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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의 고민 '해운그룹 포기하나' 해운그룹 지주사 전환 과정서 계열분리 가능성

박준식 기자공개 2009-10-27 07:00:43

이 기사는 2009년 10월 27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이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을 앞두면서 해운그룹의 완전한 계열분리 가능성이 핵심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유동성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운그룹이 전체에서 완전히 분리될 경우 부채비율 산정이나 현금흐름 등의 이슈가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은 환율과 유가에 의해 경영상황이 크게 좌우되는 항공과 해운 계열사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이중 한진해운을 중심으로 한 해운그룹의 경영난은 재무약정과 관련해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 사안이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과 맞닿아 있어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상황에선 일종의 계륵인 셈이다.

해운그룹은 한진해운을 중심으로 지난 2003년부터 고 조수호 회장(창업주 조중훈 회장의 3남)이 독자 경영을 시작했다. 조수호 회장이 2006년 유명을 달리한 이후에도 부인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아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한진과 대한항공 등을 이끌고 있는 조양호 회장(1남)은 표면상 해운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지난 2006년 동생이 사망하자 계열사 한국공항을 통해 보유지분을 소폭 늘려 경영권 분쟁 의혹을 샀다. 그러나 이는 외부세력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 2007년 이스라엘 해운 재벌인 세미오퍼는 JF에셋 등 관계사를 통해 한진해운 지분 10% 이상을 확보해 경영권을 위협할 존재로 떠오르기도 했다. 당시 최은영 회장이 두 딸과 함께 유산으로 상속받은 지분을 모두 합해도 12.66%에 불과했기 때문에 조양호 회장이 아니었다면 불의의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세미오퍼가 올 초 한진해운 지분을 대부분 매각한 이후에도 조양호 회장이 해운그룹에 대한 지분을 거두지 않으면서 불안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최은영 회장은 조양호 회장으로부터 경영권 보장을 약속받았다고 밝히면서도 사적인 채널을 통해 완전한 계열분리 요구를 지속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이 해운 계열을 독립시킬 기회로는 한진해운의 지주사 전환과정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9월 지주사 전환을 선언한 한진해운은 연내 지주사와 해운사업 부문을 분리할 방침이다. 상장된 존속법인(가칭 한진해운홀딩스)을 지주사로 만들고 해운사업 부문을 분할하는 내용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이 기업분할이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 방식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한진해운 주주들은 이번 분할에 따라 한진해운홀딩스 0.16주와 한진해운 주식 0.84주를 받게 된다.

대한항공과 한국공항 등을 통해 10% 가량의 한진해운 지분을 보유 중인 조양호 회장이 만약 인적분할 시 신설법인 지분만을 받는다면 1차적으로 해운그룹에 대한 경영의지를 거두는 셈이 된다. 반대로 최은영 회장은 지분권을 지주사 주식으로만 전용해 취약한 경영권 지분 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조양호 회장은 이에 대한 숙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쟁에 관한 오해를 풀고 그룹 전체의 재무구조를 개선하자면 분할 과정을 활용해 계열분리 수순을 밟아야 한다. 하지만 조 회장의 입장에선 유동성이 말라가는 해운그룹을 지금 그대로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한진의 실무진도 해운그룹과의 완전한 계열분리는 어렵다는 보고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그룹 관련 지분을 매각할 경우 현재 시가가 지나치게 낮아 재무개선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한국공항 등은 한진해운 지분을 2만원대에 사들였고 주가는 2007년 말 6만원대로 치솟았다. 하지만 해운업 침체와 함께 급락을 거듭해 현재는 1만원대 후반을 하회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이 아닌 해결책으로는 해운그룹 계열사나 최은영 회장 등이 대한항공 등의 한진해운 지분을 사들이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최근 해운그룹의 유동성은 한 분기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의 위기 상황이다.

조양호 회장은 현재로선 한진해운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분권을 지주사에 집중할 방침이다. 그러나 채권단의 재무개선 압박과 제수의 독립 요구를 받아들이자면 계열분리에 필요한 방침을 실행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수그러들지 않는 비판보다 계열분리 이후 악화될 수 있는 해운그룹의 경영난을 더 우려하고 있다"며 "현재 채권단 등을 통해 논의되고 있는 재무구조 개선 문제는 조 회장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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