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6월 02일 14: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프닝으로 끝난 걸까. 지난달 초 허태수 GS그룹 회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등이 코스모신소재 충주 공장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GS그룹이 2차전지 소재사업 재진출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다.

코스모신소재는 전기차 배터리 4대 소재 중 양극재를 생산하는 업체다. 그러나 ㈜GS 관계자는 "경영진이 해당 공장을 방문한 사실 자체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코스모신소재 인수에 전혀 관심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일축했다.

◇GS칼텍스, 2010년대 초반 2차전지 소재사업 눈독

업계에서 논란이 된 건 GS그룹이 과거 2차전지 소재사업에 공들인 전력 때문이었다. 그룹의 에너지사업 지주사 GS에너지는 2014년 코스모신소재 인수를 검토했으나 철회한 바 있기도 하다.

10여년 전 GS그룹은 정유사 GS칼텍스를 중심으로 2차전지 소재를 포함한 녹색성장 사업을 추진했다. 정유업 실적 변동성으로 신사업 진출 등 사업다각화를 고민한 것은 지금이나 그때나 다르지 않았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는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 2차전지 소재 사업 확대에 집중했다.


GS칼텍스는 2010년 사업보고서에서 "회사 기술연구소(R&D Center)는 2차전지 소프트카본 음극재 개발 기술을 확보했으며, 고용량 양극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GS칼텍스는 앞서 2007년 소프트카본 음극재 개발에 성공했다. 원유 정제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코크스(Cokes)가 소프트카본 음극재의 원료다. 이를 1000℃ 수준에서 열처리해 음극재가 만들어진다.

GS칼텍스는 2009년에는 JX NOE(옛 신일본석유)와 합작사 파워카본테크놀러지(PCT)를 설립했다. 파워카본테크놀로지는 2차전지용 음극재 공장 준공식을 2012년 5월 구미산업단지에서 열기도 했다. 당시 연산 2000톤의 소프트카본 음극재를 만들 수 있는 규모였다. 이는 2012년 세계 2차전지용 소프트카본 음극재 시장의 100%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라고 회사는 설명한 바 있다.

GS칼텍스는 시장성이 더 큰 양극재 시장의 경우 지분 투자로 접근했다. 2010년과 2011년 양극재 업체인 대정이엠(GS이엠) 지분을 잇따라 인수해 지분율을 29%까지 늘렸다.

그룹의 2차전지 소재사업을 이끌던 GS칼텍스는 GS에너지로 관련 사업이 넘어가면서 손을 떼게 된다. GS에너지는 2012년 초 GS그룹의 에너지 관련 지주사업이 물적 분할해 설립된 에너지사업 중간 지주회사다. 그해 6월 GS에너지는 2차전지 소재사업을 포함해 가스·전력, 자원개발, 녹색성장 사업부문을 GS칼텍스에 1조1062억원을 지불하고 양수한다.

GS칼텍스가 영위하던 2차전지 소재사업은 녹색성장 부문에 속해있었다. 녹색성장 부문은 2차전지 핵심소재인 음극재, 양극재 사업 등이 포함됐다. GS칼텍스의 성내동 R&D센터도 양도됐다.

GS그룹의 2차전지 소재사업은 GS에너지 양수 이후 이렇다 할 성과없이 정리됐다. GS에너지는 양극재 사업의 GS이엠을 실적 부진 등으로 2016년 550억원에 LG화학에 매각했다. GS이엠 인수는 LG화학의 양극재 자가수급의 시작으로 알려진다. 2017년에는 자본잠식에 빠진 파워카본테크놀로지 주식 100%를 중국 정유회사인 하이커그룹(Shandong Haike Holdings)에 매각했다. 양극재, 음극재 시장에서 모두 철수한 셈이다.

◇모빌리티 종합 플랫폼 도약 목표....수소사업 참전

과거 신사업으로 2차전지 소재에 눈독을 들였던 GS칼텍스는 석유화학 사업을 확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2018년부터 3년 동안 2조7000억원이 투입돼 이달 말 상업가동을 시작하는 올레핀 공장이 상징적이다. 석유화학사업 확대 이외에 신사업으로는 모빌리티 플랫폼, 수소사업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말 기준 2339개의 주유소를 보유해 주유소 시장점유율 20.6%로 업계 3위다. 주유소 인프라를 거점으로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GS칼텍스는 지난달 현대자동차와 공동으로 구축한 수소충전소 영업을 시작했다. 'H강동수소충전소'는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휘발유·경유 주유와 LPG·전기·수소 충전 등 모든 연료 공급이 가능한 융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이다.


전기차 충전소 사업은 정유업계에서 가장 활발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9년 5월 전기차 충전소 사업을 시작한 GS칼텍스는 서울 7개 직영주유소에 설치된 8대의 전기차 충전기로 출발했다. 지난해 말 기준 59곳, 79기의 충전기를 확보하고 있다. 1년 만에 9배로 늘었다. SK에너지는 40기, 현대오일뱅크는 20기로 GS칼텍스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가장 많이 구축돼 있다.

GS칼텍스는 정유사로는 이례적으로 CES 2021에 참가하기도 했다. 미래성장 사업 중 하나로 꼽히는 드론 배송을 주유소 내 편의점과 연계해 실증한 영상을 선보였다. 주유소는 전기·수소차 충전 이외에 카셰어링, 마이크로 모빌리티, 드론 배송 등 다양한 모빌리티와 물류의 거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GS칼텍스는 가장 최근 수소사업 참전도 알렸다. 한국가스공사의 LNG 인수기지 내 유휴부지에 오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연산 1만톤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건설하는 게 골자다. 액화수소 1만톤은 수소차(승용 기준) 약 8만대가 연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며, 향후 수도권과 중부권에 공급할 계획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사업다각화와 관련 "회사는 석유화학 사업 확대로 토탈 에너지기업으로 도약하는 게 핵심"이라며 "그외에 주유소와 연계한 다양한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으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