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0년 12월 24일 09시2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실적이 좋았다. 2008년 이후 영업이익은 매년 5000억원을, 당기순익은 3000억원을 웃돌았다. 폴리실리콘 등의 수요 확대로 업황 전망도 나쁘지 않았다. 신용평가사도 매년 등급을 올렸다. 2007년 'A0' 였던 신용등급은 2008년 'A+'로 오르더니 2009년에는 현재의 'AA-'로 상승했다.
투자자 A 씨는 회사채를 매수한다면 당연히 이런 기업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추가 등급상향이 이뤄질 수 있는데다 원리금을 떼일 걱정도 없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바로 옛 동양제철화학에서 이름을 바꾼 OCI.
마침 증권사에서 OCI가 3년만에 회사채를 발행한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다른 투자자들이 몰려들기 전에 수량을 확보하기로 했다. 금리가 낮았지만 안정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발행(11월 3일)이후 50여일이 흐른 지금,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다. 왜 투자했을까 후회만 남았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손실도 문제지만 다른 기업보다 유독 OCI의 신용스프레드 확대폭이 큰 것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7년짜리 OCI채권의 신용스프레드(국고채 5년대비)는 발행당일 1.12%포인트에서 현재(22일 마감기준) 1.46%포인트로 확대됐다. 5년짜리도 0.58%포인트에서 0.71%포인트로 늘었다.
반면 같은 시기 5년짜리 'AA-' 등급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는 0.92%포인트에서 0.94%포인트로, 7년짜리는 1.80%포인트에서 1.82%포인트로 각각 0.02%포인트 확대되는데 그쳤다.
채권 발행금리가 너무 낮았던 게 화근이었다. OCI는 잔존 회사채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장기물을 저금리로 집중 발행하다 보니 민평수익률의 왜곡이 컸다.
실제로 발행물은 없지만 잔존 채권금리를 기준으로 만기나 등급별 금리(Term Structure)를 알려주는 금리표에서 3년짜리 OCI채권은 SK텔레콤·포스코 등 'AAA'기업 보다 금리가 낮았다. 인천공항공사 등 공기업과 맞먹을 정도다.
채권평가사가 발행금리가 낮게 형성된 OCI채권의 민평수익률을 제 등급 수준에 맞추기 위해 장기물 신용스프레드는 조금씩 확대했지만 중장기물까지 반영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회사채 유통이 없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합리적인 수준의 가격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이런 방법을 사용했다.
스프레드 확대로 투자자가 손실을 입지만 불가피했다. 발행 당시 이 채권에 100억원을 투자했다면 현재 1억1300만원의 평가손실을 봐야한다.
매일 시가평가를 받아야 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난 50여일 동안 속이 타들어 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투자는 투자자의 몫이다. 채권평가사의 민평수익률이 다소 이상하더라도 지금으로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한계를 드러낸 현재의 채권평가시스템을 신뢰할 수는 없다. 보다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시스템을 개선해야한다.
더이상 OCI 회사채 투자자와 같은 푸념이 들리지 않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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