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도입 1년, 밸류에이션 산정 '동상이몽' 밸류에이션 기준 완화 및 매매정지 제도 의견 엇갈려
이 기사는 2011년 05월 19일 1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팩(SPAC)이 설립된지 1년 여가 지났지만 스팩 실무자들과 금융당국의 입장은 여전히 동상이몽이다. 피합병기업의 밸류에이션, 합병심사 기간 중 매매거래 정지, 합병 이외의 기업인수 방식 허용 등에 대해 이들의 생각은 대립하고 있다.
스팩 피합병기업 기업의 밸류에이션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증권사 측 의견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우회상장 심사요건 기준을 이유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심사 기간 중 매매를 정지시키는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기관투자가들의 요구에 대해 한국거래소는 투기 가능성을 이유로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스팩 성공사례 분석과 미래 발전방향 세미나'에 참석한 금융위원회, 거래소 등 금융당국과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등 시장 참여자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 "밸류에이션 기준 완화해야" vs "우회상장 규정 따라야"
남기천 대우증권 고유자산운용본부장은 현행 스팩 제도와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며 기업공개(IPO) 대상 기업과 스팩 피합병기업이 경쟁해야 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IPO의 양적˙질적 심사요건을 갖춘 우량기업이 스팩의 합병대상이라는 게 문제의 시작"이라며 "우량기업은 IPO를 원하는데 반해 IPO 대비 스팩의 장점은 기간 단축 외에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수요예측이라는 시장자율적 방법을 통해 공모가격을 산정하는 IPO와 달리 스팩은 자본환원율 등 밸류에이션에 대한 제약이 많다는 설명이다.
남 본부장은 스팩의 수익가치는 2개년도의 예상 당기순이익에 자본환원율 10%를 적용한 수치 등으로 한정돼 있다며 획일성을 문제삼았다. 성장가능성이 월등한 기업의 경우 2년 후에도 높은 수익을 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2개년도 적용은 수익가치 산정에는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자본환원율을 업종 구분없이 10%로 적용하는 것이나 상대가치를 50%로 적용하는 것 등 밸류에이션 산정이 천편일률적이라며 유연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스팩의 밸류에이션 기준이 완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김학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제도 개선보다는 스팩이 자리잡는게 우선이라며 제도 변경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스팩은 IPO와 더불어 기업의 자본확충을 도모하기 위해 설계됐지만 IPO와는 분명 다르다"며 "스팩이 우회상장 통로라는 걸 인식하면서 IPO와 스팩 관계에 대한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네오세미테크 사건으로 기존 5%에서 10% 이상으로 상향조정된 자본환원율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의 여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자본환원율은 지난해 네오세미테크 사건으로 인해 우회상장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걸 인식하고 난 후 상향 조정됐다"며 "이 제도 때문에 스팩이 IPO와 경쟁이 안 된다는 지적이 있지만 스팩이 우회상장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상장법인 모노솔라와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진입한 네오세미테크는 회계법인의 감사의견거절로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 지난해 상장폐지된 바 있다.
합병 이외 기업인수 방식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금융위원회 측은 부정적이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우회상장을 활성화 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합병이 전제됐다는 설명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분인수 등 다양한 운용방법을 통해 스팩 성과를 내려는 지적이 있는데, 그럴 경우 스팩이 PEF 등 다른 제도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거래정지 제도 폐지해야" vs "투기 가능성 있어 불가"
심사 기간 중 거래 정지 제도에 대해서는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의 불만이 높았다. 현행 관련 규정에 따르면 스팩은 합병심사 기간(2개월) 동안 매매가 정지되도록 돼 있다.
이준 동부자산운용 법인영업상무는 "미국 등에서는 스팩이 합병 심사를 받더라도 매매정지가 안된다"며 "거래소의 거래정지 제도 때문에 스팩에 투자한 기관투자가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종화 HMC투자증권 부장 역시 "매매정지 끝나고 난 후의 주가가 걱정"이라며 "주가가 상승했을 경우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팔고 나가면 메이저 지분이 없어서 합병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성래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는 매매정지 제도를 풀기가 쉽지 않다고 답변했다. 스팩 시장에서 투기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서 매매거래 정지제도를 만들었는데 스팩 상장 초기에 과도한 주가 급등락을 경험하며 이 예상이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한국 스팩 시장은 미국과 달리 기관투자가 보다는 일반투자자 중심이고, 거래량이 많기 때문에 심사 기간 중 거래 정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스팩 공모에 있어 워런트 발행이나 스팩을 거래할 때 공모가도 같이 명시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 없이 합의점에 도달했다.
이날 토론에는 김학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 남기천 대우증권 고유자산운용본부장, 박성래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 서향희 법무법인 새빛 대표변호사,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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