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펀딩에 실패하는 이유 조건부 채무인수에 금융권 반발..."전면 재검토 예정"
이 기사는 2010년 01월 20일 09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이 인천 옥골 도시개발사업으로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삼성물산의 채무인수를 조건으로 4500억원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9월과 12월 연달아 조달에 실패한 후 올해 '삼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제시한 만기 4년여, 고정 금리 7% 중반에 대해 나쁘지 않은 대출 조건이라는 평이다. 장기 안정적 대출을 선호하는 생보사에서 쉽게 들어갈 수 있는 투자처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쉽게 딜 클로징을 못하는 이유는 삼성물산의 채무인수에 '조건부'라는 꼬리표가 붙었기 때문이다. 채무인수에 여러 옵션을 붙이면서 대출 참여를 포기한 금융회사가 하나 둘 생겨났고 결국 대주단 구성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조달 규모가 작을 때는 여러 옵션에도 불구하고 참여를 원하는 금융회사만으로 차입이 가능했지만 4500억원으로 규모가 늘어나자 얘기가 달라진 셈이다.
옥골 사업에서 삼성물산은 채무인수에 대한 전제로 크게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첫째는 기한이익상실사유가 발생해 삼성물산이 채무를 인수할 경우 관리형토지신탁의 1순위 수익권도 가져온다는 내용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내용을 명문화 한 것이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가 없다는 반응이다.
잡음이 불거지고 있는 건 두 번째 조건이다. 삼성물산에서 시행사의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채무인수를 유예할 수 있는 조건을 요구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유예 기간은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한 시점부터 대출 만기가 경과하지 않은 시점까지 최대 2년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 이자는 삼성물산에서 내주는 조건이다.
이 조건에 따라 시행사가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거나 사업 인허가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져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하더라도 삼성물산은 채무인수를 최대 2년까지 미룰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회사들은 이 조건에 대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기존에도 다양한 옵션을 내걸었지만 채무인수를 유예하는 조건은 처음"이라며 "금융회사에 이런 조건을 요구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여기에 의사 결정 체계의 불확실성에 대한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삼성물산에서 재건축·재개발과 지주공동사업의 조건부 채무인수에 대해서는 이사회가 아닌 집행위원회에 위임해 처리하고 있다.
반면 다수의 금융회사에서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신용 보강에 대해서는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굳이 집행위원회에 위임을 하겠다면 회사 내부 용어로 쓰이고 있는 '지주공동사업'의 대상을 명확히 규정해 논란의 소지를 없애달라는 게 금융사들의 요구다.
대주단 참여를 검토했던 금융회사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의사 결정 체계는 채무인수 등 추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놓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삼성물산이라고 해도 이런 조건으로 돈을 빌려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에서는 의사 결정의 신속성을 위해 이사회가 아닌 집행위원회 결의 사항으로 (신용보강을)처리하고 있을 뿐 문제될 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지속해 오고 있는 정책인데 금융위기를 겪으며 시장 상황이 변하자 금융회사의 요구사항이 늘어난 것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자신만만하던 삼성물산도 자금 조달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시자 대출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기를 겪으며 빡빡해진 부동산 금융 시장에서 '삼성'의 네임 밸류만을 너무 믿었던 것은 아닐까. 대출 조건 전면 재검토를 내건 삼성물산이 어떤 방식으로 시장을 설득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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