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기업회생과 건강검진의 공통점, ‘타이밍’”최효종 린 변호사·이정엽 LKB 변호사 "회생기업 인식 변화 필요"
김지효 기자공개 2023-05-17 08:16:06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6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高)' 여파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파산 신청이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326건으로, 전년 동기 216건보다 110건(50.9%) 증가했다.하반기에도 자금 시장의 유동성 고갈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파산 신청은 갈수록 더 늘어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혼돈에 놓인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여파로 건설사와 스타트업부터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위기를 넘길 수 있는 방법은 있다고 조언한다. 바로 ‘기업 회생’이다. 그렇다면 기업 회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법무법인 린(이하 린) 최효종 변호사(사진)와 LKB앤파트너스(이하 LKB) 이정엽 대표변호사(사진)는 서울 서초동에서 더벨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기업 회생의 ‘타이밍’을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기업 회생은 건강 검진과 같다”며 “타이밍을 놓쳐 전이가 시작되면 암을 도려내기 어렵듯 기업도 회생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영자들은 대부분 기업을 끝까지 운영하다 돈이 한 푼도 없을 때 회생 방법을 찾는데 그때는 이미 늦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두 변호사는 기업 회생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는 ‘데드라인’은 운영자금을 최소 3~4개월 정도 남긴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회생을 위해 법원에 납부하는 예납금을 비롯해 최소한의 기업 운영비용은 남아 있어야 기업을 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회생 제도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회생 제도가 기존 경영자의 경영권을 완전히 빼앗고 회생 기업이라는 ‘낙인’을 찍어 다시 살아나지 못하도록 망치게 한다는 인식이 있다”며 “하지만 이른 시기에 회생절차를 밟으면 오히려 경영권을 지키면서 기업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기업 회생이 경영자에 대한 징벌적 성격이 강했다면 현재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기업을 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과거 회생절차를 밟는 기업의 경영자를 교체하는 사례가 많았던 반면 최근에는 경영자를 유임시키는 경우가 90%에 이른다. 그 누구보다 기업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회생에도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경영자만 기업 회생을 신청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채권자, 직원 등 회생 대상 기업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면 신청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경우 노조가 임금 체불 등을 이유로 회생을 신청한 사례다.
천안시에 소재한 한 굴삭기 제조기업은 이른 회생절차에 돌입해 경영권 확보와 회생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이 기업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자금난을 겪게 되자 수주계약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경영자는 경영권과 지분 욕심을 내려놓고 성장금융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재무적 투자자(FI)를 확보했다. 이후 경영 개선을 지속해 수주를 확대하는 데 성공해 경영자는 경영권을 되찾았으며 성장금융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회생기업에 관한 법원의 판결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지금까지는 기업 간 계약을 체결할 때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계약을 해제한다는 조항을 넣는 경우가 많아 기업들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워 파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 초 법원에서 기업의 회생을 방해한다는 취지로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회생기업이 계약을 이어가면서 회생할 수 있는 여지도 생겼다.
최 변호사는 "코로나19때 자금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최근 3년 동안 회생기업이 크게 줄어 법무법인들도 도산팀을 많이 해체했다"며 "기업 회생은 책이나 강의에서 접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여러 사례를 경험해봤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가진 법무법인을 만나 상담을 받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최 변호사는 도산분야에서 거물급 변호사로 최근 린으로 옮겨왔다. 이스타항공, 쌍용자동차, 메쉬코리아 등의 기업 회생을 맡았다. 이 변호사는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며 굵직한 기업들의 회생 신청 건을 맡다 올해 3월 LKB에 둥지를 틀었다. 린과 LKB는 합병 이후 최 변호사와 이 변호사를 중심으로 강력한 도산팀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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