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9년 12월 14일 14: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생명의 기업공개(IPO) 열기가 뜨겁다. 주관사 선정·액면 분할 등 상장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 끝나면서 투자자의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투자은행(IB)간 경쟁도 식을 줄 모른다. 주관사 선정 작업이 끝났지만 본격적인 생존경쟁은 이제부터라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삼성 특유의 경쟁체제를 IPO작업에 도입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삼성생명은 상장 대표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증권을 선정했다. 통상 발행사가 대표주관사를 정할 때는 인수물량을 확정한 뒤 결정한다. 수수료 분배도 그 때 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조금 달랐다. 계약서에 대표·공동 주관사간 수수료 분배를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수수료 규모도 상·하한선이 정해진 가이드라인만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확한 공모물량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당연할 수 있지만 업계에서는 IB간 경쟁을 유발해 더 나은 서비스를 받기 위한 의도로 파악하고 있다.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하거나 주관사가 제공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면 언제든 수수료 체계를 달리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경쟁을 유도해 실적에 따라 성과를 보상하는 삼성특유의 조직관리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백지 수수료제도를 택한 것은 단순히 질 좋은 서비스를 받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수수료를 서둘러 확정해 채권단을 자극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상장은 삼성그룹이 과거 삼성자동차 채권단에 나눠준 주식(17%)을 구주 매출하는 방법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신주를 발행할 수도 있지만 지배구조의 변화를 주지 않는 선에서 채권단에 진 빚을 떼어낼 수 있기 때문에 구주매출이 유력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상장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고 구주매출에 동의한 채권단도 없다. 당연히 수수료를 지급해야할 대상도 정해지지 않았다.
IPO시장에서는 보유 주식을 팔거나 신규 발행하는 곳에서 수수료를 지급하는데, 채권단이 구주 매출에 동의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수수료가 결정나면 상장 참여는 저조할 수 가능성이 높다. 특히 수수료가 비싸다면 구주매출 상장 방법은 자칫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채권단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싶은 삼성생명 입장에서는 굳이 수수료 문제로 갈등을 만들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증권사 IB 관계자는 "수수료의 출혈경쟁이 아닌한 IB간 경쟁을 유도하면 서비스의 품질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며 "삼성생명은 복합적인 이유로 수수료 분배를 확정하지 않았겠지만 IB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차별화된 서비스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백지 수수료가 의도한 결과를 가져올 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IPO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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