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손실충당제, VC 대규모 부실화 야기할 수도" [전문]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대표 "우선손실충당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이 기사는 2010년 07월 27일 15: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우선손실충당제로 인해 벤처캐피탈 업계의 대규모 부실화가 야기될 수 있다"며 "운용사가 좋은 수익을 내 실적을 증명함으로써 자율적으로 우선손실충당제가 없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본천 대표는 27일 더벨(thebell)이 주최한 '2010 Korea VC Forum'에서 "연기금 등 리딩 기관투자자들에게도 제도적 개선을 위한 선제적 협조를 요청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
구 대표는 우선손실충당제의 문제점으로 △벤처캐피탈 업계 대규모 부실화 야기 가능성 △벤처캐피탈 업체들의 유동성 부족 발생 △해외투자자 유치 어려움(펀드 대형화 제약) △진정한 벤처 투자의 어려움 △금융상품 중 유일한 경우 등 5가지를 꼽았다. 그는 특히 "우선손실충당제로 인해 VC들이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리스크 높은 투자보다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투자에 집중하게 된다"며 "이는 LP들의 의도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구본천 대표의 발표 전문.
LB인베스트먼트는 2008년까지 LG벤처투자였고, 현재는 계열분리가 돼 있다. VC와 PEF를 하고 있고, 현재 한 5000억원 정도를 운영하고 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릴 주제는 우선손실충당에 대한 것이다.
저희 업계가 외형적으로 많이 커졌지만 여러가지 부족한 점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우선손실충당제다.
우선손실충당이라는 것은 창투펀드를 만들 때 100억에 저희 돈을 5억에서 10억정도 충당을 하는 것이다. 나머지를 90억~95억원을 외부투자자에게 받는데, 외부투자자들이 "손실나면 어떻게 하느냐" 할 때 저희 출자금을 손실나면 먼저 제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펀드가 이익이 나면 아무 상관이 없는 제도다.
실태조사를 해보니 현재 VC가 운용하고 있는 352개 투자조합 중에서 우선손실하고 있는 조합이 157개로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우선손실충당 액수는 전체 조합결성액의 8.9%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연기금이 출자한 조합이 94개 중 85개 조합이 우선손실충당을 하고 있어서 연기금이 출자한 조합은 약 90%가 우선손실충당을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을 가진 기관투자가가 우선손실충당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손실충당의 역사를 보면, 과거 90년대에는 벤처투자가 막 태동이 됐던 시점이다. 뭔지도 모르는 상태가 투자도 잘 이뤄지지 않으니 정부가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을 동원해 손실이 나면 정부자금을 우선 손실 충당해주겠다며 민간 투자 끌어들일 때 썼다. 손실이 나면 정부자금이 먼저 충당되는 셈이다. 그러나 2000년대들어 IT버블 등으로 정부자금의 우선손실충당이 사라지면서 운영자인 GP의 출자금을 먼저 우선손실하도록 됐다.
현재는 대부분의 VC들이 기관투자가에게 돈을 받을 때는 5%의 우선손실충당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조금 변화가 있어서 PEF에 대해서는 우선손실충당제를 폐지했다.
PEF는 굉장히 크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우선손실충당의 규모가 너무 크고, 해외에서는 이런 제도가 없어서 해외에 출자할 때는 형평성이 맞지 않아 없앤 걸로 알고 있다. 한국벤처투자(KVIC)은 자신의 출자분에 대해서는 우선손실충당을 안받겠다고 했다. 같은 펀드 내에 있으면서도 기관출자가들은 우선손실충당을 하고, 국민연금이나 KVIC은 앞선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우선손실충당제의 장점을 말씀 드려보겠다.
첫째, 손실이 났을 때 투자자들의 손실률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VC의 출자금이 약 5%정도 되니, 5%정도 만큼은 손실률을 줄여준다. 투자자 분들에게 유리한 점이 있다.
둘째는 손실이 나면 GP들의 돈이 먼저 제해지니, VC들이 적극적으로 손실 나지 않도록 운용하겠다는 믿음이 생긴다. 하지만 여기에는 논란이 좀 있다.
정말 손실이 안 나게 운용을 할 수도 있지만, 손실이 전혀 안 나려면 돈을 꿔주는 식의 아주 리스크 없는 투자만 찾아 다니게 된다. 출자하시는 분들의 의도는 리스크가 크지만 최고 수익률을 내는 투자를 하라는 것인데, 그걸 할 수가 없어 적자 안 나는 투자만 하게 된다. 어쩌다 마이너스가 나면 마이너스가 더 나지 않게 막아야겠다고 운용하지 않고, 이미 손실충당금을 손해 봤으니 이를 만회하기 위해 더욱 더 리스크가 높은 곳에 투자하게 될 수도 있다. 즉, 더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거다. 이것이 과연 장점일지, 단점일지는 논란이 있다.
문제점은 한 5가지로 요약을 할 수가 있다. 첫째, 벤처캐피탈의 대규모 부실화 가능성, VC회사의 유동성 문제, 해외 투자자 유치가 어려워 펀드 대형화에 제약이 있는 점, 진정한 벤처투자가 어렵고, 금융상품에서 유일하게 우선손실충당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 문제는 벤처캐피탈 업계의 대규모 부실화 가능성이다. 금융상품 생각해보시면 증권사의 뮤추얼 펀드에는 자산운용사의 돈이 하나도 안 들어간다. 주식시장을 따라가는 입장에서 VC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손실이 날 수도 있다. LB가 청산한 9개 펀드 중 하나는 대규모 적자를 냈었다. 수많은 VC들(약 100개가 되는데) 대부분이 자본금의 20~80%까지 우선손실충당을 하고 있다. 만약 2008년과 같이 경제위기가 오면 창투사에 대규모 부실이 올 수 있다. 저희가 만일 증권사였다면 금감원에서 벌써 규제가 들어와 그런 상품 만들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둘째는 벤처캐피탈 회사의 유동성 문제다. 회사 자체의 운용이 어려워진다. 만일 저희가 300억짜리 펀드를 만들어 투자를 한다고 하자. 먼저 100억이 회수가 되면 100억을 투자하고, 또 100억이 회수되면 분배 등을 한다. 하지만 창투사는 이 돈을 전혀 못쓰고 에스크로 계좌에 돈을 묶어놔야 한다. 왜냐면 우선손실충당을 위해 나중에 손실이 나면 내놔야 하는 돈이기 때문이다. 창투사 펀드가 7년, 10년까지도 가는데, 회수되는 돈을 5년 내지 7년까지 못쓰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자본금의 50%를 우선손실충당을 해놨는데 여기에 추가로 유동성 문제까지 생기면 운용에 큰 어려움이 있다.
세 번째 문제는 해외투자자 유치의 어려움이다. 펀드 대형화가 어려워진다. VC가 해외자금을 많이 유치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해외자금을 많이 끌어와서 분배를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펀드가 대형화돼야 한다. 해외투자자들은 우선손실을 요구하지 않는데, 국내 투자가들이 요구하니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우선손실을 충당해줘야 하는 것. 3천억짜리면 150억을 우선손실충당해야 한다. 이는 대형펀드 하나에 회사의 운명을 걸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해외투자 유치가 매우 어렵다. VC업계에 해외투자자 유치를 이끌어낸 회사가 많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넷째, 위험성이 있어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를 해야 하는데, 손실을 낼 수 없으니 진정한 벤처투자가 어렵다. 큰 이익을 지향하는 투자보다 손실을 최소화하는 투자를 하게 돼서 투자자들의 의도와 달라진다.
마지막으로 금융상품 중에서는 벤처투자펀드가 유일하게 우선손실충당을 하고 있다. 세계 어떤 기관의 어떤 펀드도 이런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영어 단어로도 존재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한국 벤처투자 업계에만 있는 관행이다.
GP를 믿고 신용을 갖고 운용을 해야 하는데, 믿지 못하고 손실 낼 것 아니냐, 너희가 리스크를 져라, 이런 믿음이 부족. 저희가 충분히 수익을 못 낸 죄가 있어 이런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정말 어렵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업계가 많이 컸기 때문에 출자하실 때 믿어 주시고, 믿을 만한 곳을 선택해주시고, 그렇지 않은 곳은 배제해, 업계가 다소 위축이 되더라도 이런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거다.
최근 국민연금에서 공고가 났는데, 여기서는 벤처펀드도 우선손실충당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굉장히 큰 신호다. LP들이 우선손실충당을 폐지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감사다. "국민연금이나 이런 큰 리딩 투자기관이 우선손실충당을 요청하고 있는데 우리 같이 작은 기관투자가가 어떻게 요구하지 않나, 감사를 받는다"고 하신다. 따라서 국민연금과 같은 리딩 투자가가 우선손실충당을 요구하지 않으면 감사에서도 이런 부분이 빠지게 될 것 같다.
자본시장법상 우선손실충당 규정에 대해 말씀을 드리면 이 규정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간단히 소개만 해드리겠다. 일반 원칙에서 손실보전 등의 금지의 원칙이 있는데 '금융투자업자는 투자자가 입을 손실의 전부 또는 일부의 보전을 사전에 약속하거나 사후에 보전하여 주는 행위, 일정한 이익을 사전 또는 사후에 보장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다.
투자조합은 손실을 배분함에 있어서 GP와 LP의 배분율 또는 배분을 달리해서는 안 된다. 사모투자전문회사에 대하여는 'PEF는 정관으로 GP에 대한 손익의 분배 또는 순위에 관한 사항을 정할 수 있다', 'GP는 원금 또는 이익의 일정한 보전을 약속하는 이유로 사원이 될 것을 부당하게 권유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규정들이 있다.
우선손실충당을 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인지, 못하게 하는 규정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 국민연금은 이것을 못하는 규정으로 해석해 하지 않고 있다.
우선손실충당의 개선방향은 무엇보다도 저희 업계가 저희가 좋은 수익을 내서 실적으로 증명해 자율적으로 우선손실충당이 없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일단 VC들이 정말 열심히 노력하겠다.
둘째는 리딩 LP들이 개선하도록 협조를 해주셨으면 한다. 선도적으로 개선에 나서주시면 업계가 많이 좋아질 것이다.
셋째는 중기청이 리드해가는 것이다. 펀드의 종류는 2가지인데, 하나는 창투법에 의한 창투펀드가 있고, 한국벤처법에 의한 KVF펀드가 있다. 좀 더 자유로운 펀드인 KVF펀드는 중기청이 우선손실충당을 금하겠다고 정했다. 수익을 지향하는 KVF펀드의 우선손실충당 금지에 대해 많은 협조를 부탁 드린다.
마지막으로 기관투자가들에게 요청하는 바는 저희가 정말 노력해서 레퓨테이션을 걸고 열심히 운용할 테니 믿고 맡겨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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