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9년 03월 27일 09: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상사 인수전에 나설 수 있을까.
인수 의지는 높지만 성공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외견상 강력한 후보지만 인수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먼저 재무적인 여력이 예상만큼 크지 않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10조원에 달했지만 지금은 그 절반도 안된다.
그룹의 맏형 현대중공업은 지난해까지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군산 조선소 건설을 시작하고 △블록 조립공장 증설에 돌입했다. △해양용 도크(Dock) 신설과 △엔진 생산능력 확충 뿐 아니라 △태양광 및 풍력발전설비 투자도 개시했다.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이 △CJ투자증권을 인수한 것과 △블록 공장 신설에 참여한 것을 더하면 그룹의 현금소진 급격하게 이뤄졌다.
이렇게 거침없던 행보는 최근 점차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3년 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운전자금 부담이 없을 것이란 컨센서스도 사라지게 했다. 지난해 8월 이후 뚝 끊긴 수주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낙관론자들조차 선수금 소모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2007년부터 시작된 현대중공업의 무차입 경영은 결국 깨질 전망이다. 회사측은 운전자금 부담을 덜기 위해 1조원대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3000억원 규모의 기업을 사는 것에도 이제는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추가적인 M&A를 제약하는 건 실무진이 큰 부담을 느낄만큼 재무정책이 보수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주요 원인은 리먼브라더스 파산보호 직전에 인수한 CJ투자증권 때문이다.
당시 이 증권사를 7480억원이라는 고가(PER 기준 28.9배, PBR 기준 4.6배)에 인수한 실무 라인은 상당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 말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현대중공업이 산업은행에 제안한 최종 입찰액은 3조4000억원에 불과했다.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의 제안액이 예상가(5조5000억원)에 2조원이나 못 미치자 차순위 협상자 지위도 부여하지 않았다.
현대상사 인수 가능성을 낮게 보는 또 다른 배경으로 범 현대가(家) 안팎의 문제도 거론된다. 오너 일가는 최근 이 문제에 관한 논의를 벌여 옛 계열사를 되찾되 주체는 하나로 통일하자는 원칙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를 보전하려고 후손들이 서로 다투지 말자는 결론이다.
현대상사를 인수할 단일 후보로는 현대차그룹의 계열사가 거론된다. 만약 사실이라면 오너 일가 서열에서 밀리는 현대중공업은 최종 인수 가능성이 낮다. 입찰을 하더라도 경영진이 마지막에 최대주주 정몽준 의원을 곤혹스럽게 만들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정몽준 의원의 정치적인 입지도 고려대상이다. 대권 행보를 염두에 둔 정 의원이 현대건설의 10분의 1 에도 못 미치는 기업 인수를 위해 잡음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경제 이슈에 정치 문제를 끌어들이면 문제가 과장되는 측면이 있지만 사실 한국적인 정서에서는 이런 견해가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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