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 딜레마’에 빠진 안철수연구소 [인수후보]한컴서 근무하다 안연구소로 이직…인수 여력은 충분
이 기사는 2010년 07월 05일 13: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안철수연구소(이하 안연구소)는 소프트웨어(SW) 업계에서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의 가장 이상적인 인수 후보로 꼽히는 곳이다.
한컴과 함께 IT벤처 1세대를 대표한다는 상징성이 있고 SW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인수 이후에도 사업 실패에 대한 우려가 적다. 한컴의 고질병을 해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20년간 8번이나 주인이 바뀐 한컴은 그 주인이 ‘SW 문외한’이었다는데서 문제가 시작됐다.
안연구소가 철저히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며 경영의 투명성이 확보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최대주주인 안철수 전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교수직을 수행하며 안연구소의 경영에는 일체 간섭하지 않고 있다. 도덕성도 이미 검증이 끝난 상태다. 수차례 최대주주의 횡령 및 배임으로 추락했던 한컴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다.
양사 관계도 긴밀한 편이다. 한컴과 안연구소는 지난해 11월 결합 제품 출시와 공동마케팅 등 다각적 업무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당시 양사간 협력은 국내 대표 SW업체의 상생 협력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런 호재에도 불구하고 안연구소의 한컴 인수는 ‘김수진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있다. 인수 자금 마련보다도 더 시급한 일이다.
현재 안연구소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김수진 전무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한컴에서 근무를 했다. 2006년 한컴에 합류해 2008년 4월부터 2009년 7월까지는 대표까지 역임했다. 한국HP, 삼성전자,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엔씨소프트 등 IT업계에서 근무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무난하게 한컴을 이끌었다는 평이다.
SW업계에서는 지난해 셀런이 한컴을 인수하고 나서부터 김 전무가 새로운 경영진과 불화를 빚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컴 경영에 대해 시각 차이가 컸다는 후문이다. 결정적으로 한컴 경영진이 횡령 및 배임혐의로 검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져 결별 수순을 밟게 된다.
한컴은 김 전무를 대기발령 시켰고 김 전무 측근으로 분류되던 직원들도 모두 내보냈다. 김 전무는 지난 5월 안연구소에 합류했다. 안연구소 이직 후에는 일체의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한때나마 한컴과 협력관계를 유지한 안연구소 입장에서는 난감한 노릇이다. 안연구소는 김 전무의 합류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마뜩치 않아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한컴과 안연구소가 맺은 협력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한컴 인수전에 뛰어들어도 매도자인 한컴과 김 전무가 불편한 관계였다는 점은 딜의 성사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이기도 하다.
반면 M&A업계에서는 안연구소가 한컴 인수전에 나설 경우 상당한 파급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한다. 김 전무가 3년이 넘도록 한컴에서 근무하면서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컴의 현재 재무상황, 향후 사업 방향 및 전망 등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안연구소의 인수 여력도 충분해 보인다. 3월말 기준 안연구소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28억원이며 단기금융상품은 412억원에 달한다.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이 약 700억원대다. 600억원 안팎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컴 인수 자금으로는 충분하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재무적투자자(FI)와 컨소시엄을 이룰 경우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더욱 늘어난다. M&A업계 관계자는 “안연구소가 한컴 인수를 위해 진대제 전 장관이 대표로 있는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와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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