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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골드러시와 수직계열화

박준식 기자공개 2011-04-13 08:21:38

이 기사는 2011년 04월 13일 08: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양광 산업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몇몇이 돈 좀 벌었다고 소문이 나자 적잖은 기업이 경쟁에 나섰다. 국내 시장만 6조5000억 원 규모로 컸다.

원재료 분야가 제일 치열하다. 태양광 웨이퍼의 원료가 되는 폴리실리콘과 잉곳 업체가 시설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본시장의 돈이 이 싸움에 몰린다.

OCI가 이 생태계의 대마다. 폴리실리콘 시장에 5년 전부터 진입해 지금은 상당한 수익을 남긴다. 지난해 세계 시장이 18만 톤 규모인데 2만7000톤을 만들었다.

2010년 OCI의 상각 전 이익(EBITDA)은 9360억 원 수준. 올해는 1조5000억 원이 넘을 듯 하다. 2013년까지 생산량을 6만 톤으로 늘려 세계 1위가 된다는 목표다.

유가 급등과 일본 지진이 경쟁을 가열하는 요인이다. 태양광이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원으로 명분을 더했다. 이 질주에서 뒤돌아보는 말은 더 이상 없는 거 같다.

레이스를 지켜보면서 한국 시장의 재미난 특성을 본다. 사업이 좀 된다니까 기존 재벌들이 앞 다퉈 경쟁에 나선 모습이다. OCI 마저 서두르는 이유가 있다.

현대중공업과 KCC가 작년에 합작사를 만들어 3000톤을 만들었다. 웅진이 비교적 빨리 출발해 5000톤을 생산하고, 삼성(SMP)도 2013년에 1만 톤을 출하한다.

이런 분위기에선 안 하는 이들이 바보가 되는 것인지, LG와 SK도 사업 검토에 나섰다. 한화는 최근 1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 정도로 먹을거리가 있겠나 싶은데 시장이 머잖아 100만 톤까지 늘어난다니 걱정은 덜어진다. 조선업처럼 한국이 시장의 헤게모니를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한 가지 불안은 남는다. 재벌들의 '싹쓸이' 점령이다. 큰 투자가 필요한 산업은 그렇다 쳐도 전후방 사업은 남겨둬야 하는데 이를 모두 먹으려는 욕심이다.

언제나처럼 이런 문제에는 로열 패밀리들이 등장한다. 우리 재벌은 혈연을 기준으로 피아를 구분한다. 그 틈바구니에서는 중소기업이 경영을 하기 힘들다.

OCI도 성공하더니 발을 뻗치고 있다. 전방의 소디프신소재(OCI머티리얼즈)를 지난해 인수했고, 후방의 넥솔론을 3세들에게 떼어줘 덩치를 키우고 있다.

재벌들의 이런 수직계열화는 정말이지 무섭다. 기업은 고사하고 슈퍼마켓 아저씨들과 치킨집 아줌마들의 설자리마저 그 명분으로 뺏는 게 아닌가.

태양광은 어쩌면 한국을 재도약하게 할 디딤돌이 될 지도 모른다. 성숙한 산업은 어쩔 수 없더라도 비교적 초기인 이 산업은 공생의 터전으로 만들어야 한다.

위대한 기업은 가치사슬(Value chain)을 만든다. 아산(峨山)은 울산의 산업 생태계를, 호암(湖巖)은 반도체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포식자보단 창조자가 존경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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