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9년 11월 26일 07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외 투자에 팔을 걷어붙인 롯데그룹에 반가운 소식이 날아 들었다. 호텔롯데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AA+로 오르게 된 것. 호텔롯데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했지만 지금까지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 보다 낮은 등급을 갖고 있었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이달 초 호텔롯데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A0에서 AA+로 상향 조정하면서 호텔롯데는 그룹 내 최고등급을 갖게 됐다. 현금성과 안정성을 갖춘 그룹 후광 덕분이란 시각이 많지만 신용평가사가 내놓은 조정근거는 한마디로 성장잠재력이다.
호텔업은 내수산업이다. 기본적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인식해 호텔롯데는 최근 다양한 신규사업을 추진했다. 그룹 차원에서도 부산 롯데타운·잠실 제2롯데월드·김해 복합단지·중국 심양 복합시설과 김포공항 스카이파크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사업이 호텔롯데의 중요한 성장동력이란 게 신평사의 분석이다. 신규사업의 특성상 호텔롯데가 그룹의 자금조달과 사업운영의 주축이란 판단에서다.
이 대목에서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룹 차원의 투자로 호텔롯데의 외형과 영업이익이 커질 수 있지만 자금조달을 맡게 되는 건 신용평가 관점에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재무제표만 봐서는 등급이 상향된 업체로 보이지 않는다"며 "일단 지표상 차입금이 확대됐고 매입채무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호텔롯데는 2007년까지 사실상 무차입 상태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이후 투자확대와 계열사 지분매입 등으로 차입금이 증가했다. 2009년 9월 말 기준 총차입금은 8219억원. 올 들어서는 자본적 지출·배당금 지급으로 102억원(반기 기준)의 영업상 자금부족도 발생했다.
2010~2011년 호텔롯데의 투자계획은 현금창출 규모를 초과하고 있다. 당분간 차입금 규모가 커질 수 밖에 없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호텔롯데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기존 등급이 높은 편이었다"며 "최근 몇 년간 환율효과로 특수가 있었지만 일시적인 요인을 제외하면 사업·재무구조에서 등급 상향의 모멘텀(동력)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앞으로 그룹 전반의 재무부담과 투자수익 회수여부 등을 관찰해야 하는데 성장 가능성만 선(先)반영했단 지적도 나왔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채권분석팀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일반적으로 투자가 대규모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등급 상향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대개 투자성과가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등급 조정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호텔롯데는 국내 채권시장에 좀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사업자금을 위해서라도 회사채 발행 유인이 생겼다. 조달비용을 낮추기 위한 등급상향 욕구도 커진 셈이다. 적절한 시기에 오른 호텔롯데의 회사채 등급, 왠지 씁쓸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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