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②은행이 인수하면 신·기보 수수료 내나 금융투자업 "은행 인수하면 대출"vs은행 "역차별 말라"

황은재 기자공개 2010-03-02 07:02:35

[편집자주]

기업어음(CP)을 대체하는 새로운 단기자금 조달 수단인 단기사채가 2011년에 도입된다. 비은행 금융회사는 단기사채를 이용함으로써 콜자금시장 퇴출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발행정보 공개 등으로 그간 어두운 이미지를 가졌던 단기자금시장이 투명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단기사채는 법적 성격은 사채지만 경제적 실질은 어음이다. 이 때문에 법이 먼저냐 실질이 먼저냐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기사는 2010년 03월 02일 0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이 인수한 단기사채는 대출일까 유가증권일까? 은행이 인수한 사모사채와 기업어음을 놓고 벌어졌던 박쥐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단기사채를 인수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은행업계의 요구 때문이다.

은행 종금계정에 단기사채 인수를 허용할 경우 은행과 금융투자업자간의 공방은 제2라운드로 넘어가게 된다.

단기사채를 법 그대로 해석해 '사채'로 보면 단기사채 인수는 유가증권 투자가 된다. 현재 은행 종금계정이 인수하는 기업어음(CP)에 대해서는 대출로 간주하고 있다. CP의 경우 사모성격이기 때문에 대출로 볼 수 있다고 하지만 단기사채의 경우 대부분이 공모로 발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모사채로 발행될 CP를 은행이 인수한다고 해서 대출로 볼 수 있느냐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 은행 인수 단기사채, 신·기보 출연료 부과하나

경제적 실질에 따라 단기사채를 CP로 본다면 은행이 단기사채 인수 유인은 대폭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현행 신용보증기금법과 기술신용보증기금법은 은행과 신탁회사의 대출금에 대해 일정 금액 출연을 의무 부과하고 있다. 2007년7월부터는 사모사채와 종금 CP에 대해 대출과 같은 신기보 출연료 0.38%포인트를 부과하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은행이 단기사채를 인수할 경우 출연료만큼 더 높은 금리에 발행하는 일이 나타날 수도 있다. 발행정보까지 공개되는 데 굳이 같은 금리를 주고 은행을 통해 단기사채를 발행할 필요가 있겠냐는 반발도 예상된다. 단기사채 발행을 통해 기업에게 자금조달 절감 효과를 주자는 취지가 무색해진다. 은행보다는 금융투자업자를 통한 발행을 선호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단기사채에 대한 출연금 의무 부과는 '역차별'이며 단기사채 활성화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CP시장의 틀을 바꾸는 게 아니라 CP를 단기사채로의 전환을 꾀하는 것인만큼 은행과 증권으로 나뉜 CP 시장의 한 축을 축소시킬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증권예탁결제원은 "매입 목적에 관계없이 은행이 기업으로부터 직접 기업어음 또는 사모사채를 매입하는 것을 대출·융자로 간주하는 상황에선 은행의 CP 등에 대한 투자 목적의 매입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으며 동일 목적으로 기업으로부터 CP 등을 직접 매입하는 증권회사와의 형평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사채의 경우 사모발행이 아닌 공모 발행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현재 은행이 매입하는 회사채의 경우 공모 발행에 대해서는 신·기보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공모발행된 단기사채도 사모에 준해 신·기보 수수료를 물리는 것은 논리적인 오류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이 단기사채를 매입해 보유하는 게 과연 문제가 되는 일인가"에 대해 원론적인 논의도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 은행 인수 단기사채 "대출과 투자 목적 구분하자"

금융투자업자들은 '단기사채'가 CP의 경제적 실질을 그대로 받고 있는 만큼 은행이 인수하는 것은 대출에 준해서 신·기보 수수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은행이 단기사채를 인수하게 된다면 그 배경은 단기사채가 CP와 같다는 점이기 때문에 단기사채도 대출이 이라는 것이다.

은행이 인수하는 단기사채에 대해 '대출목적'과 '투자목적'으로 구분해 투자 목적 매입에 대해서는 신·기보 출연금을 감면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은행 투자 계정에서 인수하면 '투자목적'이고 종금계정에서 인수하면 '대출'로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재도 종금계정에서 인수하는 CP를 투자 목적으로 돌리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실효성이 없는 조치라고 반박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단기사채 도입관련 업계 전문가 회의에서는 이 문제를 단기사채 도입이 확정된 이후 신·기보가 결정할 문제로 남겨놓은 상황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은행이 인수하는 단기사채의 성격에 대해서는 신·기보의 판단이 필요하다"며 "현재 상황에서 결정지을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사채의 발행 성격, 단기사채 활성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업종간의 영역다툼이 아닌 시장 발전 차원에서 검토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