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해외 펀딩 1조…중동 편중 '한계' "정량 평가 중시하는 선진 자본 유치 번번히 실패"
이 기사는 2009년 08월 17일 11: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 유치 자금 9500억원."
스틱인베스트먼트를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문구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해외 자본 시장의 문을 꾸준히 두드렸다. 그 결과 국내 벤처캐피탈 중 최대 규모의 해외 자금을 투자받은 운용사가 됐다.
현재 스틱인베스트먼트의 기관투자가(LP, Limited Partner)중 90% 이상은 중동 자금이 차지하고 있다. 자드인베스트먼트(Zad Investment Company), 사우디아라비아상업은행(NCB, National Commercial Bank), 세드코(SEDCO, Saudi Economic Development Co) 등 5곳이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주요 중동 LP다. 국가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 두바이 ,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등에 집중돼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투자회사인 자드인베스트먼트는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지분 9.1%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2005년 주 당 1만3500원에 지분을 인수했다. 당시 총 납입금은 900만달러 수준이었다. 자드인베스트먼트는 2005년에 결성된 스틱세컨더리 펀드에 출자하기도 했다.
NCB는 최근 스틱인베스트먼트가 결성한 신성장동력 펀드의 LP로 참여했다. 세드코는 지난 2004년 334억원 규모로 결성된 스틱일자리창출 펀드에 주요 LP로 참가했다. 스틱파이오니아2호 펀드에도 자금을 집행했다.
이에 비해 미국, 영국 등 선진 자본의 출자 비중은 낮다. 스틱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현재 스틱인베스트먼트의 비 중동 LP는 메사추세츠인슈어런스, 크레디트스위스 등 2곳"이라고 밝혔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투자 받은 해외 자금 중 10%도 안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해외 자본을 국내 벤처캐피탈 시장에 유입시킨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도 "해외 LP의 90% 이상이 중동에 몰려 있는 것은 명백한 한계"라고 입을 모았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해외 LP 다변화를 시도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2000년대 중반부터 싱가포르 테마섹(Temasek), 영국 콜러캐피탈(Coller Capital)등으로부터 자금 유치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미국 자본의 투자도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정량적인 평가에서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출자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점을 지적한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중동 자금과 서양 자본은 성격 자체가 다르다"면서 "인간관계나 도덕성 등 정성적인 평가를 상대적으로 중요시하는 중동 자금과 달리 미국이나 유럽의 LP는 철저히 수익률, 운용인력 현황 등 정량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자금을 출자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에 정통한 관계자는 "중동에선 임정강 대표의 인적 네트워크에 의지해 출자를 받을 수 있었지만 시스템을 기반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선진 자본 앞에서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실적은 초라하다"고 평가했다.
또 "선진 자본으로부터 출자를 받기 위해 프리젠테이션을 하면 '수익률이 왜 그정도 밖에 안되느냐' '지금도 인력에 비해 운용 금액이 많은데 우리 돈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겠느냐'는 날카로운 질문이 돌아온다"고 털어놨다.
정량적 평가 때문에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투자금 확보에 고전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있었다.
KIF(Korea Information & Technology Fund) 투자조합은 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정량 평가와 정성 평가 등의 두 단계를 거쳐 자금을 집행한다. 계량 평가 항목이 20여 개에 이르고 본계정과 조합계정의 영업이익, 내부수익률(IRR)을 모두 평가에 반영하는 등 다른 모태펀드보다 정량 평가의 기준이 높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2003년과 2004년에 KIF조합 운용사에 지원했지만 탈락했다. 세번째 지원한 2005년에서야 겨우 KIF 투자조합 운용사로 선정될 수 있었다.
시장 관계자들은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세계적인 투자회사로 도약하기 위해선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선진 자본을 LP로 끌어들일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임정강 대표 특유의 네트워크에 의존한 LP 확보 방식으로 중동 자금을 끌어왔지만 분명 한계가 있다"며 "한국을 넘어 아시아지역의 유력 투자회사가 되기 위해선 정량적인 평가를 통해 자금을 집행하는 선진 자본을 유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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