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회사채 10조원어치 샀다고? 한은-국민연금 집계 7조원 차이...분류기준 달라
이 기사는 2009년 03월 19일 16: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산 7조원어치 회사채가 어디로 간 걸까?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의 채권 분류 체계가 달라 회사채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
지난 17일 한은이 발표한 '2008년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일반정부의 회사채 투자는 지난해 10조3944억원 순증했다. 반면 금융채는 10조6227억원이 감소했다.
한은 자금순환표에서 정부 계정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물론 사회보장기구의 자금 운용과 조달이 담겨 있다. 이중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경우 산하 공공비영리기금 등에서 운용하는 회사채를 포함하며 투자 규모가 지극히 미미하다"며 "사회보장기구인 국민연금과 고용기금, 장애인 기금 등이 주를 이루지만 그 가운데 국민연금이 절대적"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국민연금이 지난해 약 10조원에 가까운 회사채를 샀다는 뜻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에는 회사채 투자를 대폭 늘린 흔적이 없다. 10조원은 현재 국민연금이 보유한 전체 회사채 잔액보다도 크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작년12월 말 기준 국내 회사채 투자금액은 8조3790억원으로 전년말보다 2조4284억원 증가했다. 회사채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가격 상승을 반영할 경우 실제로 회사채에 투자한 금액은 2조4000억원 이하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10조원씩이나 회사채를 사지는 않았다"며 "한은의 통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은 통계는 유독 회사채 부분에서만 차이가 난다. 국고채와 금융채의 경우, 국민연금의 투자 규모 증가와 대부분 방향을 같이한다. 2008년11월말 기준 전년말대비 10조원 이상이 줄어든 금융채의 경우 한은 자금순환동향과 유사한 규모로 집계됐다.
국민연금이 샀다는 10조원중 7조원이 넘는 회사채의 행방이 묘연해진 이유는 단순했다. 한은과 국민연금이 집계하는 통계에서 채권 분류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한은 통계의 경우 회사채는 공사채와 일반 회사채를 포함한다. 하지만 국민연금 통계의 회사채는 ABS(자산유동화증권)와 일반회사채를 포함한다. 공사채는 국민연금 통계엔 회사채로 잡히지 않고 특수채로 잡힌다. 또 한은에서는 ABS를 특수채로 분류하지만 국민연금에서는 회사채로 분류한다.
분류의 차이를 감안, 각 기관의 특수채와 회사채 증감을 합쳐보면 한은은 약 12.6조원(2008년 말 기준), 국민연금은 약 10.2조원(2008년 11월말 기준)이 증가했다. 국민연금 통계가 11월 말 기준이므로 12월 증가분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통계가 일치한다.
한은 관계자는 "자금순환 통계표를 작성하기 위해 해당 기관들에게 조사표를 받는다"며 "한은은 한은 나름의 분류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하고, 연기금은 또 나름의 기준으로 작성해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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