 산 것으로 전해진다.
더불어 고객 유치에도 나섰다. 미국, 유럽 등 고객들이 샘플을 요청하는 등 적잖은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모빌린트는 올해 매출 목표를 50억~100억원으로 설정했다. 내년부터는 수백억원까지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이러한 결과물을 토대로 2027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파운드리 이원화, 삼성 이어 TSMC 맞손
모빌린트 행보 중 주목할 부분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협력사를 이원화한 점이다. 당초 모빌린트는 삼성전자와 협업했다. 에리스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14나노 공정 기반이다.
레귤러스 개발 과정에서는 고심했다. 최선단 공정은 아니지만 업체마다 장단이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TSMC 12나노 공정을 활용하기로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들이 파운드리를 다변화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면서도 "삼성전자가 초반에 국내 AI 스타트업들과 다각도로 협력했는데 하나둘씩 떠나간다는 건 무언가 부족한 게 있다는 뜻"이라고 이야기했다.
모빌린트는 아직 세 번째 칩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에리스와 레귤러스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차세대 제품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설계 과정에서 파운드리 업체를 선택할 방침이다.
신 대표는 "2025년은 모빌린트가 AI 반도체 시장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의 활약을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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