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1년 02월 15일 18: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용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이 16일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협회장에서 물러난다. 후임 협회장은 이종갑 네오플럭스 대표가 선임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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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협회장 재임기간에도 그의 이런 성격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취임 초기 “협회장으로서 모범을 보이기 위해 재임 기간 동안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로부터 절대 펀딩(funding)을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끝까지 지켰다.
도 회장이 협회장으로 있는 동안 벤처캐피탈 업계도 양적, 질적으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벤처투자 규모는 10년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 벤처캐피탈의 고유 계정 투자도 크게 줄어 투명성도 강화됐다. 스틱처럼 PE(private equity)투자에 주력하는 대형 벤처캐피탈도 늘어났다.
도 회장은 “시기가 좋았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많았다”며 “협회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아쉬움도 없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회장직을 수행한 것 같아 다행이다”고 말했다.
다음은 도용환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그동안 협회장으로서 3년을 재임했다. 협회장으로서 잘했다고 자평할 만한 일이 있다면?
▶모태펀드로부터 펀딩을 받지 않은 것이다. 취임 초기 약속한 것을 끝까지 지켜냈다. 덕분에 협회장으로서 객관성을 유지했다고 자평한다. 사실 모태펀드 입장에서는 스틱이 펀딩을 받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스틱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모태펀드로부터 받은 총 510억원을 바탕으로 조합규모를 5060억원까지 확대시켰다. 10배 가까운 규모다. 조합 수익률도 상당히 높았다.
3년간 벤처캐피탈 업계의 판이 커진 것에도 자부심을 느낀다. 업계 규모가 커지면서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 대상에 포함될 수 있었다. 즉 투자대상으로 신뢰를 획득했다는 의미다. 이 부분에서는 내가 속한 스틱부터가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정부자금은 되도록 초기기업 투자조합에 우선적으로 배분토록 한 점도 기억에 남는다.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결정이었기에 비판도 좀 받았지만 후회는 없다.
벤처투자의 세제 감면이 사라질 뻔한 위기를 잘 넘긴 것도 잘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기획재정부에서 두 번이나 시도를 했지만 두 번다 일몰 연장에 성공했다. 물론 전부 내가 한 것이 아니다. 정책기관과의 긴밀한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역시나 가장 안도감을 느끼는 부분은 협회장으로서 업계에 폐를 안 끼치고 물러났다는 점이다.
-협회장으로서 확고한 원칙이 있었다면?
▶협회가 정책 집행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다만 협회장으로서 업계의 입장을 중소기업청에 전달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객관성을 유지했기 때문에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있었다. 주장의 골자는 시장 중심적으로 조합을 운영하자는 것이었다.
불필요한 법과 규제를 완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실제로 상당부분 진전을 이뤄냈다. 단, 정부예산이 들어가는 모태펀드로부터 돈을 받은 조합은 특성상 규제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정책적인 부분에서는 정부 기관과 원만히 협조하자는 방침을 유지했다. 내가 원래 정치는 싫어해도 정책은 좋아한다.
-협회장으로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크게 아쉬운 점은 없다. 협회장 임기가 홍성우 전 중기청장 임기와 묘하게 겹쳤다. 홍 전 청장이 상당히 젠틀했고 스케일이 컸다. 어떤 얘기든지 격의 없이 잘 받아줬다. 그 밑에 실무를 담당하는 국·과장들도 편견 없이 오픈된 마인드로 일을 해줬다. 개인적으로는 새벽 행사를 나가지 않게 돼 시원섭섭하다(크게 웃음).
-3년간 벤처 정책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것을 꼽을 수 있나?
▶벤처투자 정책이 벤처캐피탈 중심으로 갔다. 이전에는 ‘우는 아이 젖 주는 식’으로 벤처기업 중심이었다. 시장 중심적인 미국식으로 진일보한 것이다. 그만큼 벤처캐피탈의 중요성이 높아진 셈이다.
-모태펀드의 정비, 시스템화가 이뤄지고 투명성이 높아지는 등 벤처캐피탈 업계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과제가 산적해 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전히 벤처캐피탈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것 같다. 정부자금을 집행하는 회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여러 간담회에 참석하다보니 많은 질문을 받는다. 대표적인 질문은 "왜 정부 돈을 받아서 투자를 하지 않느냐"라는 불만이었다. 이는 분명 잘못된 인식이다.
벤처캐피탈은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다. 아무 기업에나 투자를 하지 않는다. 엄격한 과정을 거쳐 투자기업을 선별한다. 정부의 돈을 받기도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벤처캐피탈의 인지도를 높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무래도 대다수 사람들이 2000년대 초반 IT 버블 당시의 아픈 기억을 잊지 못하는 것 같다
▶맞는 말이다. 당시 중산층 중심으로 코스닥 투자 붐이 상당했었다. 결과는 좋지 못했지만. 이때의 기억 때문인지 일각에서는 벤처캐피탈이 마치 고리대금업자인 것처럼 치부하기도 한다. 잘못된 주장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벤처캐피탈이 투자 이후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리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여러 가지 옵션을 걸어놓은 것은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해서다. 이런 옵션이 없다면 투자 기업이 다른 길로 벗어나도 이를 막지 못한다. 안전장치라고 봐야 한다.
물론 과거 벤처캐피탈도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잘못을 저지른 것도 있다. 특히 고유계정을 통한 투자가 주를 이뤘던 시기다. 하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투자가 조합 중심으로 이뤄진다. 부정이 일어날 소지가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고유계정 투자에 대해 거부감이 심한 것 같다.
▶벤처캐피탈 뿐 아니라 투자회사는 절대 고유계정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 유동성공급자(LP)로부터 불신의 단초가 된다. 예를 들어 매력적인 투자 기업이 있다면 고유계정과 조합계정 중 어느 것으로 투자를 하고 싶겠는가. 당연히 고유계정이다. 벤처캐피탈이 한 단계 진화하기 위해선 이런 유혹을 잘 뿌리쳐야 한다.
-최근 벤처캐피탈 수가 100개를 재돌파했다. 벤처캐피탈의 대형화가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경우 벤처캐피탈 대형화에 실패했다. 지금도 소규모 딜에 다수의 벤처캐피탈들이 달려든다. 투자 규모가 작다보니 얼마 전에는 일본 대기업 계열사의 벤처캐피탈이 우리에게 투자를 요청하기도 했다.
벤처캐피탈의 대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대형화를 통해 투자도 세분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50만달러 이하의 소규모 투자에는 소형 벤처캐피탈과 앤젤투자자, 1000만달러 이하 투자에는 중견 벤처캐피탈, 1000만달러 이상 투자에는 대형 벤처캐피탈이 참여한다. 각각의 규모에 따라 벤처캐피탈의 역할이 다르다.
일례로 미국 나스닥 상장사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면 대형 벤처캐피탈이 인수해 구조조정이나 합병을 실시해 정상화 시킨다. 국내의 경우 대형 벤처캐피탈의 건당 투자 규모가 약 100억~200억원 수준까지 올라왔다. 중간 규모다. 향후 500억~1000억원 수준까지 키워야 한다. 단,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시장 재편은 지양해야 한다.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초기기업 투자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우선 초기기업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현재의 개념은 너무 협소하다. 법인등기일로부터 7년간 연구만 하다가 처음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면 여기도 초기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잘 나가던 기업이 위기를 맞았다가 턴어라운드에 성공한다면 이곳도 초기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초기기업 투자에 대해서도 정부가 나서기 보다는 전적으로 시장에 맡기는 게 옳다고 본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벤처캐피탈들의 해외 진출 및 해외 펀딩에 대해 평해달라.
▶회사마다 지향하는 바가 다르지만 결국 국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투자 운용 규모만 살펴봐도 한국은 너무 작다.
스틱의 경우 아시아 최고 대체투자 전문회사를 목표로 한다. 이미 상당한 성과를 내놓았다. 한국에서 벗어나 아시아 지역 기업으로 투자 영역을 넓히겠다고 하면 LP들이 펀딩 규모를 늘려줄 정도다. 특히 많은 인구와 자원을 지닌 국가에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부터 펀드레이징 규모가 늘어나면서 벤처투자에 거품이 낀다는 지적이 많다.
▶큰 버블은 아니겠지만 약간의 버블은 있다고 생각한다. 돈은 많아졌고 투자할 곳은 적다보니 당연한 현상이다. 특히 펀딩 규모가 커지다보니 과거처럼 딜을 공유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더욱 강해질 것이다.
-벤처캐피탈의 엑시트 시장이 지나치게 기업공개(IPO)에 치중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엑시트 시장 활성화를 위해 어떤 대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가?
▶그동안 코스닥 시장이 엑시트 창구로서 역할을 잘 해주었다. 투자와 회수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 셈이다. 최근 상장심사의 강화로 벤처캐피탈의 어려움이 가중된 측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정책적인 측면에서 봐라봐야지 내가 나설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금융위원회와 중기청, 기획재정부 등 관련 정부 기관들이 좀더 긴밀하게 협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3년간의 협회장을 마치고 스틱 경영일선에 복귀하는데, 향후 거취는?
▶곽동걸 대표와 함께 투자부문을 총괄하게 된다. 곽 대표가 투자의 세세한 부분을 챙긴다면 나는 거시적인 부분을 맡는 식이다. 투자는 철저히 성장성과 엑시트 구조를 따져 집행할 것이다. 성장성 없는 투자는 돈놀이다.
최근에는 속도감 있는 투자를 주문하고 있다. 자산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돈이 엄청나게 풀렸지만 쉽사리 이를 거둬들이지는 못할 것이다. 보통 스틱의 엑시트 기간은 3년6개월~4년이다.
최근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다보니 투자 기업의 몸값이 많이 올라갔다. 적정 수준으로 몸값을 낮출 수만 있다면 이들 기업에 찾아가서 고개라도 숙일 것이다.
회장으로 복귀는 하지만 대표이사 복귀는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 스틱은 이제 내가 강력한 카리스마로 운용하던 곳이 아니다.
규모도 커졌고 시스템이 완벽히 자리 잡았다. 권한도 분산돼 있다. 다수의 판단을 존중하며 합의하에 경영이 이뤄진다. 운용규모가 1조원이 넘으면서 대표직을 사임했고 이제는 돈벌이 잘하는 사람에게 스틱을 맡긴 상태다.
사실 스틱의 분위기가 최근에 냉랭해진 면이 없지 않다. 성과와 능률을 강조하다보니 생긴 현상이다. 분위기를 좀더 따뜻하게 바꿔보려 한다. 배고프면 자존심이 없어지고 자존심이 없어지면 충성심도 없어진다. 나는 자존심 상하지 않도록 스틱 구성원을 보듬어 안고 격려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최종적으로는 스틱을 잘 키워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도록 하고 싶다. 되도록 잘해서 타산지석이 대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못했을 경우에도 반면교사로 삼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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