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급여부채 평가, 회사채 딥 마켓 논란 할인율 기준 따라 부채 규모 변동..13일 회계기준원 전문가 회의 개최
이 기사는 2010년 01월 12일 1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제회계기준(IFRS)에서 퇴직급여부채를 평가하는 기준을 놓고 우리나라 회사채시장의 '수준'이 논란의 대상이다. 우리나라 회사채 유통시장을 이른바 '딥 마켓(deep market)으로 볼 수 있느냐가 쟁점이다.
딥 마켓은 일반적으로 상당한 매수와 매도가 상존해 유동성이 풍부하고 형성된 가격(금리)을 공정가격으로 인정될 만한 시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국제회계기준은 기업의 퇴직급여부채를 현재가치로 할인해 평가하도록 하고 있는데, 결국 회사채 수익률이 할인율로 사용 가능한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만약 한국의 회사채 유통시장이 딥 마켓이 아니라면 기업들은 퇴직급여부채를 평가할 때 회사채 수익률 대신에 국고채 금리를 할인율로 사용해야 한다. 국고채 금리가 회사채에 비해 당연히 낮기 때문에 재무제표에 기록될 퇴직급여부채는 커질 수 밖에 없다. 당연히 부채비율이 상승하다. 기업들이 이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년 후에 지급해야할 퇴직급여채무가 1억원이 있을 경우 5%의 국고채 금리를 적용하면 부채는 6139만원(1억원을 5%로 단순할인)이다. 반면 7%의 회사채 금리를 적용하면 5083만이다.
◇ 회사채 시장은 딥마켓?..딥마켓 용어부터 혼란
문제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딥마켓 정의가 없다는 데 있다. IFRS를 먼저 도입한 유럽은 회사채 시장이 딥마켓이라는 공감대가 있어 이슈가 되지 않았다. 유럽은 대체적으로 AA 등급 회사채 금리를 할인율로 사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채권시장 수준에 대한 의심이 여전하다. 또 '회사채 시장이 딥마켓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에 앞서 '딥마켓이란 무엇인가'부터 정의를 내려야하는 처지다. 딥마켓의 판단기준이 없고 어떤 지표로 판단해야 할지도 논의되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회계기준원 관계자는 "딥마켓에 대한 개념 자체가 애매하고 우리나라 회사채 시장의 성숙 정도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판단이 달라 어떤 할인율을 적용해야할 지 애매하다"고 말했다.
회사채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도 쟁점이다. 한국회계기준원측은 일단 은행채까지 회사채에 포함시키는 쪽을 고려하고 있다. 회사채 범위를 확대하면 유동성이나 발행 규모가 커져 딥마켓이란 판단을 하는 데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그러나 채권전문가들은 은행채를 회사채로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 "국내 회사채시장, 충분히 발달했지만"
회사채 시장 전문가들은 어떻게 판단할까. 채권전문가들은 일단 국내 회사채 시장이 깊어졌다는 데 공감했다. 단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회사채 시장에도 신용경색이 나타났지만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았고 회사채 발행 규모, 매매회전율 등도 채권 선진국에 비해 손색없다는 평가다.
금융투자협회 채권부 이한구 박사는 "우리나라의 회사채 매매회전율은 '1'수준으로 미국과 비슷하며 은행채까지 포함할 경우 1.5 수준으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또 "이미 신용등급별, 기업별로 회사채 금리가 채권평가사들을 통해 발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량회사채를 할인율로 사용할 수 있다'를 넘어 회사별로 각각 다른 금리를 이용해 퇴직급여채무를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시스템이 충분히 마련됐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국공채 금리를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우리나라 회사채 시장의 발전 정도를 너무 낮게 보는 것이란 견해를 펼쳤다. 그러나 우리나라 회사채 시장이 딥마켓인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 딥마켓 결론 늦어져..기업들 혼란
딥마켓에 대한 결론이 늦어지면서 이미 IFRS를 조기도입한 기업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일부는 국공채 수익률을, 다른 일부는 우량 회사채 수익률을 쓰고 있다. 심지어 할인율 변경에 따른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몇몇 기업들은 국공채 수익률과 회사채 수익률 평균을 채택하기도 했다.
회계법인 별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영회계법인과 삼일회계법인은 '딥 마켓'을 인정하는 반면, 삼정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은 '딥 마켓'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업들은 부채증가를 우려해 회사채 수익률이 할인율로 자리잡길 바라고 있다. 금융회사 IFRS책임자는 "현재로서는 기업이나 감독당국이나 어느 것이 맞다고 결론 내릴 수 없는 상황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채 AA 등급 수익률을 할인율로 삼는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한국회계기준원은 오는 13일 오후에 '퇴직급여부채의 할인율 선택'과 관련한 전문가 회의를 개최한다. 금융감독원과 회계법인,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 등이 참석해 회사채의 '딥마켓'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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