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대규모 외화실탄 어디에 쓰나 해외CB 등 1.5조, 차입금상환·시설투자...하반기엔 국내조달에 초점
이 기사는 2011년 06월 17일 1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쇼핑이 해외 자본시장에서 채권과 전환사채(CB)를 연이어 발행하며 외화 실탄을 두둑히 마련했다.
조달한 자금의 주된 용도는 외화차입금 상환과 시설투자다. 롯데쇼핑은 하반기에는 추가로 해외조달을 나서기 보다는 원화 회사채를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해외 조달선 구축…1.5조원 조달
롯데쇼핑이 해외 주식채권시장(ECM)·채권자본시장(DCM)을 통해 외화 조달선을 텄다. 이번에 마련하는 자금은 원화로 1조5000억원(9억달러, 325억엔)가량이다.
롯데쇼핑은 다음달 5일 사모 해외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 CB는 달러와 엔화로 나눠 발행되며 규모는 각각 5억 달러, 325억엔이다. 원화로는 9789억원이다. 주관사는 골드만삭스와 노무라다. 롯데의 해외 주식연계채권(ELB) 발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4월엔 해외채권(KP)을 발행하기도 했다. 역시 첫 해외채권 발행이다. 만기 5년에 발행규모는 4억달러다. 금리는 미국 국채 5년물 수익률(T)에 180bp(1bp=0.01%)를 얹은 수준이다. 주관사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BNP파리바였다.
◇ 금융채 중심 해외시장서 '유통업체' 부각..조달비용↓
대규모 외화실탄을 마련하면서 조달비용도 크게 낮췄다. 사모 CB는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하기도 했다. 달러 CB는 표면·만기 금리가 ‘0’. 엔화 CB는 표면 금리 ‘0’, 만기 금리는 -0.25%다.
한국희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약 3.5조원의 차입금을 4%대 후반에 조달해 왔다”며 “이번 CB 발행으로 연간 약 400억원 이상의 이자비용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CB가 주식으로 전환돼도 지분 희석률은 2%대로 제한적이다.
해외채권도 절대금리로는 따질 수 없지만 첫 발행치곤 금리비용이 높지 않았다는 평가다. 비슷한 시기에 해외채를 발행한 곳과 견줄 때도 조건이 괜찮았다는 것이다.
금리를 낮춘 건 해외 기관투자가가 몰린 덕분이다. 해외 자본시장에 풀린 한국채권상품은 대부분 금융회사 물량이다. 롯데쇼핑은 나름 유통업체란 희소성을 내세워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채권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짜려는 해외 기관투자가의 요구를 충족한 것이다. 롯데쇼핑 CB는 당초 7000억원가량 예정됐지만 기관투자가의 수요가 몰리며 발행 규모를 1조원까지 늘렸다.
해외채권도 CB 못잖은 인기를 누렸다. 투자자 모집 때 132개 기관에서 22억5000만달러를 주문하며 발행규모를 늘렸다.
◇차입금 상환·시설투자비…하반기 국내조달에 중점
롯데쇼핑은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을 차입금 상환과 시설투자비로 쓸 계획이다. 올해에만 3조7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올해 창출 가능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조6000억원이다.
올해 갚아야 할 차입금 규모는 1조5480억원, 시설투자비용은 2조2000억원이다. 결과적으로 올해 필요한 자금은 대부분 조달한 셈이다.
롯데쇼핑은 두 차례 해외시장 데뷔로 마련한 외화자금 대부분을 외화 차입금을 갚는데 쓸 계획이다. 올해 만기도래하는 외표채 규모는 1조1000억원대다. 상환하고 남은 자금 4000억원은 설비투자 및 M&A 대금으로 쓸 계획이다. 외화로 넉넉히 실탄을 적재한 만큼 올해 추가 외화 조달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국내시장의 추가 자금수요에 대해선 회사채 발행여지를 남겼다. 다만 즐겨 쓰던 김치본드 대신 원화채권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국내 회사채를 발행한 지 꽤 지났다"며 "김치본드로 조달한 자금을 국내에서 쓸 수 없는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3월 회사채 6000억원을 발행한 직후 줄곧 김치본드를 발행해 왔다.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 은행이 낮은 금리를 제시하며 채권을 사들여왔다. 하지만 현재는 당국의 규제로 김치본드 발행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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