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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엘, 반도체 대란 속 '안전재고' 확보 주력 [인벤토리 모니터]올 상반기 재고자산 3396억 '사상 최대'...LED램프 생산 필수부품, 하반기 변수 지속

김서영 기자공개 2021-09-06 07:43:19

[편집자주]

제조기업에 재고자산은 '딜레마'다. 다량의 재고는 현금을 묶기 때문에 고민스럽고, 소량의 재고는 미래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또 걱정스럽다. 이 딜레마는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생산라인은 자주 멈춰서지만 1년 넘게 억눌린 소비 심리는 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주요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1일 15:5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견 자동차업체 에스엘이 '안전재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고부가 LED 램프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급에 차질이 빚어진 탓이다. 재고자산 규모를 사상 최대로 늘리며 하반기 물량 확대에도 대비하고 있다. 반도체 수급 문제가 재고관리의 장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일 에스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재고자산 규모는 339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452억원이었던 지난해 말과 비교해 38.5% 급증했다. 2011년 1103억원이었던 재고자산은 해마다 증가해 2019년 2000억원을 넘어섰고, 올 상반기 3000억원을 돌파했다.

눈여겨볼 점은 재고자산의 세부 항목이다. 에스엘의 경우 제품 생산 과정에서 사용되는 '구입부분품(반도체 소자)' 항목이 크게 증가했다. 올 상반기 구입부분품은 123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832억원) 대비 48.8% 뛰었다. 2019년과 비교하면 증가율은 137%로 높아진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단위: 백만원)
에스엘이 매입하는 부분품은 반도체 소자에 해당한다. 반도체는 헤드램프 생산에 필수 부품이다. 헤드램프의 컨트롤 유닛(control unit·CU), 즉 작동·제어 시스템에 반도체가 사용된다.

반도체 수급 대란에 대비해 반도체 재고를 확보해두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반도체업체는 생산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셧다운)하는 등 감산 조치에 돌입했다. 이에 자동차업계 전반에 반도체 수급 불안정이 야기됐다.

에스엘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인해 안전재고로서 약 3개월치 반도체 부품을 확보하느라 재고자산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미국과 인도 현지 생산공장의 경우 해상운임 상승 문제도 더해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에스엘은 미국법인(SL America Inc)의 재고자산 확보에 분주한 모습이다. 미국법인은 알라바마와 테네시 생산공장에서 LED 램프를 생산하고 있다. 올 상반기 미국법인의 재고자산은 1506억원으로 전체 재고자산의 44.3%에 해당한다. 이는 작년 말(955억원) 대비 57.7% 급증한 수준이다.

미국공장 가동률은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지역별 공장 평균 가동률은 국내 92.4%, 인도 76.3%, 미국 74.3% 순으로 나타났다. 미국공장 가동률이 가장 낮았다. 올 상반기 기준 공장 가동률은 공시되지 않았으나 국내와 인도 공장은 풀(full) 가동 중인 반면 미국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말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세가 더디다고 에스엘은 설명했다.

재고자산 회전율도 소폭 둔화해 재고 비축에 돌입했음을 뒷받침한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재고자산이 어느 정도의 속도로 판매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완성품은 창고에 오래 머물수록 자산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재고자산 회전율이 높을수록 재고를 효율적으로 운용한다고 평가한다. 올 상반기 재고자산 회전율은 8.46회로 지난해 말 9.13회에 비해 0.67회 떨어졌다.

하반기 물량 확대를 앞두고 재고자산 비축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에스엘의 주요 매출처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증산을 계획하는 등 가동률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차그룹의 제네시스와 E-GMP(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 전기차 등 에스엘이 주력 생산하는 고부가 LED 램프를 탑재한 차량의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 북미와 인도 지역에서 현대차그룹의 판매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에스엘은 이들 지역에 위치한 현대차와 기아 생산공장에 LED 램프 전량을 공급하고 있다.

에스엘은 현재 △할로겐램프 △HID 램프 △LED 램프 등 세 종류의 헤드램프를 생산한다. 이 가운데 LED 램프가 미래차에 가장 적합하다고 보고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LED 램프는 전구를 사용하는 나머지 두 램프보다 전력 소비량이 적어 에너지효율이 높고 수명이 길다는 특징이 있다.

에스엘의 하반기 재고관리는 완성차업체의 가동률 추이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안전재고 명목으로 확보한 반도체 물량으로 LED 램프를 원활히 생산한다 해도 완성차업체의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량이 떨어진다면 재고자산을 크게 늘린 에스엘에도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앞선 관계자는 "현재 재고자산이 증가했으나 현금 창출력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반도체 수급 대란 여파가 2022년 상반기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가운데 앞으로의 재고관리는 전적으로 완성차업체의 가동률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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