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급성장 비결은 '인맥+인재 관리' '스틱은 꼭 은혜 갚는다'각인…연기금 직원부터 퇴직자까지 챙겨
이 기사는 2009년 08월 13일 09: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종합투자회사(STIC, Seoul Total Investment Corporation).'
1996년 7월, 도용환 대표(현 스틱인베스트먼트 부회장)와 개인 주주들은 "서울 최고의 투자회사를 만들자"며 새로 만들 회사 이름을 '㈜스틱'으로 정했다. 자산운용팀장을 마지막으로 신한생명을 떠난 도 부회장은 개인 주주들로부터 십시일반 투자를 받아 회사를 세웠다.
1년 후. 도 부회장은 당시 재정경제부의 인가를 받아 스틱투자자문을 설립했다. ㈜스틱의 100% 자회사였다. 그리고 1999년, SK텔레콤으로부터 76억원 규모의 출자를 받아 자본금 180억원의 '스틱IT벤처투자'를 만들었다. 창립 10년만에 1조6000억원, 23개 펀드를 운용(누적기준)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 벤처캐피탈인 스틱인베스트먼트의 모체다.
현재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스틱과 DPC㈜가 지분을 각각 41%, 40.3%씩 보유하고 있다. ㈜스틱은 DPC㈜의 100% 자회사다. ㈜스틱은 스틱인베스트먼트 외에도 스틱투자자문의 지분을 100% 보유 하고 있다. 설립 초기 SK텔레콤이 보유했던 주식은 교원공제회·자드인베스트먼트 등에 넘어갔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짧은 시간에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자산을 운용하는 벤처캐피탈로 성장했다. 후발주자로는 드물게 해외자금을 9500억원이나 유치했다. "이젠 PE를 지향한다"는 구호가 무색하지 않다. 대기업·금융회사의 계열사가 아닌 벤처캐피탈이 올린 성과로는 기록적이란 평가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단기간에 성장한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특유의 인적자원 관리에서 답을 찾았다.
도 부회장은 최근 열린 스틱인베스트먼트 창립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 깊고 넓은 인간관계를 추구했다"며 "약속은 지키고 은혜는 갚아 상대방을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팬으로 만드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스틱인베스트먼트는 감사·고문· 인턴 등을 활용한 인적자원 관리에 관해선 업계 최고"라며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한번 맺은 관계는 철저히 관리한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도 부회장이나 임정강 대표 모두 지인을 잘 챙기는 스타일"이라며 "예전에 스틱인베스트먼트를 도와 준 사람들은 빠짐없이 챙긴다고 보면 틀리지 않다"고 말했다. 또 "그런 방식의 관리가 스틱인베스트먼트의 브랜드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인맥 관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해 말 있었던 고문 영입이다.
당시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백봉주 전 삼성전자 고문 등 삼성 출신 고위 임원들을 자사 고문으로 영입했다. 당시 임정강 대표는 "경제계 원로의 지혜를 스틱인베스트먼트와 피 투자기업에 이식하기 위해 삼성 출신 인사를 영입했다"며 "PE투자는 생산부터 경영까지 다 아울러야 하는 만큼 고문들이 가진 노하우와 네트워크가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이들은 임 대표가 삼성전자 재직 시절 함께 일한 상사들이다.
국내·외 기관투자가(LP, Limited Partner) 관리도 철저하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현재 4명의 전문 인력을 배치해 LP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전략기획팀을 운영 중이다. 국내 연기금 관계자는 "다른 벤처캐피탈도 비슷하겠지만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도 부회장부터 LP관리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다"면서 "LP 직원의 기념일까지 챙기는 등 꼼꼼한 관리를 멈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는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전략은 LP가 스틱인베스트먼트를 도와주면 나중에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반드시 보답해 줄 것이란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이라며 "도 부회장이나 임 대표의 '은혜를 갚는다'는 표현엔 이 같은 뜻이 함축돼 있다"고 분석했다.
퇴직자 관리도 남다르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스틱인베스트먼트에서 퇴직한 심사역 숫자는 벤처캐피탈 업계 내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이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OB모임을 개최하며 관리한다. 퇴사자들이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쉽게 털어 놓지 않는 이유다. 자연스레 시장에서의 평판도 유지된다.
인적재산 관리에 대한 스틱인베스트먼트의 노력은 DPC㈜ 인수 건에도 엿볼 수 있다. DPC㈜는 현재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지배회사다. ㈜스틱 설립 당시 일반인 주주들로부터 자금을 투자받았던 도용환 부회장은 2002년 주주들의 투자금 회수를 돕기 위해 전자레인지 부품인 HVT 제조업체 DPC㈜ 인수를 결정한다. ㈜스틱과 DPC㈜ 간 포괄적 주식 교환 계약을 체결하고 ㈜스틱을 DPC㈜의 100%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스틱인베스트먼트에 정통한 관계자는 "DPC㈜ 인수는 기본적으로 스틱인베스트먼트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캐시카우(Cash-Cow) 확보를 위한 작업이었지만 단순히 유동성 확보만을 목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면서 "도 부회장이 DPC㈜ 인수 당시 주주들의 투자금 회수를 염두에 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인재 채용에 활용하는 인턴제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상시 인턴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임정강 대표는 인턴사원으로 스틱인베스트먼트에 입사해 최고경영자(CEO)까지 올랐다. 당시 임 대표는 도 부회장에게 "술을 잘 마시고 골프도 잘 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호의를 느낀 도 부회장은 임 대표를 인턴으로 뽑았다. 임정강 대표는 입사 직후 스틱투자조합11호 펀드의 제안서를 만드는 등 펀딩 작업에 관여했다. 현재 스틱인베스트먼트에서 활동하는 심사역 중에도 인턴 출신이 있다.
최근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인턴 사원 채용을 위한 전형을 치렀다. 2단계에 걸친 면접을 통해 인턴사원을 뽑았다. 관계자는 "자유 형식으로 작성된 영문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영어 면접과 파트너 면접이 진행됐다"면서 "전형 과정 내내 체계적인 VC·PE 교육을 시켜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핵심 인재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또 "임정강 대표 본인이 인턴 출신이기 때문에 인턴 제도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턴 제도가 단순히 인력 확보 용으로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고위 관료나 유명 인사의 자제가 스틱인베스트먼트 인턴사원으로 일을 하기도 한다. 일종의 간접 홍보 효과를 노리는 셈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창업 초기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배타적이었던 업계의 기류를 깨고 도 부회장이 벤처캐피탈협회 회장 자리까지 올랐다는 것은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대한 업계의 평가를 보여주는 방증" 이라면서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성공은 도용환 부회장, 최병원 대표, 임정강 대표 등의 핵심 인물이 '사람 관리'에 남다른 애정을 쏟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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